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음력 7월)
음력 7월 15일(양력2012년9월1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가현리
경기도 무형문화재 23
경기도 김포시 통진면 가현리를 중심으로 전승, 보존되는 농상패놀이. 한 해의 농사 과정인 볍씨 뿌리기, 논갈이, 써래질, 못자리고사, 모찌기, 모내기, 새참먹기, 물꼬싸움, 두레싸움, 김매기, 벼베기, 탈곡하기, 섬쌓기, 풍년고사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놀이화한 민속놀이이다. 1998년에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되었다.
김포의 통진두레놀이는 한강과 임진강에 접하여 농업문화가 발달한 김포군 통진면 가현리 지역에서 행해왔다. 일제강점기의 문화말살정책으로 한때는 전통이 단절되어 전래되지 못하고 있다가, 광복이 되면서 이전의 전통을 이어받아서1960년대 중반까지 두레패를 조직하여 과거의 풍속을 다시 되살려놓았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영농의 기계화와 농약이 점진적으로 사용되면서 다시 조금씩 자취를 감추게 되어 일부 마을에서만 전해지게 되었다. 농촌의 근대화 과정과 맞물려서 통진두레놀이의 전승이 단절될 위기 속에서 통진두레놀이보존위원회가 중심이 되어서 생존해 있던 김포 지역의 고로(古老)들과 상쇠 선소리꾼을 찾아 김포지방에서 구연되던 농요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두레를 조직하여 농사를 짓던 과거의 모습을 조사하였다. 이와 같은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통진두레놀이는 오늘날까지 전승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였으며, 1997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고, 1998년에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되었다.
김포의 통진두레놀이 재현에는 200여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데 특히 통진면부녀회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두레는 집단적 노동 조직으로서 두레 자체의 의례와 놀이를 가지고 있다. 또 두레와 세시의 관계도 중요한데 전국적으로 두레를 결산하는 칠석과 백중이 최대의 농민잔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김포의 통진두레놀이에서도 백중을 전후해서 이루어지는 김매기에 관련된 내용이 많이 들어 있으며, 농민들의 진솔한 농촌 생활을 반영해주는 다양한 농요가 잘 보존되어 있다.
김포의 통진두레놀이는 전반적인 농사 과정을 잘 보여 준다. 볍씨뿌리기에서는 재를 뿌리고 밀대질을 하여 못자리를 만들어 볍씨를 뿌리고 그 뒤에 소고놀이로 볍씨 뿌리는 장면을 연출한다. 논갈이와 써래질은 논으로 흘러내린 흙을 올리는 가래질과 소에 멍에를 얹어 쟁기질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써래질을 하는 농사의 과정을 상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통진두레놀이의 내용에는 고사를 지내기도 있는데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못자리고사를 지낸다. 이것은 한해의 농사를 시작하면서 못자리의 입종이 잘 되어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모찌기는 두레와 논갈이 소를 앞세우고 농악을 치면서 농부들은 농요를 부르면서 모찌기와 논갈이를 하는 과정이다. 모찌기가 끝나면 모내기가 시작되는데 못줄을 사용하지 않고 마름모 간격으로 모내기를 한다. 이전에는 망종(芒種) 이전에 모내기를 마쳐야 제대로 수확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두레와 같은 집단적인 노동 조직이 필요했던 것이다. 모내기를 마치면 모를 낸 농민들이 모두 함께 모여 흥겨운 농악놀이를 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노동에서 오는 피로를 풀고 다른 한편으로는 농민들 간에 화합을 다지는 좋은 기회이다.
모내기가 끝나면 새참먹기를 하는데 논에서 나올 때 손발을 씻고 우장이나 삿갓을 들고 새참을 먹는다. 두레라는 공동 작업은 고된 일이기는 하지만 새참먹기와 같이 막걸리 마시는 시간과 농악을 즐기는 시간이 틈틈이 있어서 노동의 효과를 더욱더 극대화한다. 새참먹기가 끝나면 물꼬싸움이 벌어지고 이것은 다시 두레싸움으로 이어진다. 두레싸움은 두레패의 상징인 농기를 빼앗는 놀이이다. 전통적인 농촌 마을은 대부분 두레가 있고 두레를 상징하는 농기(農旗)가 있는데, 농기에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쓴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며 때로는 용의 그림을 그린 것도 있고, 드물기는 하지만 ‘신농유업(神農遺業)’이라고 쓴 것도 있다. 김포의 통진두레놀이에서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쓴 농기가 등장한다.
