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0 1 0 1 1 1 0 1 0 1 1 1 1 0 1 0 0 1 0 0 1 0 1 |
1 0 1 1 |
1 1 0 0 0 1 |
1 |
(1)올바른 부호열
0 0 1 0 0 1 1 0 1 0 1 1 1 1 0 1 0 0 1 0 0 1 0 1 |
1 0 1 1 |
1 1 0 0 0 1 |
1 |
(2)잘못된 부호열
부호열의 우측끝과 하단 끝은 검사점이다. 검사점은 수직,수평으로 이중으로 정보점의 1의 개수를 검사한다.그래서 짝수이면 0으로,홀수이면 1로 표기한다. (1)은 신호가 정확히 도착했다는 것을 확인해준다.(2)는 첫 번째행의 1의 개수는 짝수개인데 1이 되어 있고 다섯 번째 열은 홀수개인데 0으로 되어 있다.첫째 행과 다서번째 열이 교차하는 위치의 부호를 1로 바꾸면 정보점과 검사점이 일치한다.그래서 이 검사점에 기초해서 수신자는 정보원에 조회해 보지 않고도 0을 1로 수정할 수 있다.
물론 이 논의는 사태를 극도로 단순화시킨 것이다.그러나 우리의 언어에도 이와 동일한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화자가 100% 정확하게 말해야만 청자가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한다면 우리의 언어생활은 성립할 수 있다.화자의 부정확한 발성은 말할 것도 없고 담화의 환경 자체가 여러 가지 소음으로 가득차 있다.이러한 잡음(noise)속에서 정확한 의미전달이 가능하려면 그러한 잡음을 제거해줄 수 있는 오류수정코드가 언어에 내장되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
더 강력한 오류수정코드는 구문론적인 것이라기 보다 의미론적인 것이다.예컨대 "아버지 가방에 들어오셨다"고 말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아버지가 방에 들어오셨다"고 옳게 새겨 듣는다.그리고 "Time flies like arrow"를 "시간파리는 화살을 좋아한다."고 새길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은 화살처럼 흐른다."고 옳게 새겨 읽는다.
아래 문장은 잘못된 문장이지만 여러분은 아마 이것을 바르게 읽고 있을 것이다.우리 뇌속의 오류수정코드가 자동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사실 이것 때문에 인쇄교정시 틀린 부분을 놓치기도 한다.
모국어를 구사하는 담화자들 사이에는 이러한 오류수정기능이 상호작용하고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이것이 없다.그래서 약간의 잡음이 개재해도 전체 맥락을 놓쳐 버리고 만다.그러나 현실의 담화상황은 테이프에 리시버를 꼽고 듣는 이상적 상황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잡음-발신자가 만드는 잡음에서 외부 잡음까지-으로 가득차 있다.이것이 현지 언어상황에 떨어졌을 때 우리를 막막하게 만드는 것이다.정확한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과 부정확한 언어를 정확한 언어로 교정하고 수정하는 능력은 별개의 능력이다.우리가 언어를 배울 때 현지에서가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후자이다.
이러한 담화상황과 전달상황에 대한 체계적 논의는 샤논(Claude E.Shannon)에서 시작된다.여기서 그의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2. 샤논의 정보이론
샤논은 1948년 "통신의 수학적 이론"(A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이라는 혁명적인 한편의 논문을 발표했다.벨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그는 전화,전보,라디오 등에서 통신상의 잡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적 기초로써 이 문제를 연구했다.이것은 2차세계대전 동안 암호해독에 종사했던 그의 경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논문은 정보를 수량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고찰하여 "정보량"(information content)의 정의를 세우고 이것을 통해 통신의 효율화를 비롯한 정보전달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론적 기초를 제공했다.3)
샤논은 정보단위로서 2진법 또는 비트를 택했다.비트는 갤런,온스,인치가 각 부피,무게,길이의 측도인 것처럼 정보량의 측도이다.1비트는 2가지의 똑같은 확률을 가진 메시지 가운데 하나의 선택이다."그것이 이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예" 또는 "아니오"의 답이 가능하다."예"는 메시지를 받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데 왜냐하면 그는 가능한 두 선택지 가운데 어느 하나가 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아니오"라는 답도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데 답이 첫 번째 것이 아니라 두 번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2개의 부호-"예"는 1,"아니오"는 0-로 되어있기 때문에 아주 융통성 있는 코드이다. 1은 무선 또는 전신 채널을 통해 전기적 임펄스의 형태로 송출하고 0은 임펄스가 송출되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다.또는 "온"(on),"오프"(off)의 스윗치 형태로 표현할 수도 있다.비가 오고 있는지 아닌지 애매하다면 "비가 오고 있는가?"라고 물으면 된다.1또는 0의 송출이 답을 제공해줄 것이다.똑같은 것이 동전을 던져서 앞,뒤 어느것이 나올 것인가의 선택에,룰렛에서 붉은 것 또는 검은 것이 나올 것인가의 선택에,짝수가 나올 것인가 홀수가 나올 것인가의 선택에도 적용가능하다.
