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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청 아카데미 通 靑 Academy | 411 회 | 주제: | 노자 도덕경 24장 | 발표자: | 이태호 (통청아카데미 원장/철학박사) | ||||
일시: | 2018. 11 28(수) pm 7:00~9:00 | 장소: 대구시립수성도서관 제1강좌실 | 문의 | 010-3928-2866 | |||||
h.p. | cafe.daum.net/tongchungdg | ||||||||
통청 아카데미 : 서로 소통하여 사고의 틀을 좋게 바꾸려고 하는 공부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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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장
(1) 원문
企者不立, 跨者不行. 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自伐者無功, 自矜者不長. 其在道也, 曰餘食贅行.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기자불립, 과자불행. 자현자불명, 자시자불창, 자벌자무공, 자긍자부장. 기재도야, 왈여식췌행, 물혹오지, 고유도자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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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企) : 꾀하다. 발돋음하다.
과(跨) : 넘다. 타넘다. 넘어가다. 건너가다. 샅을 벌려 타넘어 감
현(見) : 나타나다. 나타내다. 드러나다. 드러내다. 있다. 보이다.
명(明) : 밝다. 밝히다. 명료하게 드러나다.
시(是) : 옳다. 옳다고 하다. 바로잡다. 바르게 하다. 이. 이것. 이곳
창(彰) : 밝다. 밝히다. 밝혀지다. 드러내다. 뚜렷하다.
벌(伐) : 치다. 정벌하다. 공적. 공훈. 공이 있다. 공을 세우다. 자랑하다.
공(功) : 공. 공로. 공적. 자랑하다.
긍(矜) : 아끼다. 불쌍히 여기다. 괴로워하다. 공경하다. 자랑하다.
장(長) : 길다. 어른. 우두머리
여(餘) : 남음. 그 이외의 것.
췌(贅) : 혹. 군더더기. 불필요하다. 쓸데없다. 번거롭다.
혹(或) : 혹. 혹은. 있다. 늘.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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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발돋움하는(발꿈치를 들고 있는) 자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넓은 폭으로(가랑이를 넓게 벌려서) 걷는 자는 오래 길을 갈 수 없다. 자신을 드러내려(현명하다고 하)는 자는 밝지(현명하지) 못하고,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자는 남들에게 (그 옳음이) 밝혀지지 못하고, 자신이 공을 세웠다고 말하는 자는 공로가 없고, 스스로를 자랑하는 자는 (長으로서) 오래가지 못한다. 이것들(自見, 自是, 自伐, 自矜)은 道의 입장에서 보면 먹고 남은 밥이나 쓸데없는 군더더기 행동과 같다. 만물은 늘 그것들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도에 머물고 있는 사람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24장 요약 도표]
논지 | 자신을 내세우는 자의 어리석음 | |||
비유 | 企者不立 / 跨者不行 | |||
24장 (22장) | 自見者不明 (不自見故明) | 自是者不彰 (不自是故彰) | 自伐者無功 (不自伐故有功) | 自矜者不長 (不自矜故長) |
이유 | 餘食贅行 / 物或惡之 | |||
결과 | 有道者不處 |
(3) 해설
여기서 노자는 자신을 뽐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고 있다. 뽐낸다는 것은 남보다 잘났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세상살이에서 비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발돋움하며 큰 폭으로 걷는다. 그리고 자신이 한 일이 옳으며 훌륭하다고 자랑을 하면서 그러한 긍지로 살아간다. 이러한 긍지가 무너지면 정체성(정체성, Identity)을 잃고 우울해진다.
자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긍심은 무엇에 근거하여 일어나는가? 그 근거가 남보다 비교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라면, 노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의 자긍심에서 나온 행동을 싫어하기 때문에 장(長)의 자리에 오래있지 못한다고 말한다. 결국 自見(자신의 현명함을 드러냄), 自是(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함), 自伐(자신이 공헌을 했다고 뻐김), 自矜(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김)하기 위해 발돋움하고 큰 폭으로 걷는 행위는 쓸데없는(무가치한) 일에 힘을 쏟는 어리석은 행위임을 노자는 지적하고 있다.