두레싸움은 남의 논물을 종가래꾼이 자기 논에다 끌어 대려고 하다가 서로 싸우게 되면서 마을 간의 다툼으로 번진다. 마을 간의 두레패는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상대의 두레기를 먼저 뽑으면 이기게 된다. 김포의 통진두레놀이에 가현마을의 두레패와 이웃 들뫼마을의 두레패 간의 싸움이 묘사되어 있다. 결국 두레싸움에서 가현마을이 이기게 된다. 가현마을에서는 들뫼마을의 항복을 인정하고 들뫼마을을 향하여 두레기를 한 번 돌리고 들어간다. 들뫼마을에서는 절을 세 번 하고, 인사를 받은 가현마을에서는 빼앗은 장목(깃대 끝에 꾸밈새로 다는 꿩의 꽁지털)을 들뫼마을의 두레기에 다시 꽂아준다. 그리고는 두 마을은 화합하고 전체 두레패들은 모두 하나로 어우러져서 화합을 다지는 놀이를 벌인다.
두레패 사이의 물고싸움과 두레싸움이 끝나면 두 마을의 화합이 이루어져 모두 함께 김매기를 시작한다. 마름모꼴로 심은 논의 김매기는 논두렁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며 김을 맨다. 작업 도중에 막걸리 참이 들어 있다. 두레의 김매기에는 보통 공동 오락, 공동 노동, 공동 식사의 세요소가 두루 갖추어져 있다. 김포의 통진두레놀이에서도 두레가 가지는 공동체적인 요소가 잘 나타나 있다. 김매기가 끝나면 벼베기, 탈곡하기, 섬쌓기 등의 과정이 이어지며 통진두레놀이에는 마지막 과정으로 풍년고사가 있다.
김포의 통진두레놀이는 일년 동안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집단적인 노동의 조직을 통하여 농악과 농요를 가지고 노동의 고단함을 달래며 마을 주민들 사이의 화합을 다졌던 내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인 농경문화의 전 과정을 풍년고사, 소고놀이, 물꼬싸움, 두레싸움과 같은 농경의례 및 민속놀이와 더불어서 완전하게 재현한 총체적이고도 흥겨운 두레놀이인 셈이다.
김포의 통진두레놀이는 계절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우리 조상들의 효율적인 생업현장을 잘 대변해준다. 가령 전통적인 농촌 마을에서는 농번기가 되면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작업을 하는데, 이러한 두레는 대개 모심기, 김매기, 나락베기, 보막이 등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모내기철은 농촌에서 가장 바쁜 때이며, 김매기철은 한해 중에서 가장 더운 때이기 때문에 개인이 혼자서 농사일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이 든다. 따라서 두레패를 만들어 구성원들의 논을 다니면서 풍장을 울리고 공동으로 노동하고 함께 참을 먹고, 노동이 끝난 뒤에는 다시 농악을 치면서 함께 어울리는 과정을 통하여 농경생활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통진두레놀이는 생업현장에서 노동과 오락이 함께 아우러지기 때문에 꽹과리를 중심으로 하여 징, 북, 장구, 소고, 제금 같은 악기도 잘 갖추어져 있다. 30~40명의 농군이 아침에 일을 시작하기 전이나 점심을 먹은 뒤와 같은 쉴 참에 논둑에 꽂아 놓은 농기 아래에서 흥겹게 한바탕 논다. 그리고는 장구잡이와 꽹가리, 징, 북잡이 등을 남겨놓고 모두 논에 들어가서 일을 한다. 일의 동작에 따라 농부가 풍년가에 맞추어 농악을 울리고 선소리꾼의 앞소리를 농부들이 후렴으로 받아 넘기면서 일을 한다. 이렇게 하면 피로를 잊고 농사일을 능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집에서 한 사람씩 동원되는 것이 보통이며 한 마을의 성인 남자는 모두 두레꾼이 되어 참여하는 두레는 마을 공동체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강화하고 마을의 생업활동 효과를 드높이는 우리 고유의 대표적인 협동 조직이다.
두레놀이는 일년 중 농사 일로 가장 바쁜 때인 음력으로 5월부터 농사의 중요한 일이 거의 끝나는 백중 때까지 주로 행하여지는 놀이이다. 김포의 통진두레놀이는 한해의 농사와 관련해서 중요한 과정을 대부분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모내기와 김매기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음력 칠월은 농사의 중요한 과정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이므로 두레놀이가 최절정에 달하게 된다. 곧 7월 15일 백중을 전후하여 농부들은 그동안의 힘든 노동을 위로하고 이듬해 농사를 위한 노동의 결속을 재확인하는 두레놀이를 대대적으로 펼치는 것이다. 따라서 김포의 통진두레놀이 속에는 시간의 순환 질서인 세시풍속과 마찬가지로 생업 현장의 질서인 농사 과정도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자손 대대로 이어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과 여건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면서 노동과 오락을 함께 조화시켰던 조상들의 지혜가 녹아 있다.
경기민속지Ⅲ, 2000
경기도의 민속예술, 1997
주강현. 한국의 두레1. 집문당, 19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