다음 카드 맞추기 게임을 생각해 보자.4)
"여기 세로 가로 4장씩 16장의 트럼프가 있다.이중 한 장만 머릿속에 점찍어 두시오"
"예,점찍었습니다"
"그것은 상단에 있는가?"
"그렇습니다"
"그럼 상단의 오른쪽 반에 있는가?"
"아닙니다"
"그럼 왼쪽 반의 상단에 있는가?"
"아닙니다"
"그럼 하단의 오른쪽에 있는가?"
"그렇습니다"
"당신이 점찍은 것은 크로바3이군요"
최종적으로 그 답을 알기위해서는 다음 세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카드의 수.여기서는 16장이므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알아맞힐 확률은 1/16이다.
둘째,상대의 대답의 종류.여기서는 예,아니오 두 종류만 허용된다.
셋째,질문횟수.여기서는 4회이다.16장의 카드에서 특정 카드를 알아맞히는데는 4회의 질문이 필요하다.
이 셋종류의 수치는 다음과 같은 수식으로 표현된다.
24 = 16
이것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W = 2n
여기서 W는 카드의 수이고 n은 질문횟수이다.카드의 수가 알려지면 알고자하는 것을 확정지우는데 필요한 질문의 수가 결정된다.4회의 질문으로 16장의 카드속에서 한 장을 알아맞힐 수 있다.이것은 거꾸로 말하면 16장의 카드에서 1장을 알아맞히는데는 4회의 질문이 필요하다.이것을 수식을 나타내면 log216=4이다.
이것을 일반식으로 나타내기 위해서 양변에 log를 취해서 n에 대해서 정리하면 된다.
logW = n log2 → n = logW/log2
n = log2W
앞서의 예에서 카드의 수는 16이므로 log216이 되어 n은 4가 된다.이 n이 정보량이다.이것의 단위가 비트(bit)인데 비트란 두가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정보량의 단위다.그러므로 16장의 카드에서 어떤 특정 카드를 고르는 정보는 4비트이다.샤논은 이것을 확률적 방식으로 표현했다.16장 가운데 1장을 고를 확률은 1/16이므로 이것을 n = -log21/16로 표기하면 그 값 n은 앞서와 같이 4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상의 확률을 p라고 했을 때 이 n을 확률을 사용해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n = -log2P
이 식을 사용해서 다음의 경우 정보량을 구해 보자.
주사위를 던져서 짝수의 눈이 나타날 사상을 E1,2의 눈이 나타날 사상을E2,어느 것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는 사상을 E3라 할 때 각 사상의 정보량은 얼마일까?
짝수의 눈의 경우 확률 P(E1)은 1/2이고 그것의 정보량 n은 -log21/2=1 즉 1비트이다 .눈이 2가 나올 확률 P(E2)은 1/6이고 그것의 정보량 n은 -log21/6=2.584962..비트이다.주사위 눈이 어느것인지 알수 없다는 것은 주사위 눈이 1,2,3,4,5,6 중 어느것일 것이라는 것이므로 그것의 확률P(E3)=1이다.그러므로 그것의 정보량 n은 -log21,즉 0이다.
