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나이 마흔다섯....
몇해전부터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껴진다.
아이들이 다커서 아침 일찍들 나가면 한밤에나 돌아오고...
어두컴컴한 저녁 일을 마치고 혼자 저녁을 먹으려면 자꾸 허전하고...
주말이면 남편은 새벽부터 공차러 가고 아이들은 친구들 만나러가고....
자녀 결혼자금에 노후대책에 갈수록 질병들이 늘어가는 양가 부모님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다고 아주 벗어날순 없질 않는가...
잠시 떠나자 훌훌 나의 껍데기들을 벗어놓고 아주 잠시 떠나자....
안락하고 감미로운 펜션에 여가를 택하기 보다는
더많이 지치고 두렵고 망막해서 울고싶은 여행을 하고오자...
그러므로서 지금 내가 얼마나 편안하고 행복한가를 깨닿고 돌아오자...
추석 연휴 결혼해 20년을 용인 사촌형님네서 차례를 지내기에 가서 거들기만 했었고 아주버님들이랑 먹고 마시며 지냈는데
올봄 시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올해는 외아들인 우리가 차례를 모셔야기에 토요일,일요일 장보고 배추김치,열무김치,나박김치
월요일에는 과일이랑 제수용품 장보고 식혜 앉히고 야채 전부 다듬어 씻어놓고 화요일엔 오전네네 전부치고 오후에는
나물에 적거리 탕국등등... 혹시라도 빠트린건 없는지 몇번씩 확인하며....
수요일 단촐하게 남편과나 딸과아들 차례를 지내고 아버님에 그리움으로 난 한바탕 눈물을 빼 분위기 싸하게 만들고
용인 산소에 갔다가 사촌 형님네 들어가니 벌써 아주버님과 형님들은 처가로 다들 내빼고.....
집에 돌아와 애들은 일찍 일어나 고단하다고 방에들 들어가서 자고 해서 나는 적거리에 전과 과일을 한상 올려 푸짐하게
술상을 차려 남편과 술잔을 따르고 말했다 `여보 낼아침 6시에 친정에가서 아침 먹구 조금 놀다가 12시에 점심은 시댁에
가서 어머님이랑 먹자, 그리고 3시 까지 집에 오자, 나 전에 부터 몇번 포기했던 지리산종주 하러갈래, 해보고 싶어,
올해 지나면 이제 다신 용기가 나질 않아서 못할것 같아, 허락해줘~` 남편은 뜻밖에 흥쾌이 허락해 주었다.
2년전1월1일 남편은 고등동 친구들과 겨울 지리산 종주를 하고와서 너무 감동적이었는지 많이 염려하면서 오히려 내게 할수
있을거라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다음날 9월24일 10시10분 구례구역 기차표 두장을 끈어 십년지기 친구와 기차에 올랐다.
버너 코펠 렌턴 세면도구 수건 침랑 9끼니 식량 잠바 등등 어깨에진 배낭에 무개가 30키로는 되는것 같았다.
떨리고 긴장되고 짐은 어깨가 빠질듯 무겁고....그렇게 모든걸 털어 버리고 출발했다.
몇일 잠못자고 고단했던탓인가 기차에 올라 바로 잠들었는데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에 깨어보니 열차 안에 배낭멘사람들이
내릴 준비를 하느라 시끄러웠던 것이다. 이번역이 구례구역이란 말에 허둥지둥 짊을 준비해 열차에서 내렸다.
새벽2시17분인데 역에 내리는 사람들이 30 여명은 되는듯 싶었다. 역앞에는 지리산 입구인 성삼재까지 두당 만원씩
처음본 타인끼리 섞어서 인원만 차면 출발이었다. 나랑 부선이도 얼떨결에 합승을해 산입구에 도착했다.
성삼재에서 새벽3시 산바람은 몹시도 차고 어둠에 랜턴을 켰지만 인적이 없어 웅크리며 한걸음 한걸음을 시작했다.
노고단을 지나 피아령쯤 들어설때쯤 동이 트기 시작했다.
피아령 고개를 넘어 임걸령~노루목~반야봉~삼도봉~화개재~연하천대피소(점심식사 라면 끓여서 햇반이라 김치랑~)
~잠시 휴식후 벽소령대피소~오후4시반인데 세석대피소까지가려면 해가 져서 안된다고 요원들이 진입로를 차단하더라구
13시간 강행군 이었으니 지치기도하고 해서 우리는 벽소령에서 1박 하기로 했어...하지만 예약을 안해서 대피소 이용을 할수
없었어...다섯시인데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해 우린 일단 취사장에 들어가 저녁을 해먹기로 했지...김치찌개에 참치캔 하나
넣고 고추장 약간풀고....반찬은 고추랑 피망 양파...팩소주 하나씩...ㅋㅋㅋ....옆에 남자들 넷이 왔는데 여자 둘이 대단하다며
과일도주고 과자도주고~~합석....추위에 덜덜 떨며 달보고 별보고....손에 닿을듯 맑고 선명함이...말로는 형용할수가 없구나..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다음날 새벽4시 기상... 간단히 햇반에 일회용 북어국으로 속을 채우고 뜨거운 커피 한잔하고 출발...
