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승원 폰카 에세이】
‘배추벌레’는 엄중히 다스려야 할 ‘빈집털이 절도범’
― 할머니 부재중 벌어진 옥상 텃밭 ‘절도 사건 보고서’
윤승원 수필문학인
옥상 텃밭,
할머니의 부재(不在)가
절도범을 신나게 하는구나.
사진= 필자 폰카(2026.10.17.13:50)
====================
그러면 안 되지.
할머니가 정성으로 기른 배추
구멍을 뻥뻥 냈구나.
갉아먹고 배설하고
아주 살판났구나, 살판났어.
볼썽사납게 깽판 치는구나.
사진= 필자 폰카(2026.10.17.13:50)
====================
무공해 무농약 청정 채소 기르기,
기치를 내걸고 살충제 한 번
뿌리지 않았더니,
옥상 텃밭이 온통
범죄꾼 세상이 됐구나!
그러면 안 되지.
할머니가 물 주고 거름 주고
얼마나 정성으로 기른 채소인데
그러면 안 되지.
이젠 할아버지가 가만두지 않겠다
할아버지는 전직이
도둑 잡는 경관인 줄 몰랐지?
(삽화=AI 화백)
================
한평생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밤낮없이 땀 흘렸던 경관 신분이었다.
옆구리에는 권총과 수갑도 차고 다녔지.
할머니가 잠시 집을 떠난 사이
너희들이 빈집털이처럼 도둑질하는구나.
그러면 안 되지.
부처님 용서하세요.
부득이(不得已) 살생 좀 하겠습니다.
농약을 안 칩니다.
태권도, 유도, 검도 유단자
전직 경관은
맨손으로 해결합니다.
과거 치안 일선에서 연마한
체포연행술 솜씨 좀 발휘하겠습니다.
싱싱한 잎 갉아 먹고 꼭꼭 숨어버린 배추벌레
끝까지 추적하여
재판 없이 현장에서
즉결 처분하겠습니다.
봐라, 부처님도 용서하신다.
남의 물건 도둑질은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
혹자는 단순 절도를 경미 하게 다루는데
잘못된 양형기준이다.
법이 너무 무르단 말이다.
살려두면 재범 우려가 크다.
이곳 옥상 텃밭 주인 할머니는
조석으로 배추와 무가 커가는 것을 보면서
유일한 취미요 낙으로 삼았다.
싱싱한 잎을 사정없이 갉아 먹는 너희들의
파렴치한 절도 행각은 삼심제(三審制)가 필요 없다.
즉결처분이 답이다.
뭐라고?
살려달라고?
안 되지, 그럴 순 없지.
할머니 부재중 벌어진 사건은
상세 보고 하게 돼 있어.
‘빈집 절도 사건보고서’ 말이야.
처분 결과까지 첨부하게 돼 있어.
즉결처분하고 사진 첨부하여
결과 보고해야 해.
무공해 청정 채소를 갉아 먹은
배추벌레는 ‘자연계 현행법상’
가장 무거운 벌로 처단하게 돼 있어.
올해 이렇게 엄단 하지 않으면
내년에 또 옥상 텃밭이
무법자 천국이 될 거야.
엄포가 아니다.
부처님으로부터 살생 허가
받는 것을 보았지?
※ 할아버지는 결국 옥상 현장에서
‘배추벌레 30마리’를 즉결 처분했다. ■
2026. 10. 17. 오후
윤승원, 할머니 부재중 옥상 텃밭에서
============
【작품해설】 배추벌레를 체포한 전직 경관의 유쾌한 수필 한 편
윤승원 폰카 에세이 「‘배추벌레’는 엄중히 다스려야 할 ‘빈집털이 절도범’」 작품해설
― 의인화와 과장, 패러디로 빚어낸 생활수필의 해학과 풍자
1. 일상의 작은 발견을 한 편의 범죄 수사극으로 바꾸는 상상력
윤승원 작가의 이번 폰카 에세이는 옥상 텃밭의 배추 잎을 갉아 먹은 배추벌레를 소재로 삼고 있다.