눈이 2가 나올 정보량은 2.584962..비트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한는 것일까?그것을 확정짓기 위해 최대 3회의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운이 좋다면 2회로 확정될 수 있다) 즉 6개의 눈을 임의로 두 무더기로 나누고 이것이냐고 묻는다.만일 아니라면 나머지 무더기 3개중에 하나인 셈이다.이것을 다시 둘로 나누는데 하나는 2개이고 다른 하나는 1개이다.2개인 것을 지적하면서 이것이냐고 묻는다.만일 아니오라면 나머지 1개가 찾고 있는 그것으로 확정된다.2회 질문으로 완료됨으로 2비트이다.만일 예라면 또 한번의 질문이 필요함으로 3비트가 된다.그러므로 2비트와 3비트 사이의 중간에 있는 값인 2.58..비트가 그것의 정보량이다.이것을 통해 분명해지는 것처럼 정보량이란 그 사상에 대해 모르는 정도에 대한 양이라고 할 수 있다.이것을 엔트로피라고 하는데 여기서 이 샤논의 정보량은 볼츠만의 엔트로피와 같은 의미임이 드러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각 사상이 동일한 확률로서 발생한다고 가정했다.붉은 공과 흰공이 각 1개씩 있을 때 그것의 정보량은 1비트이다.그러나 8개의 붉은 공과 2개의 흰공이 한 상자에 들어 있을 때 그것의 정보량은 몇 비트인가?1비트라고 할 수 없는데 붉은공과 흰공의 확률이 다르기 때문이다.이 때는 각 사상의 정보량을 평균함으로써 그 계의 정보량을 얻을 수 있다.이것은 다음식으로 표현된다.
n = -P1log2P1 - P2log2P2
10개 가운데 8과 2의 확률은 각각 P1=8/10.P2=2/10이므로 정보량은 다음과 같다.
-4/5log2(4/5)-1/5log2(1/5)=0.32....비트가 되어 등확률일 경우 보다 "정보량이 적다." 이 말의 의미를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것은 그만큼 모르는 정도 즉 엔트로피가 적다는 것이다.이것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다음의 예를 보자.
영어에서 각 알파벳(공백포함)은 단어에서 동일한 확률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영어사전을 보면 e가 발생빈도가 가장 높고,z가 빈도가 가장 낮다.아래에 각 알파벳의 발생빈도가 나와 있는데 이것을 이용해서 알파벳의 정보량을 구해 보자.5)
문자 |
발생확률 |
문자 |
발생확률 |
공백 |
0.1859 |
N |
0.0574 |
A |
0.0642 |
O |
0.0632 |
B |
0.0127 |
P |
0.0152 |
C |
0.0128 |
Q |
0.0008 |
D |
0.0317 |
R |
0.0484 |
E |
0.1031 |
S |
0.0514 |
F |
0.0208 |
T |
0.0796 |
G |
0.0152 |
U |
0.0228 |
H |
0.0467 |
V |
0.0083 |
I |
0.0575 |
W |
0.0175 |
J |
0.0008 |
X |
0.0013 |
K |
0.0049 |
Y |
0.0164 |
L |
0.0321 |
Z |
0.0005 |
M |
0.0198 |
|
|
n = -0.0819 log0.0819 -0.0642 log0.0642 - ..... -0.0005 log0.0005 = 4.08비트.
이것을 수식으로 간단히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만일 모든 알파벳이 똑같은 확률로 발생한다면(이 경우 엔트로피가 가장 높다.) 정보량은 log227=4.754887..비트이다.영어알파벳은 발생빈도를 달리함으로써 정보량 즉 엔트로피를 줄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여기서 실제 정보량(엔트로피) 4.08을 최대정보량(최대엔트로피) 4.754887..로 나눈 값 0.848을 "상대 엔트로피"(relative entropy)라고 하고 1에서 이것을 뺀 값을 "린던던시"(redundancy)라고 한다.영어 알파벳의 리던던시는 1-0.848=0.152이다.
일반적으로 상태의 수(가능경우의 수 즉 선택지)가 많을수록 엔트로피가 커질 것이다.그러나 상태의 수가 대단히 커서 겉보기에는 큰 엔트로피를 가질 것 같은 정보원에서도 각 상태들의 확률분포에 따라 엔트로피가 줄어들 수 있다.언어의 경우 각 알파벳 마다 빈도를 달리함으로써 엔트로피를 상당히 줄이고 있다.이 감소의 정도를 리던던시라고 한다.
