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손님맞이 잘 끝냈습니다.
아직도 부엌엔 정리하지 못한 그릇이 수북하고, 방방마다 이부자리가 개켜져 쌓여 있네요.
어른 12명, 아이들 4명, 우리 집 식구 4명. 모두 20명이 한 집에 둘러 앉은 소란스럽고,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
찾아 오신 분들은... 안재성, 김해화, 공선옥, 김용만, 김순천, 홍명진, 하태성, 송경동, 문동만, 임동준, 김성희, 지리산, 김미자 입니다. 아이들은 하태성 자녀 둘, 김미자 아들 은수, 송경동 아들 관오 입니다.
김해화 선배님은 순천에서 새벽에 일 나가시는 동료들을 일터까지 모셔주고 다시 우리 집으로 올라 오셨습니다.
아침 8시 반에 도착하셔서 함께 아침식사를 나누고 잠시 집을 둘러 보셨습니다. 다친 손으로 연 이틀 장거리 운전을 하시고 들려주신 선배님, 정말 고맙습니다.
창원에서 제가 사는 곳까지 대략 4시간 거리라고 들었기에 저녁 준비를 서두르지 않고 있었는데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출발하신 분들이 7시가 넘자 속속 도착했습니다.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집안 안내를 할 겨를도 없이 저녁준비에 분주했습니다.
오후 5시에 오수에 도착해서 동네 양계장 취재를 하신 홍명진씨와 서둘러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10여년의 세월을 건너 만난 김용만 선배님, 작년 여름 미소사에서 만난 후 다시 뵙는 반가운 얼굴- 김순천, 공선옥, 안재성 선배님.
멋진 장발에 개량한복을 갖춰 입고 나타난 하태성씨, 초록색 셔츠가 잘 어울린 과연무대포 임동준님,
여전히 사람 좋은 웃음의 송경동씨, 살집이 조금 붙었지만 검은색 양복이 폼 나던 문동만씨,
깜찍한 소녀처럼 호리호리 예뻤던 김성희님, 중학생 아들을 두었다고 믿을 수 없었던 멋쟁이 지리산님,
3살 아기 때 만난 후 9살이 되어 다시 만난 은수와 은수엄마 김미자.
모두들 내가 사는 집으로 들어 서니 얼마나 흥분이 되고 기쁘던지요.
욕심껏 예쁘고 맛있는 음식 만들겠다고 우기는 저 때문에 지리산님과 김미자는 식탁에 붙들려 잔소리 들어가며 칼질하고,
씽크대에 붙어 서서 계속해서 그릇을 치우고 챙겨가며 저녁 상차림을 도왔던 홍명진씨와 김순천 언니.
시장함을 참지 못하고 서재에서 간촐하게 요기를 해버리신 공선옥 선배님.
부엌을 서성대며 도와줄 일을 찾다 술상을 차려 준 하태성씨.
아이들은 몰려 다시며 시끄럽고, 어른들은 둘러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던 그 와중에도 문동만 동무 컴퓨터를 찾아 뭔가를 출력하고 저녁상이 준비 될때까지 두런두런 회의를 하네요.
짜잔, 드디어 밥상을 차렸고, 아이들도 옹기종기 작은 상에 둘러 앉았습니다.
* 아이들 밥상이 무척 빈약하네요. 또래들이 모여 놀아 좋았습니다.
* 긴 시간 이동하느라 입맛이 없을 것 같아 담백한 음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여름에 다시 모여 숯불에 삼겹살 궈 먹기로 모의를 마쳤습니다.
*밥상에 모여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지만 몇몇 아줌씨는 왠수같은 무쌈을 싸고 있었다는....
*미자야, 사진을 아무리 줄여도 네 얼굴이 화면에 꽉 차는 구나.
잔소리 들으며 쌈 싸느라 고생 많았다.
