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님!
자은동, 아름답게 잘 표현하셨네요.
저녁노을을 보려고 아이들 손을 끌어당기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좋은 곳에 살면 따로 휴가를 갈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우리동네 이야기 하나 할게요.
해질 녘이면 막내 손잡고 구민운동장으로 달려갑니다.
왼쪽엔 금정산 오른쪽엔 낙동강과 김해의 넓은 들판으로
시야가 훤해서
가슴까지 탁 트이는 곳입니다.
북구 구민운동장은 초록의 넓은 잔디구장이 펼쳐지고, 각종 운동장과
흙이 있는 조깅코스와 둘레의 키작은 고운 꽃들이 방글거리며 맞아주지요.
해가 지면 하늘이 온통 장미빛 노을로 장관을 이루고
노을 닮은 고추잠자리가 허공을 수놓아요.
아이랑 배드민턴을 치면
잠자리가 느닷없이 끼어 들어 같이 치려고 하지요.
배드민턴 치다가 어두워지면
운동장 주위를 달리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죠.
이런 좋은 곳을 매일 올 수 있으니 아직 휴가를 못갔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안들 정도로 좋았어요.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얼마나 시원한지.
사람들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싸 온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웃이나 친지들끼리 정다운 시간을 보낸답니다.
변두리에 이사 온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라라님이 계시는 진해는 더 아름답고 자연의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그런 곳에서 키워야
가슴 속에 늘 아름다운 추억이 피어오르는
심성이 고운 사람으로 자랄 것입니다.
좋은 글 정말 잘 감상했습니다.
--------------------- [원본 메세지] ---------------------
해마다 우리집 피서지는 동해도 남해도 아니고
우리집 위에 랍니다.
일명 "육보장성" 이라고 자은동 냉천입니다. (여기는 진해시입니다)
상표가 그 물건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어 버리듯
육보장성이라는 음식점 이름 때문에 그 계곡이름이 그렇게 되버렸답니다.
굳이 여름이 아니어도 때도 없이 올라가지만
여름이면 그곳이 우리들 놀이터 랍니다.
오늘도 아이들과 올라가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아이들은 물장구치며 놀고 저는 책을 읽었죠. (신갈나무 투쟁기)
책 읽다가 너른 바위에 누워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에 흰구름, 초록빛 이파리
투명한 날개의 잠자리떼
정말 여름의 아름다움을 몽땅 느낄 수 있었어요.
내려 오다가 고추잠자리를 봤어요.
여름이 무르익었다는 신호같아요.
뭐든 익으면 떨어지는 법
여름이 아무리 펄펄 뛰어도
고추잠자리를 보면서 여름이 가고 있구나 싶어요.
우리집 베란다 앞 풀섶에도 해마다 어김없이 여치 소리가 들려요.
지금부터 가을내내 그 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냅니다.
자은동은 참 아름다운 동네랍니다.
집집마다 감나무에 초록빛 열매들이 익어가고
담장너머엔 능소화가 애달픈 전설처럼 활짝 피어
떨어집니다.
충무공 수련원 올라가는 길에는
흰 무궁화가 피어서 멀리서 보면 흰눈송이들이 달려 있는 듯 해요.
옥수수, 호박, 토란, 도라지, 벼 등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어
여기 있으면 자연 학습장에 따로 갈 필요가 없답니다.
저녁밥 하다가도 하늘이 발그스레 해지면
급하게 아이들 데리고 밖으로 나섭니다.
아이들이 엄마 왜 그래 하고 놀라 물으면
노을 봐라 너무 예쁘지 하면
아이들은 절 이상하다는 듯 쳐다 봅니다
사내아이들은 엄마가 노을 보러 밥하다가 뛰쳐 나오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눈치입니다.
이런 너무 사설이 너무 길었네요.
우리 동네가 너무 좋아서 주절주절 늘어 놓았네요.
무더운 여름이지만 예쁜 추억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