소재만 놓고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소소한 생활의 일화다. 그러나 작가는 이 작은 사건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배추벌레의 출현을 빈집털이 절도 사건으로 규정하고, 전직 경찰관의 직업적 경험을 끌어들여 범인 추적과 체포, 즉결 처분, 결과 보고에 이르는 한 편의 범죄 수사극으로 확대한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이 작품의 첫 번째 문학적 매력이다.
보통 사람은 배추벌레를 발견하면 벌레를 잡거나 배추 잎의 구멍을 아쉬워하는 데서 생각을 멈춘다. 그러나 윤승원 작가는 다르다.
벌레가 갉아 먹은 배추 잎을 피해자의 재산으로, 배추벌레를 빈집털이 절도범으로, 자신을 범인을 검거하는 전직 경관으로 설정한다.
그 순간 옥상 텃밭은 평범한 채소밭에서 범죄 현장으로 바뀐다. 배추벌레는 자연계의 작은 생명체에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범죄자로 변신한다.
생활의 작은 불편을 문학적 사건으로 바꾸는 능력, 이것이 윤승원 생활수필의 중요한 특징이다.
작가는 거창한 사건이나 특별한 인물을 찾아 나서지 않는다. 자신의 생활 가까이에 있는 사물을 관찰하고, 거기에 상상력과 경험을 더해 독자에게 웃음과 생각거리를 동시에 선사한다.
2. 의인화와 역할 전도의 묘미
이 작품의 중심적인 표현 기법은 의인화(擬人化)다.
배추벌레는 사람처럼 도둑질을 하고, 배설하며, 숨어 다니고, 붙잡힌 뒤에는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작가는 이 작은 벌레들에게 인간 사회의 범죄자와 같은 역할을 부여한다.
“할머니가 잠시 집을 떠난 사이
너희들이 빈집털이처럼 도둑질하는구나.”
이 대목에서 웃음이 시작된다. 배추벌레가 배추 잎을 갉아 먹은 행위는 생물학적으로는 먹이 활동일 뿐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인간 사회의 절도 행위에 빗댄다. 독자는 배추벌레에게 실제 범죄 의도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작가가 펼치는 엉뚱하고 진지한 논리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인간과 벌레의 역할이 뒤바뀌는 과정이다. 작은 벌레들은 마치 거대한 범죄 조직처럼 묘사되고, 전직 경관인 할아버지는 이들을 상대로 엄정한 법 집행을 선언한다.
상대는 손톱만 한 배추벌레인데, 대응하는 태도는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관의 그것이다. 바로 이 대상의 크기와 대응의 규모 사이에 생기는 불균형이 해학을 만들어 낸다.
문학에서 과장은 웃음을 낳는 중요한 장치다. 그러나 이 작품의 과장은 무작정 부풀린 과장이 아니다.
작가가 실제로 오랫동안 경찰 업무를 수행했다는 삶의 경험이 뒷받침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는 작가의 엄포를 허풍으로만 읽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직업적 자부심과 장난기까지 함께 느낀다.
3. 전직 경찰관의 이력을 해학의 재료로 활용하다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작가의 경찰관 경력이다.
“할아버지는 전직이
도둑 잡는 경관인 줄 몰랐지?”
이 문장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일종의 선언이다. 앞부분에서 배추벌레의 만행을 고발하던 할아버지가 이제는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범죄자를 다루던 과거의 직업적 경험이 옥상 텃밭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이어지는 권총과 수갑, 태권도·유도·검도 유단자라는 이력, 체포연행술 등의 표현은 독자의 웃음을 더욱 키운다.
실제로 경찰관이었던 작가에게는 범인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일이 단순한 상상만은 아니다. 오랜 공직 생활에서 익힌 직업의식이 생활 속 작은 사건에 투영되면서 독특한 인물상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가가 자신의 경력을 무겁게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의 직책이나 공적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배추벌레 몇 마리를 잡는 일에 자신의 경찰관 이력을 동원한다.
평생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했던 사람이 이제는 아내가 정성껏 가꾼 배추를 지키기 위해 나선다. 국가의 치안을 담당하던 경찰관이 가정의 평화를 수호하는 할아버지로 돌아온 것이다.
