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
2017년 3월 19일 오후예배(3-40대 아삼사)
혹시 전우익 선생(1925-2004)의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라는 책을 읽으신 분 계신지요?
2002년도에 ‘mbc느낌표-책을 읽읍시다’에 소개되었던 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 사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얇지만, 내용은 아주 깊은 책입니다. 그는 무공해농사를 짓지만, 다른 사람들은 농약과 비료가 뒤범벅이 된 농작물을 먹고 있는데 몇몇만 안 먹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면 “혼자만 건강하게 살면 무슨 재민겨?”라고 했답니다. 그 말에서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라는 책의 제목도 나왔겠지요. 책의 내용은 농사를 짓고, 자연을 관찰하면서 느낀 단상들입니다. 그런데 그 단상들이 주는 감동은 아주 깊습니다.
이런 글이 있습니다.
‘세월은 가는 걸 본 사람도 나무가 크는 걸 본 사람도 없는데, 세월은 가고 나무는 자랍니다. 나무는 뿌리만큼 자란다고 합니다. 뿌리보다 웃자란 미루나무는 바람이 좀 세게 불면 나가 자빠집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가 나무를 지탱하고 있는데, 눈에 뜨이지 않는 일보다는 눈에 보이는 나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민심같이 느껴집니다.’
내면의 깊이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치중하는 현대인의 삶을 조용히 꾸짖는 내용입니다. 저는 거의 15년 만에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오늘날 교육에 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큰 아이가 11살 초등학생이었는데 이제 유치원에 다니던 막내가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사교육비였고, 아이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도 사교육이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새벽부터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오로지 ‘대학입시’라는 목표만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 대학만 들어가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취업이라는 목표만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나는 나대로 사교육비를 충당하느라 힘들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입시제도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며칠 전 2016년 월평균 사교육비가 25만6000원이라는 언론보도를 보았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이런 통계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금방 알았을 것입니다. 사실 교육부 발표는 차 떼고, 포 떼고 결국 알맹이를 다 뗀 채 ‘축소된’ 사교육비 통계입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계산했다고 하지만, 사교육을 하나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한 달 지출 0원’으로 계산해 평균을 낸 수치입니다. 게다가 자녀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드는 비용만 측정한 ‘반쪽짜리’입니다.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선 “차라리 초등학교 들어가면 좀 낫다”는 말이 나돕니다. 일곱 살까지는 각종 학원비가 줄줄이 나가다가 그나마 학교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 좀 낫다는 겁니다. 그러면 대학에 들어가면 혹은 대학을 졸업하면 사교육 끝일까요? 대학캠퍼스는 취업이란 새로운 경쟁의 시작일 뿐입니다. 강의가 끝나면 저마다 준비하는 시험에 맞춰 각자 학원으로 가고, 토익 점수를 만들러 ‘해커○’나 ‘파고○’ 같은 영어학원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러 노량진 학원에, 로스쿨을 준비하러 리트(LEET) 인강을 들으러 갑니다(한겨레 신문 2017년 3월 18일자 요약). 부모들은 유치원부터 취업할 때까지 20년 넘게 그놈의 ‘사교육비’를 만들어 댑니다. 그렇게 결혼하면 끝일까요? 맞벌이가 아니면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을 낳는다고 해도 맡길 곳이 있어야 합니다. 맡길 곳만 있으면 됩니까? 아이들 사교육비는? 그래서 요즘 젊은 부부들이 “애 낳느니 고양이를 기르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경쟁에서 뒤처지면 실패한다.’ ‘오로지 일등만 살아남는다.’ 이렇게 ‘각자도생’의 세상으로 내몰린 아이들이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라는 말은 왠지 뚱딴지같은 소리처럼 들리지 않을까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내면을 깊이 하라는 말도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리겠지요. 그런데 과연, 이런 삶이 우리 아이들이나 부모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든지 경쟁을 뚫고 일등을 하면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요즘은 ‘검색’의 시대입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일일이 다 머리로 외워야 했고, 계산해야 했고, 판단해야만 했습니다. 사법고시도 다양한 법조문뿐 아니라 판례를 다 외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검색’하면 됩니다. 과거에는 성경 말씀도 어떤 단어를 찾으려면 일일이 읽어야 했고, 다른 번역본 성경을 보려면 도서관에 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어플만 하나 깔면, 모든 번역본과 주석까지 다 볼 수 있습니다. 외국어도 그렇습니다. ‘컴퓨터 번역기’는 이제 일상회화는 거의 100%, 전문용어들이 포함된 것도 70%이상 모든 언어로 번역 가능합니다. 일일이 단어를 외우거나 문법을 공부할 필요가 없어질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머지않은 미래에는 자기가 원하는 언어 칩을 구매해서 뇌에 심으면 언어의 장벽도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하던 일들을 기계나 컴퓨터가 대신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요구되는 인간은 어떤 인간일까요? 컴퓨터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줄 아는 인간입니다.
기계나 컴퓨터가 제일 못하는 것이 뭘까요?
노는 것입니다. 쉬는 것을 못합니다. 그들은 쉬면 녹습니다. 그리고 공감의 능력이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신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신이 있다면 최초의 입력키를 누른 인간입니다. 미래의 시대는 지금처럼 공부 잘해서 성공하거나 행복하게 사는 시대가 아닙니다. 추상적인 말이지만, 잘 놀고, 공감능력과 유모 감각이 있고, 오늘 소개한 책 제목처럼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를 삶의 철학으로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체육 활동이나 미술 활동 같은 것과 돈이 안 된다고 도외시되던 예술방면의 재능, 건축과 의류 디자이너, 자기의 생각을 정리해 내는 글쓰기 능력, 인문학적인 소양 등이 겸비된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땅에서 잘되고 장수하는 비결로 ‘부모를 공경하라!’는 약속 있는 첫 계명으로 제시합니다.
여러분,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나길 원하실 것입니다. 오늘 저와 강사 목사님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들이 어쩌면 지금 여러분의 자녀에 대한 교육원칙에 대한 혼란을 가져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않아!’하고 그냥 지금의 방식대로 밀고 나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십시오. 부모세대와 아이들 모두 행복할 길이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둘풀도 입히시는 하나님을 신뢰하십시오.
이제, 이 시간 좀 더 구체적으로 교육현장에서 매일 아이들을 만나는 경험을 하시는 영생고등학교 교목실장이시며 동수원교회 청소년 교육담당이신 이원표 목사님을 모시고 ‘우리의 아이들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본 강의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나오실 때에 박수로 환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