우리의 컴퓨터 자판기의 키는 모두 똑같은 크기로 되어 있다.원숭이가 이 자판기를 제멋대로 두드린다면 여기서 의미있는 문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베넷(W.R.Bennet)은 세익스피어의 햄릿의 "죽느냐,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or not:that is the problem)는 문장을 만들어 내는 데는 1조마리의 원숭이가 초당 10개의 키를 두드리는 속도로 시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주가 존재해온 시간의 1조배가 걸린다는 계산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자판기의 키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면 사정은 달라진다.예컨대 빈도가 높은 e 키는 가장 크게 하고, t,r,s키는 중간크기로.그리고 x나 z키는 아주 작게 한 자판기가 있다고 하자.원숭이는 제멋대로 키를 두드리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은 앞서처럼 완전히 제멋대로는 아닐 것이다.이것은 키의 비대칭적 크기가 리던던시를 생성시킴으로 엔트로피를 상당히 줄여 놓았기 때문이다.이 자판기로 원숭이가 "죽느냐,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타이프해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지 모른다.
알파벳의 빈도를 달리함으로써 엔트로피를 줄이는 이 방법을 1차근사라 하는데 이외에 엔트로피를 줄이는 많은 방법이 있다.6) 리던던시의 또 다른 형태는 단어 속에 어떤 철자가 나타날 확률이 그것에 선행하는 철자에 의존하는 방식이다.한 예로 e앞에는 i가 온다. 다만 e다음에 c가 올 경우는 예외이다.그래서 주어진 철자의 열에 후속하는 철자를 예측하기가 쉽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th다음에 모음이 올 확률이 높다. 또 q가 주어지면 그 다음 a,u가 올 확률은 거의 100%이다.
샤논은 영어텍스트에서 리던던시의 양을 산출하려는 몇가지 방법을 시도했다.7)그는 예측가능성을 만드는 과외의 정보를 제거함으로써 문장의 메시지를 압축하기 위해서 암호에 관한 그의 지식을 사용했다.그는 무작위적으로 글자를 타이프해서 쓰레기문장을 만들었다.그리고 나서 리던던시의 규칙들을 부가시켜감으로써 그 문자열의 통계적 분포가 영어 문자열의 그것에 점점 근접해 가도록 만들었다.
그는 또 여러 게임을 고안했는데 책의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한 문장의 첫 철자를 크게 읽도록 하는 것이다.게임 당사자에게 다음 철자,그 다음 철자 그래서 문장의 끝의 철자 까지 추측해 보도록 한다.게임 당사자가 잘못된 추측을 하면 그 단서로서 정확한 철자를 가르쳐준 다음 다음 철자를 추측해 보도록한다.그 게임의 한 결과가 아래에 나와 있다.문장안에 있는 밑줄은 정확한 추측을 했음을 나타낸다.글자가 쓰여져 있는 것은 추측이 틀려서 교정해 주었음을 나타낸다.
THE ROOM WAS NOT VERY LIGHT A SMALL OBLONG READING LAMP ON
----R--------- NOT-V----- I------SM----OBL-----REA---------- O-
THE DESK SHED GLOW ON POLISHED WOOD BUT LESS ON THE SHABBY
----D----SHED-GLO--O--P-L-S------O--- BU--L-S--O------SH-----
RED CARPET
RE--C------
이 문장은 103개의 철자로 되어 있지만 게임당사자는 단지 40개만을 제시받아서 이 문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이 단서만을 받아서 그는 완벽하게 다음 철자를 예측할 수 있었다.요컨대 63개의 철자는 철자규칙,구조,의미를 이미 알고 있는 게임당사자에게는 리던던시이다.
샤논은 한번에 8개의 철자로 된 샘플의 경우 약 50%가 리던던시라는 결론을 내렸다.물론 샘플의 길이가 길어진다면 리던던시는 훨씬 더 커진다.100개의 철자로 된 문자열에서는 리던던시는 대략 75%로 까지 올라간다.한 페이지 또는 한 장을 고려할 때는 독자가 주제와 문체를 포함한 텍스트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리던던시는 훨씬 더 높아진다.우리가 쓰고 있는 것의 대부분은 언어의 구조의 요구에 의해 강요되고 있는 것이라고 샤논은 말하고 있다.작은 부분만이 우리에게 허용된 자유이다.