모인 사람들 수에 비해 음식이 너무 적었습니다. 준비 한다고 했지만 막상 차려 놓으면 먹을 것이 없는 듯해서 항상 아쉽습니다. 그래도 맛있게 드셔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오랫만에 경동씨와 나란히 서서 설겆이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구로노동자문학회 시절 좁다란 자취방에서 사람들 불러다 술상도 차리고, 밥도 해먹던 처녀, 총각 시절 얘기며, 보고픈 옛 사람들 얘기... 세월을 건너 만나도 여전한 그 때 그 추억들에 즐거운 미소가 떠나질 않더군요.
익숙하고 빠른 솜씨로 설겆이를 마친 경동씨와 함께 술상에 앉았습니다.
유명한 술꾼 작가들이 빠져서인지 모두들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고, 하태성에게 요즘 돌아가는 운동판 이갸기, 민노당 분파에 대한 정황등을 들었습니다. 술자리이긴 했으나 현장에서 일어나는 첨예한 노선 갈등에 대한 설명은 민감한 요즘 정황에 귀한 안내였습니다.
술자리가 길어지자 몇몇 남자 동지들은 먼저 자리에 눕고,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한 김용만 선배님의 미아리 사건과 공선옥 선배님의 김 훈 이야기는 박장대소와 함께 보수와 운동판의 남성관에 대해 성토하는 자리가 이어졌습니다.
마침내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송경동씨의 취침과 함께 공선옥 선배님의 안내양 시절 이야기, 김미자의 경희대 사모곡까지, 홍명진씨와 함께 새벽 4시까지 웃고 떠들었습니다.
놀라운 건 아이들 대부분은 (우리 집 얼라들 둘을 제외한) 새벽 2시 3시까지 책방에서 어울려 놀았다는 겁니다.
그만 자라고 여러번 얘기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한번도 큰 목소리 나지 않고 잘 놀아 준 아이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아마도 오늘 밤은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골아 떨어졌을 겁니다.
아침이 되어 김해화 선배님의 방문으로 모두 다 털고 일어나 밥상을 차렸습니다.
김순천 선배님께서 울산에 약속이 있어 서둘러야 했습니다. 김용만 선배님,김순천 선배님, 김미자 모자는 아침상을 물리고 바쁘게 출발했습니다.
안재성 선배님이 서툰 설겆이를 마치자 커피를 마시며 둘러 앉았습니다.
장수 번암에 사는 노을님이 고로쇠 물을 받아 놓았으니 집들이 때 내려 오면 들려 달라고 하셨답니다. 차 다섯대에 모두 나눠 탄 뒤 산서와 장수의 경계에 있는 높디 높은 마티재를 넘었습니다. 구불구불 경사진 산 하나를 넘어 또 10여분을 달려 간 뒤에 노을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황토 벽돌로 지은 이층집은 보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터집니다. 커다란 창에 나무와 연한 흙색의 황토 벽돌로 지은 집은 운치있고 아름다웠습니다. 집을 짓는데 걸린 시간만 3년이라고 합니다.
앞산 높은 산마루까지 올라가서 받아 놓은 귀한 고로쇠 물은 달고 시원했습니다. 함께 내어 오신 호두와 곶감도 맛이 좋아 금새 동이 나고, 노을님은 아예 냉장고에 있는 곶감을 모두 털어 내 오셨습니다.
산 하나가 모두 창 안엔 들어 오는 전망 좋은 거실에서 고로쇠 수액을 마시니 술자리의 여독이 싸악 풀리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카페 회원들에게서 믿고 살 수 있는 좋은 먹을 거리들은 카페 공지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운영위원들이 보완해서 올리겠지만 회원들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좋은 제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일행들이라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로 일어 섰습니다.
멋진 이층집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박고서 아쉬운 작별을 했습니다. 언제 만나도 반갑고 즐거운 사람들. 보지 않아도 그 마음 따뜻하게 전해지는 편한 사람들. 서로가 그저 고마운 리얼리스트의 만남이었습니다.
언제고 다시 우리 집 마당에서 숯불 피우고 고기 굽고, 술잔을 부딛히는 별 맑은 밤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땐 리얼리스트에서 만난 새로운 벗님들과도 함께 모였으면 좋겠구요.