이러한 역할의 변화는 웃음을 넘어 따뜻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과거의 직업은 지나간 이력이지만, 그 직업을 통해 형성된 책임감과 사명감은 일상 속에서도 살아 있다. 작가는 이를 무겁게 설교하지 않고 유쾌한 이야기로 보여 준다.
4. 법률 용어와 수사 절차를 빌려 온 패러디의 재미
이 작품의 해학을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는 법률 및 경찰 행정 용어의 활용이다.
- 빈집털이 절도범
- 현행범 검거
- 체포연행술
- 즉결 처분
- 삼심제
- 양형기준
- 사건보고서
- 처분 결과 보고
이러한 용어는 본래 인간 사회의 법률과 사법 절차에 속한다. 그런데 작가는 이 엄숙한 언어들을 배추벌레를 잡는 일에 적용한다.
그 결과 독자는 익숙한 법률 용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사용되는 데서 웃음을 느낀다.
작은 벌레를 잡는 데 삼심제가 필요 없다고 선언하고, 현장에서 처분한 뒤 사진을 첨부해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편의 풍자극이다.
이것은 단순한 용어의 나열이 아니라 권위 있는 제도의 언어를 일상적인 사소한 문제에 옮겨 놓는 패러디다.
특히 작가는 사건을 발견하는 데서 끝내지 않는다. 범인을 특정하고, 체포를 선언하고, 처분을 결정하고, 결과 보고서까지 작성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경찰 업무의 절차적 형식을 수필의 서사 구조로 활용한 셈이다.
다만 이 작품의 법률 용어들은 실제 법 집행 절차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배추벌레와의 실랑이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문학적 장치다.
작가가 이러한 차이를 분명히 알고 유희를 펼친다는 점에서 작품의 풍자적 성격이 더욱 뚜렷해진다.
5. 반복법과 구어체가 만들어 내는 현장감
작가는 문장을 지나치게 다듬어 매끄럽게 연결하기보다, 말하듯이 짧게 끊어 쓰는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그러면 안 되지.”
“그러면 안 되지.
할머니가 물 주고 거름 주고
얼마나 정성으로 기른 채소인데
그러면 안 되지.”
이 반복은 작품의 중요한 리듬을 형성한다.
처음에는 배추벌레를 꾸짖는 평범한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같은 표현이 거듭될수록 할아버지의 분노와 억울함이 점점 커지는 듯한 효과가 생긴다.
독자는 작가가 배추 잎의 구멍을 가리키며 실제로 벌레를 꾸짖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듯하다.
또한 “살판났구나, 살판났어”, “뭐라고? 살려달라고?” 같은 구어체 표현은 독자와 작가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문학적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이웃집 할아버지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친근함을 형성한다.
이 작품은 정교한 심리 묘사나 복잡한 비유를 중심으로 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 짧은 문장, 감탄과 질문, 능청스러운 어조를 통해 웃음의 박자를 만들어 낸다.
이는 작가가 생활 속 경험을 독자와 직접 나누려는 폰카 에세이의 특성과도 잘 어울린다.
6. 부처님께 살생 허가를 구하는 장면의 역설
작품의 또 다른 재미는 불교적 자비와 텃밭을 지키려는 현실적 의지가 충돌하는 대목에 있다.
“부처님 용서하세요.
부득이(不得已) 살생 좀 하겠습니다.
농약을 안 칩니다.”
작가는 생명을 함부로 해쳐서는 안 된다는 윤리적 문제를 의식하면서도, 아내가 정성껏 기른 채소를 지키기 위해 배추벌레를 잡겠다고 선언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치가 맞선다. 하나는 작은 생명이라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된다는 자비의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아내의 땀과 정성이 깃든 채소를 보호하려는 책임감이다.
작가는 이 갈등을 심각한 철학적 논쟁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오히려 부처님께 용서를 구하고 살생 허가를 받았다는 듯 능청스럽게 말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한다.
이때 웃음의 밑바탕에는 작가 나름의 생명 존중 의식도 놓여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벌레를 잡겠다는 선택은 무공해 채소를 지키려는 실천이기 때문이다.