.리던던시는 오작동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방법이다.이 리던던시의 의미에 대해 폰노이만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리던던시는 우리로 하여금 말하자면 10페이지 이상되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다.요컨대 최대로 압축된 언어는 어떤 복잡성의 한도 이상의 정보를 전달하는데는 부적절하다.왜냐하면 텍스트가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를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기 때문이다.이것은 원리적 문제이다.그래서 당신이 작업하고 있는 매체의 복잡성은 리던던시와 상당한 연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귀결된다.8)
리던던시는 소음과 잡음의 혼효속에서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송신하고 수신할 수 있도록 한다.이것이 메시지의 송신과 수신사이에 잘못된 것을 수정하고 교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이 리던던시 하에서만 신뢰성있는 교신이 가능하다.외국어를 배울 때 정말 배우기 어려운 것은 그 언어의 리던던시이다.이 리던던시가 부여된 언어학습을 우리는 통상 현장학습이라고 부른다.그만큼 외국어의 학습에서 현장이 중요한 것이다.사실 정확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부정확한 메시지를 정확한 메시지로 수정하고 정정하는 능력의 습득이 어려운 것이다.이것이 결여되어 있음으로 해서 사소한 교란에도 메시지는 잡음속에 묻혀 버리고 전혀 그것을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3.리던던시의 양면
리던던시는 "잉여" 또는 "중복"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사실 잡음에 의한 교란을 막는 가장 기초적인 방식은 동일한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이다.그래서 전화상으로 전화번호를 알려줄 때 123국에 1234라 해놓고 다시 "하나,둘,셋에 하나,둘,셋,넷"으로 다시 한번 반복한다.언어에서 사용되고 있는 리던던시는 이것 보다 훨씬 더 교묘한 것이지만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문법"(grammar)이다.우리는 언어생활에서 문법을 경시하지만 그것을 경시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것이 언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그것은 아주 큰 리던던시를 갖고 있어서 어지간히 그것을 어기더라도 메시지는 큰 손상을 받지 않고 전달될 수 있다.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하나의 잘못이 전체의 뜻을 완전히 손상시켜 버리고 말 것이다.그 경우 언어상의 표현의 자유는 극도로 제약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그래서 역설적이지만 언어에 대한 문법의 강력한 제약이 있기 때문에 언어의 창조적 사용이 가능하다.
흑인영어(Black English)를 옹호하는 논의가 최근 미국에서 있어 왔다.9)일상 영어구문은 더 압축해도 정보내용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윌리암 래셔(W.Lasher)는 이것을 언어의 장황성을 줄이고 간명성을 살려내는 창조적 행위라고 옹호한다.그는 흑인영어 가운데 리던던시가 제거된 몇가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그 예로 "우리는 지난밤에 야구시합을 했다."(We was at the ball game last night),"메리가 다섯장의 카드를 가졌다."(Mary had five card)의 두 문장을 들고 있다.첫 문장에서 "was"를 쓰도 상관없는데 동사가 복수형이라는 것은 주어가 we인 것으로 보아 명백하기 때문이다. 복수명사로 충분히 알 수 있는데 다시 복수동사를 사용하는 것은 중복이며 언어를 복잡하게 할 뿐이다.두번째 문장에서는 "card"라는 단어에서 "s"를 생략한 것은 "five"라는 단어의 사용이 "card"가 복수라는 것을 이미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다시 card뒤에 s를 붙여 문장을 복잡하게 할 필요가 무엇이 있는가? 그래서 래셔는 흑인영어를 언어를 단순화하려는 논리적인 시도로 보았다.
그러나 이 반대진영에 속해 있는 존 시몬(J.Simon)은 영어의 순수성을 지켜야한다는 단호한 입장인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지적하고 있다."five does"(다섯 마리의 암사슴들)가 복수라는 것을 접미어 's'가 재확인하고 있다.화자가 'fine cards'라고 잘못 말했을지도 모르지만 청자는 접미어 s를 단서로 이것이 fine이 아니고 five라고 수정해서 들을 수 있다."
