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현실을 경쾌한 웃음으로 헤쳐 나가라
-현실을 해학적으로 조각한 작가 김경민
점심 약속이 있어 강남역에 나갔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지하 호프집에서 하는 한식부페집에 들어갔습니다. 저녁에는 술을 팔고 낮에는 한식으로 뷔페를 파는 집인데 싼 가격에 비해 음식도 맛있고 가짓수도 다양해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하라서 그런지 조금 컴컴하고 어두워서 음식점으로는 적당하지 않았지만 술집으로서는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접시에 음식을 담고 테이블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들 대부분이 남자들이었습니다. 장소가 사무실 밀집 지역이다보니 직장인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남자들은 한결같이 양복 윗도리를 벗은 채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건 젊은 사람이건 똑같은 복장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교복을 입은 듯 비슷비슷해 보였습니다. 접시 위에 가져 온 음식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아침밥을 먹는 직장인이 거의 없다는 얘기가 거짓말이 아닌 듯 오늘 처음 먹는 밥을 허겁지겁 먹느라 마주 앉은 사람과 대화할 겨를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남편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남편도 지금쯤 저런 모습으로 앉아 어디선가 점심을 먹고 있을 것입니다. 새벽에 힘든 몸을 일으켜 버스를 탄 후 다시 지하철을 갈아 타고 직장에 도착하는 동안 잠에 취해 목적지를 지나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는 남편도 저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점심을 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있을 것입니다.

김경민, <귀가>, 1994년, 60×50×180cm, Acrylic on F.R.P
김경민의 <귀가>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우리 시대의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