물론 불교적 자비의 관점에서 보면 벌레를 죽이는 일이 아무런 갈등 없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 모순이 작품의 해학을 성립시킨다. 작가는 자신의 행동을 엄숙하게 미화하지 않고, 부처님께 용서를 구하는 익살스러운 장면으로 독자 앞에 내놓는다.
이 작품의 웃음은 윤리적 고민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고민을 진지함과 익살 사이에서 풀어내기 때문에 생긴다.
7. 보이지 않는 주인공, 할머니의 정성과 사랑
겉으로 보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배추벌레를 검거하는 할아버지다. 그러나 작품의 정서적 중심에는 사실 할머니가 있다.
작가는 할머니가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며 배추와 무를 가꾸는 모습을 반복해서 언급한다.
할머니에게 옥상 텃밭은 단순히 채소를 생산하는 공간이 아니다. 채소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기쁨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 대목을 통해 배추벌레를 잡는 행위의 의미가 달라진다.
처음에는 전직 경찰관의 직업적 본능을 과시하는 우스운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읽으면, 아내의 정성과 기쁨을 지켜 주려는 남편의 마음이 그 안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할머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벌어진 사건을 할아버지가 대신 해결한다는 설정은 일종의 가정 내 역할 분담으로도 읽힌다. 평소에는 할머니가 텃밭을 가꾸지만, 위기가 닥치면 할아버지가 나서서 지킨다.
그 모습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럽지만 정겹다. 아내의 채소를 지키기 위해 전직 경찰관의 모든 경력을 동원하는 할아버지에게서는 오래 함께 살아온 부부 사이의 애정이 느껴진다.
이 작품의 따뜻함은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아내가 아끼는 것을 나도 아끼는 행동, 바로 거기에 생활 속 사랑의 실체가 있다.
8. 폰카 사진과 글이 만나 완성되는 현장수필
사진은 사건의 증거, 글은 사건의 재구성
사진 속에는 초록색 잎사귀와 그 위에 붙어 있는 작은 배추벌레가 보인다. 붉은 원은 독자의 시선을 벌레에게 집중시키고, ‘현행범 검거’라는 파란색 문구는 사진을 수사 현장의 증거 사진처럼 보이게 한다.
이 작품에서 사진은 글에 곁들인 장식물이 아니다. 글의 발상과 서사를 촉발하는 출발점이자, 작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현장 증거다.
사진만 본다면 평범한 텃밭 관찰 기록이다. 반면 글을 읽고 사진을 다시 보면, 독자는 작은 배추벌레를 범죄 현장에서 붙잡힌 용의자처럼 바라보게 된다.
특히 사진에 붙은 ‘현행범 검거’라는 문구는 작품의 해학을 압축한다. 사진은 실제 현장을 보여 주지만, 그 현장에 부여된 의미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다.
이처럼 폰카 에세이는 눈으로 포착한 사실에 문학적 해석을 더해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윤승원 작가는 사진으로 독자의 시선을 붙잡고, 글로 그 시선에 이야기를 부여한다. 독자는 사진을 보고 웃고, 글을 읽으며 더 크게 웃으며, 마지막에는 자신도 주변의 작은 사물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9. 결말의 반전, 배추벌레 30마리의 즉결 처분
작품의 마지막은 짧고 단호하다.
“할아버지는 결국 옥상 현장에서
‘배추벌레 30마리’를 즉결 처분했다.”
앞부분에서 작가는 범죄 수사극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그러나 독자는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 사건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한 채 이야기를 따라간다.
마침내 마지막 문장에서 배추벌레 30마리를 잡았다는 구체적인 결과가 제시된다.
이 숫자는 작품 전체를 현실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앞서 펼쳐진 장황한 수사와 처벌의 언어가 결국 옥상 텃밭에서 벌어진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음을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특히 ‘30마리’라는 구체적인 숫자는 과장된 수사극에 사실성을 부여한다. 작가의 이야기가 순전히 상상으로 만들어진 허구가 아니라, 직접 관찰하고 행동한 생활의 기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이 작품의 결말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하나는 범인을 검거했다는 전직 경찰관의 통쾌한 승리이고, 다른 하나는 아내의 텃밭을 지키는 데 성공한 남편의 소박한 보람이다.