사실 언어의 간명성만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언어의 단순한 압축이 능사는 아니다.그 압축을 통해서 자칫 오류수정코드를 잃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일상언어는 역사적으로 이 둘의 균형점에서 결과된 것일 것이므로 이 이상의 압축은 언어생활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무엇을 전달하는 효율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전달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우리가 사는 세계는 추상적 수학의 세계가 아니라 잡음으로 가득찬 현실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리던던시는 정보의 엔트로피를 줄여줌으로써 표현의 자유의 공간을 넓혀 준다.흑인언어가 언어를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있는 것도 이 리던던시가 부여한 자유로 해서이다.그러나 이 리던던시가 부여하는 자유는 어떤 한계안에서의 자유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그 자유는 말하자면 법적 자유와 비슷하다.
그러나 또 다른 유형의 자유가 있다.이것은 한계를 넘어서서 나아갈려고 하는 자유이며 창조적 행위,새로움의 추구를 가능하게 하는 자유이다.이 자유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역설적으로 또 이 리던던시이다.새로움의 추구자에게는 이 리던던시는 상투성의 멍에로 보인다.그것은 동일한 것을 지루하게 반복하고 있는 장황성으로 보인다.그는 리던던시를 집어 던짐으로써 새로운 신천지를 꿈꾼다.상투적 일상성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 신천지를 드러내고자 하는 창조적 충동으로 그는 언어의 한계를 넘어가고자 한다.詩가 난해한 것은 일상적 문장에서처럼 그것을 문맥내에서 이해가능하게 해주는 일체의 상투적 도식을 집어 던져 버린데서 온다.
제임스 조이스(J.Joyce)는 새로움에 대한 고양된 탐색속에서 언어규칙들 몇가지를 멀리 던져버림으로써 자신의 자유를 확장했다.그는 "피네간 전야"(Finnegan Wake)에서 가능한 메시지의 훨씬 더 큰 다양성을 시험했다.10)
The howsayto itishwatis hemust whomust worden schall. A darktongues,kunning.O theperil! Ethinop lore,the poor lie.He askit of the hoothed fireshield but it was undergone into the matthued heaven.
여기서 아주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이 글에는 오류제어장치가 없다.아주 이해되지 않는 구절을 만났을 때 그것이 나의 이해력이 부족으로 인한 것인지, 잘못 인쇄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가 있다.그것을 판정해줄 여분의 리던던시가 없기 때문이다.이러한 문제는 비단 詩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사실 유명한 철학적 고전들은 거의가 이런 논쟁 거리를 한둘은 다가지고 있다.화이트헤드(A.N.Whitehead)의 난해한 저서 『과정과 실재』( Process and Reality)도 아직 이 논쟁에 휩싸여 있다.어떤 평자는 도저히 이해 안되는 그 구절을 빼고 읽으면 전체 문맥을 정합성있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은 미스프린트이든지 저자의 실수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또 어떤 평자는 그러한 해석의 태도는 고전을 자기류로 재단하려는 독단적인 태도이며 가능한한 정합적으로 해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사실 전자의 입장은 고전을 자기류로 해석함으로써 그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한 의미를 자칫 놓칠 위험성이 있다..왜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가? 그 의미가 분명하지 않고 다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은 것은 그것이 새로움의 창조이기 때문이고 새로움은 그 속성으로 해서 리던던시의 상당한 부분을 포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리던던시를 보존하고자 하는한 그 시대의 상투성을 극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창조는 항상 잡음 또는 넌센스(nonsense)의 가장자리에 있다.상투성과 규격성의 탈출에 성공했을 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신천지가 아니다.입을 쩍 벌리고 있는 혼돈의 아가리이다.순간적 당혹,후회,공포 그리고 머뭇거림이 따라온다.그 다음 무엇이 일어날까? 혼돈의 바다속에 작은 포말을 일으키며 잠겨 버릴까?그럴수도 있다.그러나 어쩌면 천지가 개벽하는 천둥소리를 일으킬지도 모른다.이것은 신화의 창조설화속에 되풀이 변주되고 있는 주제이다.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위에 있고,하느님의 영은 물위에 움직이고 계셨다."『성서』는 창조의 전야를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창조는 혼돈을 길들이는 작업이다."하느님이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하시니,빛이 생겼다.그 빛이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다.하느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셔서 빛을 낮이라 하시고 어둠을 밤이라고 하셨다...."
그리이스 신화는 동일한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변주하고 있다.헤시오도스(Hesiodos)는 『신통기』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카오스,커다랗게 벌어져 있는 심연이 먼저 탄생했으며 이어서 광대한 중심부에 영원히 자리를 잡은 땅 가이아가,그리고 불멸의 신들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로스가 탄생해 사지를 해체하고 가슴속에서 신들과 인간들을 풀어 냈다."