먼 길 다녀가신 회원님들 모두 고맙습니다.
첫댓글 반가운 사람들 만나 많고 많은 얘기 나누며 맛난 시간 즐기셨네요. 미자님. 사진에 촛점 맞춰 입 벌렸으니 맛있는 무쌈 빨랑 제 입에 넣어죠요 ^^
시규님의 재담이 빠져서 별루 재미 없었어요...ㅋ
원선님, 부지런도 하시네요^^ 손님맞이 하시구 몸살이라도 나실 법한데 이런 멋진 후기까지..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넘 즐겁고 정겨운 집들이었어요..다음 숯불BBQ 파티가 벌써 기대되는걸요..꼴깍ㅋㅋ 장수에서의 ''행복한'' 전원 생활이 되시길 바랍니다!!!
잘 들어 가셨나요? 전 아침에 늦잠 자서 아들래미 지각할까봐 허겁지겁 내 몰았답니다. 담엔 소라무침 지대루 무쳐 볼게요.^^
소라 무침 달단 말에 삐지신 건 아니죠? ㅎㅎ 레시피까지 보시며 열심히 음식 준비 하시던 님의 모습,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감동!! 이었어요 물론 음식도 무척 맛있었구요 ^^ 먹는 데 열중해서 사진 찍히는 것도 몰랐다는. ㅎㅎ
아뇨,아뇨.. 제 입에도 많이 달아서 속상했거든요. 칼칼하면서도 맛갈스런 골뱅이무침 같은 맛을 원했는데...쩝,,,, 그래서 소면도 못 올리고.... 요리엔 욕심이 많으니 담엔 내 맘대로 도전해 봐야겠어요.^^
많은 사람 대접하느라 정말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만나니 즐겁고 반가운 사람들, 앞으로도 자주 만납시다. 이제 집 다 완성되어 가니 (?) 글도 열심히 쓰시고.
예. 이제 열심히 글 쓰는 일만 남았습니다. 다음 모임엔 술꾼들까지 모두 모여 더 소란스런 밤을 맞았으면 좋겠네요.^^
우와~~ 멋진거요.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 고이 잠재워야거늘 그리움만 켜켜이 쌓여가네요. ㅎㅎㅎ 애쓰셨어요.^^ 행복했던 시간에 이렇게라도 초대해주신 한원선님 고마워요. 글도 사진도 맛갈스럽습니다. 장만하신 음식맛이랑 뭐가 더 맛나련가요? ㅎㅎ 으흐-군침돌아요.
음.... 딱히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네요. 저녁상이 9시나 다 되어서 차려졌으니 시장함이 젤 큰 반찬이 아니었나 싶어요...ㅎㅎㅎㅎ
원선님 고생했어요. 많이많이 고마웠구요... 그리고 그 집 멋진 주인장 나으리한테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와서 아쉬워요. 말수도 없으시고 조용히 웃기만 잘 하시던데... 좋은 낭군님이랑 애들이랑 행^복^하세요. 삼겹살 먹을 날을 기다리며...
저두 벌써 모두들 보고 싶네요. 하하호호 박장대소 하는 밤을 맞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요. 정말 반가운 사람들... 시절님의 몸보신을 위해 삼겹살, 등갈비, 목살... 다양하게 준비하겠습니다. 푸성귀는 마당에 많이 심을테니 와서 깨끗이 씻어 주시구요.^^
손님 치르느라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원선 님 댁 장수에 발걸음을 한 번 해야겠군요. 자주 얼굴 보면서 살아야지요. 리얼 식구들 맞이하니까 행복하셨지요? 그 벅찬 감격이 살맛나게 합니다. 다음 리얼 모임할 때는 아이들 방을 따로 만들어야겠네요. 지도교사는 없어도 되겠지요? 지들 끼리 잘 놀 터이니.