노자는 이 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잘나 보이려고 자신의 능력 이상(以上)을 발휘하고자 발돋움하고 큰 폭으로 나아가면 일시적으로는 갈 수 있어도 멀리 갈 수 없는 이치(企者不立, 跨者不行)를 들어서 자연에 거스르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일시적으로 비교 우위의 위치를 차지할 수는 있어도, 비교우위에 있다고 잘난 척하면 모두가 싫어해서(物或惡之) 그 위치도 유지할 수 없게 된다(自矜者不長)는 점도 지적하면서 그렇게 처신하지 않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아는 자로서 도에 머물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처신하지 않는다고 말한다.(有道者不處)
노자가 비교우위를 차지하고자 애를 쓰는 행위를 배부른 후에 남는 여분의 밥처럼 취급하고 쓸데없이 움직이는 군더더기 행위라고 규정하는 것은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소유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가 기쁨을 증가하는 존재의 커짐에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는 말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에리히 프롬(1900~1980년, 심리학자이며 사회학자)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생존의 소유를 제외한 더 이상의 소유를 아무리 증가해도 존재는 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존재가 커진 만큼 진정한 행복인 기쁨도 함께 커진다고 하였다. 여기에 비해 소유는 아무리 커져도 일시적인 쾌락만 따르고 그 쾌락 이후에는 오히려 허전함 등이 따라 신경증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된다고 하였다. 남과 비교하여 우위를 차지해야만 자신이 못나지 않았다고 안심한다면 이 또한 같은 병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남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자 잡편 1장(노자의 제자 경상초(庚桑楚))의 11절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뜻의 움직임을 버리고, 마음의 속박을 풀고, 덕을 해치는 행위를 중지하고, 도를 막는 것들을 치워버려야 한다.
귀해지고 부해지고 저명해지고 존경받고 명예를 얻고 이익을 얻는 여섯 가지는, 듯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용모와 동작과 얼굴빛과 논리와 기분과 뜻의 여섯 가지는 마음을 속박하는 것이다.
악과 욕망과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의 여섯 가지는 덕을 해치는 것이다.
떠나는 것과 나아가는 것과 취하는 것과 주는 것과 지혜와 능력의 여섯 가지는 도를 막는 것이다.
이 네 종류의 여섯 가지 것들이 가슴 속을 어지럽히지 않으면 그 사람은 올바르게 될 것이다. 올바르게 되면 고요해지고, 고요해지면 분명해지고, 분명해지면 텅 비게 되고, 텅 비게 되면 무위하면서도 자연의 생성 변화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없게 될 것이다.
경상초는 『장자』에서 노자의 제자로 나온다. 그가 노자의 도를 조금 터득하고는 북쪽 외뢰산(畏壘山)에 살고 있었다. 그의 하인 중에서 똑똑하고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그를 떠나고, 그의 첩들 중에서 온후하고 어짊이 있는 자들은 그를 멀리하였다. 못난 자들만 그와 함께 살고 멍청한 자들만 부림을 받았다.
그러나 삼년이 지나는 동안 그곳 사람들이 경상초의 능력과 인품을 알아보고 성인으로 받들면서 그를 임금으로 모시고자 하였다. 그 소식을 듣고 경상초는 기뻐하지 않았다. 지금 외뢰산 지방의 낮은 백성들이 마음속으로 나를 어진 사람들 사이에 떠받들어 놓으려 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자신을 내세우는 인간이었는가? 나는 그래서 노자의 말씀에 어긋나게 되는 것이므로 석연치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경상초가 임금으로 추대됨을 석연치 않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이 따라서 이다. 도대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였기에 이렇게 지방 사람들이 자신을 떠받들려고 하는가? 자신의 마음속에 자신을 내세우려고 하는 것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경상초 자신은 노자의 제자로서 부끄럽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가슴에 깊이 와 닫는다. 지금 노자 도덕경을 강의하면서 책까지 내려고 준비하고 있는 저 자신이 노자의 먼 제자라고 한다면 경상초보다 더 석연찮게 생각해야 마땅할 것인데, 그렇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즉 깊은 속마음에서 ‘자신을 내세우는 어리석음’에 빠질 것이 두렵다.
(4) 문제제기
1. 노자의 관점에서 올림픽 표어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멀리”는 여식췌행 (餘食贅行)인가?
2. 노자의 관점에서는 자긍심(自矜心)까지도 가지면 안 되는가?
< 다음 주 강의 예고 >
412회 (2018.12.05): 노자 도덕경 25장 이태호 (통청아카데미원장/철학박사) 413회 (2018.12.12): 노자 도덕경 26장 이태호 (통청아카데미원장/철학박사) 414회 (2018.12.19): 판소리의 발생과 특징 및 송년회 (중등학교 음악교과서 집필자) 415회 (2018.12.26): 노자 도덕경 27장 이태호 (통청아카데미원장/철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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