혼돈과 혼돈의 가름 그리고 창조는 태초에 한번 일어났던 시원적 사건이 아니다.이것은 '살아있음'에 항상 붙어다니고 되풀이해서 재현되는 통과의례이다.오늘도 시인은 언어의 상투성속에 새로운 이미지를 창줄시키기위한 불가능한 작업에 밤을 새운다.넌센스의 언저리에서 머뭇거리면서 진통하고 있다.그러나 그는 혼돈의 아가리와 마주보지 않고는 그 과업을 수행할 수 없다.그러나 하얗게 밝아오는 일광은 그 창조의 흔적을 사정없이 지워버린다.밤의 미혹 ,넌센스였던 것이다.그러나 가끔은,정말 가끔은 넌센스와 상투성의 가장자리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이미지를 잡게 된다.그것이 바로 개벽이다.창조는 바로 지금도 재현되고 있는 사건이다.
이 신화적 행위를 철학의 언어로 바꾸어 보자.헤시오도스의 운문을 철학의 언어로 포착한 철학자가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이다.그는 우주의 원질 즉 아르케(arche)를 '무한정자'(to apeiron)라고 명명했다.자신의 스승 탈레스가 말한 '물'과 같은 것은 아르케가 될 수 없다.물처럼 "어떤 성질을 가진 것"은 그 규정성 때문에 이미 새로운 것을 산출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그것이 이미 물이라면 그것이 어떻게 그 반대자인 불을 산출할 수 있겠는가?그러므로 만물의 모태가 되는 아르케는 순수히 무규정적인 것,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그것이지 않으면 안된다.이것은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무'(nothing)이다.그러나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것"(everything)이다.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을 뒤에 순수 '가능태'(dynamis)라고 이름 붙였다.그리고 규정하는 것 이것이 혼돈의 가름이고 '현실태'(energia)이다.
현실태는 질서이지만 다른면에서 무엇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상실이다.곧 상투화와 규격화의 길을 밟으면서 창조성은 점점 소진되어 간다.그런면에서 혼돈으로의 회귀는 새로운 창조를 위한 출발이라는 적극적 면을 갖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그것은 질서의 철저한 해체이다.자신이 가진 일체의 규정성을 捨象하는 것 이것이 불교의 空의 논리이다.
만일 모든 존재가 자성이 있다면 어떻게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겠는가? 만일 모든 존재에 자성이 없다면 어떻게 변화가 있겠는가?(若諸法有性 云何異得異 若諸法無性 云何異有異)11)
모든 존재는 변하기 때문에 無自性임을 알아라. 無自性인 존재도 역시 없다.일체의 존재가 空하기 때문이다.(諸法有異故 知皆是無性 無性法亦無 一切法空故.)12)
존재가 자성을 가지는 한, 즉 주체성을 捨象하지 않는 이상 창조는 일어날 수 없다. 中論의 "실에 스스로 정해진 相이 있다면 삼에서 나오지 말아야 하리라.또 옷감에 스스로 정해진 상이 있다면 실에서 나오지 못해야 하리라."13)는 바로 이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空化는 "리던던시 또는 상투성"(自性)을 완전히 털어내고 그것을 넌센스(혼돈)의 언저리까지 밀어붙임으로서 이루어지며 여기서 새로운 창조적 행위가 가능하다.그러나 그 창조는 혼돈과 대면하는 "관념의 모험"을 단행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도박이기도 하다.그것은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외줄타기이다.(조용현,2000.5.7)
(주)
1) 김신환,이채욱,『정보이론』(청문각,1998),p.156-157
2) 같은책,같은곳
3) J.Campbell,Grammatical Man(Simon&Schuster,1982),p.75
4) 쯔즈기 다꾸지,『맥스웰의 도깨비』,김명수 역(전파과학사,1983)
5) 김신환,앞의 책,p.31
6) Campbell,앞의 책,p.70
7) 같은책,p.71
8) 같은책,p,73에서 재인용
9) 같은책,p.72
10) 같은책,p.71에서 재인용
11).龍樹, 『中論』,김성철 역주(경서원,1993),p.232
12).같은책,p.230
13).같은책,p.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