이처럼 웃음과 생활의 만족감이 겹치는 지점에서 작품은 마무리된다.
◆ 종합 평론 — 해학은 생활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지혜다
윤승원 작가의 「‘배추벌레’는 엄중히 다스려야 할 ‘빈집털이 절도범’」은 작은 배추벌레를 소재로 의인화, 과장, 반복, 패러디, 역할 전도 등의 표현 기법을 유기적으로 활용한 생활 해학수필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자리한다.
첫째, 관찰의 힘이다. 작가는 배추 잎에 난 구멍과 작은 벌레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하나의 사건으로 발견한다.
둘째, 경험의 재구성이다. 전직 경찰관으로서의 삶을 오늘의 일상에 끌어와, 평범한 텃밭의 풍경을 흥미로운 수사극으로 바꾼다.
셋째, 관계의 따뜻함이다. 작품 표면에는 배추벌레에 대한 엄포와 처벌이 넘쳐나지만, 그 밑바탕에는 아내가 정성껏 가꾼 채소를 보호하려는 남편의 마음이 흐른다.
이 세 요소가 만나면서 작품은 단순한 벌레 퇴치 경험담을 넘어선다. 작가의 과거와 현재, 직업적 자부심과 생활의 익살, 자연을 대하는 현실적 고민과 부부 사이의 정이 한데 어우러진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해학이 반드시 거창한 풍자나 사회적 비판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때로는 배추 잎을 갉아 먹은 작은 벌레 한 마리에서도 웃음이 시작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눈과 그것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어 내는 능력이다.
윤승원 작가는 전직 경찰관이라는 자신의 이력을 무거운 훈장처럼 내세우지 않고, 배추벌레를 잡는 데 동원하는 익살스러운 소재로 활용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작품은 과거의 경력을 자랑하는 글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삶 속에서 새롭게 즐기는 글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배추벌레 30마리를 검거했다는 통쾌함만이 아니다. 할머니가 아끼는 텃밭을 대신 지켜 준 할아버지의 마음, 농약 대신 직접 벌레를 잡으려는 생활의 실천, 그리고 그 모든 일을 한바탕 웃음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여유다.
좋은 생활수필은 일상의 사소한 일을 특별하게 보이도록 꾸미는 글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 속에 이미 숨어 있는 재미와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글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윤승원 폰카 에세이의 특징인 현장성, 직업적 경험의 활용, 구어적 입담, 생활 속 해학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독자는 배추벌레를 잡는 할아버지의 우스운 모습에서 웃음을 얻지만, 동시에 자신의 일상에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옥상 텃밭은 여전히 작고 평범한 공간이다. 그러나 그곳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에는 범죄 현장도 있고, 법정도 있고, 부처님께 용서를 구하는 익살도 있으며, 아내를 향한 다정한 마음도 있다.
그 작은 텃밭에서 한바탕 벌어진 ‘배추벌레 검거 작전’은 결국 삶을 웃음으로 가꾸는 한 수필가의 지혜로운 생활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

첫댓글 ♧ 네이버 ‘청촌수필’ 블로그 댓글
◆ 이서하(작가) 2026.10.18. 20:53
옥상 텃밭에서 사건보고서까지 이어지는 대목에 웃음이 났습니다. 벌레를 향한 엄포 사이로 아내분이 물 주고 거름 주며 들인 정성을 아끼시는 마음이 전해지네요. 돌아오시면 텃밭을 둘러보며 나누실 이야기도 하나 늘었겠습니다.
▲ 답글 / 필자 윤승원 2026.10.18. 23:02
이 선생님의 따뜻한 소감이 한 편의 드라마를 즐겁고 유쾌하게 완성해 주셨습니다. 벌레를 잡을 때 처음엔 맨손으로 잡았더니 손가락이 따끔거려요. 그래도 맨손으로 계속 잡았습니다. 형사는 몸을 아끼지 않거든요. 마침 ‘경찰의 날(21일)’이 다가오네요. ‘한국경찰문인회’ 단톡방에도 올렸더니, 전직 경찰서장님이 ‘좋아요’라는 빨간 하트를 눌러주시네요. 이 선생님, 귀한 소감이 흥분될 만큼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