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주민들이 함께 만들고 즐기는 마을축제, 방학동 단오잔치"
"자, 양형! 저쪽에 천막을 치고 기준이 아빠는 이쪽에 팔씨름 경기용 책상은 놓아야지요!“
“다운이 엄마, 장명루 만들 실 어디에 뒀어요? 미애엄마와 은영엄마는 막거리 좀 받아와요!”
단오축제준비가 한창인 신방학초등학교 운동장. 토요일 오후라 아이들이 빠져나간 운동장은 동네 여기저기서 모여든 사람들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이웃을 사랑하는 아버지모임’ <도우기>회원이신 이용석님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햇볕에 얼굴이 검게 타고있는 것도 잊은 체 서너개의 천막을 치느라 땀에 흠뻑 젖었고 같은 모임의 이봉조님도 직장에서 막 달려와 함께 거들고 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일대는 지난 한달 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분주했다. 이 동네 여기 저기에 만들어져있는 순수한 주민모임들의 대표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논의하고 다시 각자의 모임으로 돌아가 논의한 내용을 준비했는데 이는 모두 이날 열린 ‘우리마을단오잔치’의 준비 때문이었다.
이날 단오잔치는 느티나무방과후교실, 방아골어린이집학부모회, 도봉아이사랑모임, 이웃을섬기는사람들 ‘섬들모임’, 환경을생각하는가족모임 ‘생명지기’, 이웃을사랑하는아버지모임 '도우기‘등 방학동에서 생활하는 동네주민들의 모임이 함께 준비하였고 행정적인 지원 등 전체행사기획은 방아골 복지관이 맡았다.
행사를 기획한 방아골 복지관은 옛부터 우리의 삶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공동체성의 회복을 꿈꾸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일터와 삶터가 분리되고 집 값이나 진학 등의 이유로 생활공간이 쉽게 이동되면서 이웃과의 생활의 공유가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지금의 ‘동네’의 모습을 다시금 축제라는 ‘마당’을 통해 이웃들 집밖으로 나와 서로 인사하고 소통하고 더불어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점차 희미해져가는 지역공동체성을 다시금 회복시키고 또 주민들이 그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공동체적 삶터인 동네를 꿈꾸고 있다.
단오축제에는 팔씨름대회, 굴렁쇠굴리기, 긴줄넘기, 8자놀이, 비석치기 등 전통놀이마당과 익모초즙, 쑥떡, 오미자차 등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마당, 장명루만들기, 창포머리감기, 천연염색, 단오부채만들기 등의 참여마당으로 단오의 의미를 새기는 행사로 기획되었고 각 마당은 모임별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고 능력껏 나누어 맡았다. 이후 각 모임별로 한달 이상 준비해왔던 터라 행사의 진행은 순조로웠다.
모두들 퇴근 후 늦은 저녁에 모여 준비하였지만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처럼 상기된 표정에 자신들의 마당에 좀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를 바라며 마당별 안내판의 위치도 ‘조작’하는 열의까지 보여주었다.
이날 유난히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이루어졌던 행사는 팔씨름대회. 상품으로 쌀 20Kg 한포대가 준비되었기에 신청자는 줄을 섰고 조기 접수마감을 해야할 정도였다.
할머니와 젊은 새댁의 팔씨름도 볼만하였다.
그러나 쌀 한포대 앞에서는 ‘더불어 살고자 했던 공동체성’은 자리잡지 못하였다. 새댁의 초기 기선제압인 팔목 잽싸게 꺽기에 할머니 도전자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시고 여지없이 무너지셨다.
축제는 이미 모임의 대표들이 함께 만나는 순간 시작되었다.
어떤 어머니는 아이들과 신랑 눈치보면서 늦은 밤 까지 포스터를 붙이고 돌아다니셨고 또 어떤 분은 먹거리장터의 알찬 준비를 위해 알뜰한 시장조사와 견적서 까지 준비하셨다. 온 집안식구들을 동원하여 장명루의 실을 색깔별로 정리한 어머니도 계셨고 늦은 밤 지친몸으로 만나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할 강강술래를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즐거워했고 가까워졌다. 누구누구씨로 불리던 호칭이 이내 언니 동생, 형님 아우로 바뀌어 불리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일이 아니였다. 우리동네의 재미있는 잔치를 준비하기 위한 주인으로의 자연스러운 준비였고 그 과정속에서 이미 한 이웃임을 맛보고 있었다.
최근 실직 후 힘들어 하던 ‘도우기’모임의 이용석님은 이날 새로운 취업준비를 위해 대형면허를 취득하는 시험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시간을 앞당겨 치룬 뒤 달려오셨다. 바로 자신의 축제이기 때문이란다. 용접일을 하시는 신철수님도 자신의 이웃 두분을 함께 모셔왔다. 좋은 일은 나눠야 한다며 즉석에서 도우기 회원으로 가입시킨 뒤 함께 천막을 치고 팔씨름 진행을 맡으셨다.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에 지레 겁먹었었던 단오잔치. 맑고 푸르렀던 방학동의 마을축제는 평소 잘 알지 못하였던 동네 이웃들과의 자연스러운 인사와 한잔에 오백원짜리 막걸리로 어르신들께 인심 풀던 젊은이, 다양한 놀이거리로 신나게 뛰어 놀며 일으키는 아이들의 흙먼지가 범벅이 되어 살고 싶고 또 살기 좋은 우리동네의 모습을 만들어 갔다.
첫댓글 아~ 아!! 세진형...
우와 ^^ 사지만 봐도 재미있는 걸요..
형 덕택에 좋은 구경했어요~ 팔씨름대회도 장명루만드는 것도 창포에 머리감는 것도 부채에 그림그리는 것도 천연염색도 강강술래도 너무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네요. 형이 그토록 자랑하시던 '도우기' 아버지들이 스스로 재미있어하시며 팔씨름대회를 진행하던 모습이 참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우와~ 재미있었겠당...^^
김세진 선생님..글을 읽으면서 온몸에 전율이 느껴집니다..우리마을에서도 가능할꺼라는 꿈을 꾸게 합니다.."와아~~좋다!!"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옵니다..^^
멋진 사람^^ 멋진 생각^^* 멋진 행동*^^* 의미있는 좋은 시간 나누어 주심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