전날밤 취사장 한켠에 비닐깔고 침랑 피고 자는데도 어찌나 춥던지 아침엔 오한도 나고 전날 강행군에 다리도 아프고
영 컨디션이 안좋았지만 맘먹은 이상 포기란 없다며.....네시간 정도 고개를 넘고 넘어 드디어 세석 대피소 도착....
점심은 고추장에 재워간 돼지불고기에 청양고추.....대피소 탁자는 독점할수 없다 아무나 자리 되는데로 합석해서
사용하는데 울 옆에 남자 둘이 앉았는데 안주가 좋으니 술은 복분자주를 나누어 먹자고....산에선 모두가 친구고 식구다...
식사후 잔디에 누워 30분간 눈을 붙이고 일어나 다시 장터목대피소까지 가는데 부선이가 평소 운동이 없다가 갑자기
너무 무리한탓인지 무릅인대가 늘어나 주저 앉았다....ㅠ...고통스러이 울고 있는데 한 산악 아저씨가 진통제와 무릅보호대
압박대 바르는약등으로 응급처치를 해주어서 다행이도 간신이 걸을수 있었다....난 하산을 결심했지만 부선이는 내게
`언니가 얼마나 원하던건데 이렇게 내려갈수 없어 끝까지 해볼래`... 순간 눈물이...나도 부선이도 눈물 그렁그렁 다시
걷기 시작했다...남들은 두시간반이면 장터목까지 간다는데 우린 네시간 가량 걸려 도착했다. 오후네시십분...일찍 저녁 먹고
약바르고 푹쉬기로 했다...마침 대피소 숙박을 할수 있어서 저녁을 다섯시쯤 육개장(일회용)을 뜨겁게 데워 밥말아 먹고
소주 한팩씩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3시...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1시간반이면 정상까지 오르지만 부선이에 부상 때문에 우린 남들보다 두배로 일찍
오르기로 했다...치는 새벽 산바람에 걷다 쉬고 걷다 쉬고.....다섯시 오십분 드디어 천왕봉에 올랐다....잠시후면 해가 오를
시간인데 많은 사람들이 웅성웅성 지리산은 구름이 많아 해돋이 보기가 무척 힘들다며 어떤분은 아홉번째 왔는데도
해돋이를 못봤다며....그때였다....
감동이었다...소원을 빌었다...양가 부모님 형제들 그리고 우리 가족 건강하고 무탈하게 해달라고.......
그렇게 한동안 그자리에 머무르며 자연을 가슴으로 안았다...
일곱시 우리는 천왕봉에서 하산하기 시작했다....로타리대피소에 도착해 늦은 아침으로 남은 부식들을 전부 넣고
부글부글 끓여 라면까지 넣고 찌개를 끓였는데 맛은 일류 식당 음식보다도 일품이었다....식사후 다시 굽이굽이...
다섯시간을 굽이굽이 돌아돌아....
중산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게 네시십분....다섯시반에 버스가 있다고해서 정류장앞 자판에 앉아 손두부에 막걸리 한잔....
버스가 도착해 타고 진주터미널에 내려서 강남터미널로 다시 전철 타고 집으로.....새벽1시 도착...
가슴 벅찬 종주를 마치고.....내가 얼마나 편하게 생활하는지 안락한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감사하고 행복하다...
난 그어떤것도 자신있다 무엇이든 마음 먹은데로 해낼 자신이 있다....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살아 가고싶다....
첫댓글 부럽다 ~~~ 나도 도전해봐야지~~~~ 아무튼 멋진추억을 만들고오셔네요~~잉
멋저부러....
종주 성공을 축하하고~~~ 앞으로도 알찬 인생 만들어가삼... 근데 지리산에서 너무 젊어지고 온거 아녀? 20대 아가씨처럼 사진이 나왔네요 ㅋㅋ
일상은 나랑 비슷한데,,, 생각은 우찌 이리 다른지..... 진심으로 하고,, , 너무 예쁘다
드뎌 다녀왔군~ 축하하고 또 부럽고~
철우야 엄마 다치신거 많이 나아 지셨니? 우리 시어머니가 걱정 많이 하시던데...연합 체육대회날 얼굴 함 보자~~
재선아 지금 네가 내 앞에 있다면 힘껏 내 등에 올려 업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거침없는 삶의 용기와 너의 대견하고 또 대견함이 나에게도 조금 전염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야....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될 듯하고, 살면서 너의 삶에 큰 힘이 되어 줄 거란 생각이 든다..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오 ......나는 언제...... 용기 있는 친구에게 를
우리 엄니가 다쳐? 어떻게 아시는 사이시지?
너희 엄마랑 우리 시어머니랑 엄청 친하거덩...난 니소식 울 시어머니한테 들어...
ㅋㅋㅋ 울 남편(고광일)...자세한건 연합 체육대회날 오면 이야기 해줄께...
재선이가 일생의 한번 있을 도전을 하고 끈기와 땀으로 성공을 했구나..장하다~!!...감히 도전을 해서 뿌듯한 감흥을 얻기란 인생에서 자주있는 일이 아니고, 아무나 할 수 있는것이 아니지...너의 용기와 땀방울에 경의를 보낸다...화이팅~!!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