그러게요. 자주 얼굴 보면 없던 정도 생기고, 있는 정은 더욱 깊어지고...ㅎㅎㅎㅎ.. 참말로 행복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모여 조용히 놀 수 있게 군것질 거리를 많이 준비해 둬야겠어요. 하태성씨 아드님의 닌텐도 DS 덕분에 아주 조용했지만요.^^
노동가를 들으면서 잠들었던 그밤이 벌써 그립네요 산을 품고 살면 그리 고운건지 언니와 그 곁을 지키는 남편분을 보면서 그런 부러움을 가져 봅니다. 담에 뵐때는 칼질 잘할게요 ㅎㅎ 아름다운 사랑가 꽃피는 나날 되길...
네~~ 저두 칼 잘 갈아 놓을게요~~~ ^^ 만나서 반가웠어요. 서울까지 먼 길 가느라 고생 많으셨죠? 담엔 남편분과 아이들도 함께 모셔 오세요. 맛있는 과자 궈서 감동시켜 드릴게요.^^
고생많았네요...꼭 가고 싶었는데..봄에 노을이집에 갈때 들릴게요..^*^
아지랑이 가득한 꽃 피는 봄날, 장수 나들이 좋지요. 언제 오셔도 환영입니다.^^
원선언니 고생많았군요.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아요. 하하 그런데 언제 언니 얼굴보나? 미자도 왔던데.. ㅎㅎㅎ
설야가 안 와서 무지 섭하드만. 나중에 복숭아꽃이랑 앵두꽃이랑 필 때 놀러 와. 남자친구랑 오면 7첩반상 차려 줄게..^^
밖에서 밤새 놀고 술도 먹고 노래도 부르고 그럴 때, 별이 밤하늘에 총총할 때, 그럴 때, 꼭 봅시다. 그때는 여름인데, 근데 거기 산여울도 흐르오? 앞산도 첩첩하오? 사진만 봐서는 풍광을 모르겠어. 사람치레 힘든건데 고생 많았습다.
헌데, 미자, 라고 불리우는 저 아낙은 왜 낯바닥이 저리도 팽팽허야? 늙을만치 인제 낫살이 들지 않았는가?
앞산은 먼 지리산이 보이겠지요? 산여울은 이미 마른지 오래지만 지하수를 파 놓았으니 여름이면 빨간 다라이에 물 받아 놓고 아이들 물 놀이 하긴 그만이네요. 그 댁 미자씨도 함께 모셔 오세요. 이쁜 공주님들도 많이 컸을텐데 정말 궁금합니다.
아흣.... 저 이쁜 음식들이 군침을 삼키게 하는군요. 며칠을 감기로 앓아누웠다가 좀 나으면 일하고 또 누웠다가 일어났다가 했더만 신랑한테 맛있는거 타령을 하고 있군요. 원선님 처음 만나는 얼굴인데도 처음같지 않고 낮익은 얼굴이더이다. 자주자주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집도 좀 정리를 해야 할텐데.... 애고 엄두가 안납니다.
장수는 정말 많이 춥지요. 지대가 높아서 아직도 아침 저녁 추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황토집에 사시니 감기쯤은 금방 떨어질 것 같은데요. 바쁜 일 시작되기 전에 아기랑 한번 놀러 오세요. 맛있는 된장찌게는 언제고 끓여 드릴 수 있답니다. 참, 여기 막걸리 맛있는 건 아시죠? 오신 분들 모두 맛있다고 하던데, 고로쇠 대접 받은 것 막걸리로 갚아 드릴게요.^^
제일 진수성찬은 그 밤하늘에 심어둔 별자리들이더군요. 좋은 꿈만 많이많이 따시길... 트럭운전 멋졌어요.
음,,, 역시 시인은 다르다니까....ㅎㅎㅎㅎ.. 언제고 수정씨랑 관오랑 또 들려 주세요. 관오가 입이 짧은지 많이 먹는 것 같지 않더군요. 성용씨 말대로 여름에 한번 떼지어 모여서 삽겹살 잔치 해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