기억이 몽롱하지만 6시와 7시 사이에 일어난 것 같습니다.
삭신이 쑤시는게 몸살인 모양입니다.
지난 목요일부터 신호가 오더니 이젠 새벽부터 주인을 내몰고 내 몸을 딴 놈이 차지한 듯합니다.
막내도 일어났군요
옆에 누워라는 유혹에도 눈 하나 꿈쩍거리지 않고 컴퓨터하러 갑니다.
'끙'하며 일어나 작은 놈을 한번 안아주고
싱크대에서 어제 저녁의 흔적을 정리합니다.
오뎅탕하나 먹는데도 주방을 초토화시켰군요.
씻고 닦고 정리한 후
오늘 세끼 식사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3인분 잡곡밥을 안칩니다.
그리고 오뎅도 썰고 햄도 썰어두고
내 노트북을 거실테이블에 두고 내가 속한 세상을 둘러 봅니다.
이것저것 몇 가지 검색하고나니 시간이 잘가는군요
아내가 큰 애 교회갈 시간이랍니다.
큰 애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가겠답니다.
그런데 양파잼은 바르지 않겠답니다. [귀한 거니깐 아빠 다 먹어 뭐 이런 거겠지요]
마늘 햄을 구워서 치즈와 함께 빵조각에 얹어서 먹고 우리집 빵순이 아내도 덩달아 같이 먹고
큰 놈은 몸단장을 하고 교회로 가고
작은 놈은
어제 남긴 오뎅탕 국물에 라면을 끓여먹자는군요.
굴을 좀 더 넣을까하다 너무 해물로 기우는 것같아 "콩나물을 넣을까?"하니 그리 하랍니다.
그래서 햄과 오뎅도 넣고...
이벤트: 작은 애와 제가 먹는 라면은 몇개를 끓일까요?
이제 점심이군요
전부터 가려다 못간 수영로 교회 식당이 생각났습니다.
전화로 아버지께 여쭈니
수영로교회 식권을 가지고 있으니 받아가라고 하십니다.
작은 놈을 시켜 받아와서 이제 오늘 3끼 식사는 해결 다 난것 같군요.
그러던 중 문득 굴밥 해 먹고싶다는 생각이들더군요
신김치만 있으면 되는데 신김치가 없어 굴밥을 못만들어 먹습니다.
할 수 없이 저녁은 굴과 김치만 가지고 먹기로하고...
사실은 저 기억력이 바봅니다.
금요일 저녁에 냉동실에 있던 오리불고기를 냉장실로 옮겼거던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리불고기를 해주려고 준비는 해두었는데...
그래서 설겆이하면서도
불고기먹으려고 새로 양파를 사러가야하고, 파도 사야하고 느타리는 있는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해놓고는 딴 짓입니다.
작은 놈이 교회를 다녀오니 1시쯤 되었군요
4식구가 수영로교회를 향해 갑니다.
뭐 아이들도 '돈까스가 맛있다더라' 카니 그냥 설 넘어오더군요.
막상 식당에 도착하니 식당앞에 장사진을 이루더군요
이런 바보 예전에 다니던 교회에도 식당에 사람이 바글바글했었는데...
그 수십배의 사람이 다니는 교회 식당은 당연히...
줄서서 겨우 밥을 받아 자리날 때까지 이리저리 헤매이다
4식구가 자리찾아 이산가족이 되었다가
겨우 다 먹고 주차장에서 만나 집으로 돌아옵니다만 시간이 좀 이르군요.
그래서 폭포사로 마실 갔습니다
약단밤 한 봉지를 사다들고 4식구가 교회가는 복장으로 폭포사로 갔습니다.
아마도 그날 정장해서 장산으로 향한 사람은 우리가 처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맑은 하늘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사랑하는 님들과 등산이나 했으면 좋으련만.
돌아와서 청소를 시작하고
작은 놈과 아내는 목욕을 합니다.
몰래카메라를 좀 보니 [누나]라는 드라마가 시작하군요.
저녁은 참치볶음밥으로 결론 나네요.
그동안 여성용 디지탈카메라를 찾느라 시간을 소비하다
욕실에서 작은 놈이 먼저 나오면서 "아빠 [누나] 해?"라는 군요.
너도 이 드라마아냐? 하니 '재밌다'더군요
김치를 갈아 프라이팬에 참기름으로 볶다가 참치를 넣고 다시 볶고
그리고 밥을 넣어 비빕니다.
여기서 부터는 아내가 하겠답니다. 뭐 그리하라 했지요.
다 함께 저녁먹는 동안 [누나]는 계속됩니다.
이 드라마는 자주 보지는 않지만
젊은 날에 생각하던 화두같은 문제가 있더군요.
'사랑하기에 그를 위해 자유롭게 놓아줄래 or 그와 함께 사랑하며 살아갈래'입니다.
드라마 초입에 남자는 여자를 위해 스스로 떠납니다.
내 열정보다는 그녀의 미래를 위해 포기하는 것이죠
"사랑하는 것은 사랑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詩語가 있습니다.
그 행복은 그녀를 위해서 '행복'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본인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입니다.
하지만 더 큰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같습니다. 고통을 동반하지만.
저는 아주 오래 전에 기억도 나지 않는 꿈 속에서
그런 사랑을 한 것같습니다. 깨고난 뒤 꿈의 내용이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가슴은 여전히 시리도록 아팠던...
그래서 그 꿈의 내용이 무엇인지 참 궁금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 반 한 학생을 불렀습니다. 내일 시험이 남았지만
오늘 해야되겠다 싶어
11월 말에 시험친 모의고사 성적을 얘기해주고.
너 에리히 프롬 의 '사랑의 기술'이란 책 봤었지?
"예"
거기에서 열정도 사랑의 조건에 속한다는 것도 기억 나지?
"예"
그런데 실제 사랑에선 그 열정이 사랑을 유지하는데는 사소한 비중만 차지하는 것도?
"예"
지금 열정처럼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전부인 것 처럼 보이겠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얼마나 미미한 것인지 실감하게 된단다.
"예"
지금 당장 무엇보다 목숨걸고 지킬만한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도 먼 훗날에 돌이켜보면
기억조차 나질 않는 사소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있어.
그런 것을 가려내려면
그래서 앞서 간 선배의 충고가 보약보다 가치가 있는 것이야...
10년 20년 뒤에는 기억도 못할 일에 니 삶을 포기하지 마라
지금은 그냥 공부만 해라
돌아보지도 말고 오직 공부만 해라
성적도, 여자도, 부모도, 대학도...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오직 공부만 해!
집중하기 쉬운 것 부터 찾아서 하면 공부삼매에 빠질 수 있다.
너는 나와 닮았다. 하지만 나는 고3때 놀았기 때문에 뼈아픈 실패의 경험을 했어.
너는 그런 실패 하지마!
넌 단순하니깐 충분히 공부에 몰입할 수 있을 거야!
순수한 아이가 새롭게 시작한 애틋한 사랑의 꿈을 저는 접어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수긍하며 갔습니다. 가슴속은 타겠지만
누군가의 가슴을 아프게했겠지만
사랑의 단맛에만 빠져있는 내 아들에게 충고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늘 그렇지만
오늘도 계획대로 된 것은 제대로 없고
오리불고기와 굴밥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첫댓글 라면은 1개/ 신 김치는 울 집에 있는데 ~~~문 기사 배달해드려 ㅎㅎㅎㅎ
이벤트 답: 1개 반. 이번에도 안 맞나요? 이쁜씨 배달기사 제사 치러느라 병났어~ 누가 병문안 안와주나~ 맛난 밀감 사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