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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기독교사모임 원문보기 글쓴이: 울보선생
학교 매점이 없어졌어요
매점이 없어졌어요
학교 매점이 없어졌다. 아니,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매점을 새롭게 꾸미기 위해 현재의 매점과 계약이 끝난 후, 새로운 업자를 들일 준비를 하고자 했다.
여름 방학 전에 이미 공지가 되었고, 2학기 개학 전에 더 좋은 매점으로 다시 운영되었으면 했던 바람과는 달리, 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이번에 계약이 만료된 매점은 2004년도부터 지금까지 계속 운영되어 왔다. 그러니까 근 14년 가량을 계속해 왔던 것이다. 매점 아주머니는 아이들과 사이가 좋았다. 아이들도 그분과 헤어지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였다. 고등학교만이 아니라, 영훈 국제중학교와 초등학교까지 포함하면 학생들만 약 2,500명 가량이 사용하였으니 꽤 수입이 괜찮은 자리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학을 한 후, 새로운 매점을 기대했던 아이들은 사라진 매점으로 인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때라, 급기야 남학생들 무리가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 교문을 뛰쳐나가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일이 발생했다.
아이들을 통제하고,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권하였지만 이것은 매점이 하루라도 빨리 생겨야 근본적으로 해결될 문제였다. 뛰쳐나가는 아이들을 지도하고 통제하는 선생님들도 일이 가중 되어서, 속히 해결되기를 기도하고 있던 중이었다.
교목실을 임시 매점으로
영훈고가 작년부터 기독교학교 체제로 변화되는 중, 교목실이 생겼다. 나는 그때부터 교목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그 무렵 아침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 주어라, 교목실에서 간식을 주는 것은 단순히 먹는 것만이 아닌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매점이 있던 기간에도 항상 교목실에서 간단한 간식은 준비해 놓고 있었다.
왜냐하면 친구가 없거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힘든 아이들이 가끔씩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들은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기가 어려워 굶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오예스’와 ‘마이쮸’ 그리고 컵라면도 준비를 해놓았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아이들의 간식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계획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실 때는 순종하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다.
방송을 하고
나는 다음 날 아침에 전교생 각 교실에 이렇게 방송을 했다.
“여러분, 학교에 매점이 없어져서 많이 불편하시죠? 그래도 더 좋게 매점을 만들려고 학교에서 준비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참아주세요. 그리고 교목실에서 여러분들에게 작은 거지만 간식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간식이 필요한 친구들은 밖으로 나가려 하지 말고 교목실로 오면 나눠주도록 하겠습니다.”
방송을 마치기도 전에 아이들이 교목실로 달리는 소리가 났다. 나도 마이크를 내려놓고 부리나케 달려 교목실로 뛰었다. 아! 교목실 앞에는 이미 많은 아이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 인원은 얼핏 보아도 몇 백명은 돼 보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오예스’ 한 개와 ‘마이쮸’ 두 개씩을 나눠주었다. 아이들은 감사하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우리 제자들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에 아이들은 약 200명이 다녀갔다.
그 다음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이 왔다. 오예스 수 백개가 3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다 사라졌다. 고등학교 아이들만 해도 1,400명이니까, 그럴 법도 했다. 계속 서서 나눠주고 격려하는 말을 해야 하니, 다리도 아프고 피곤함도 빨리 오는 듯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즐거워 하니 이 정도 일은 일이 아니었다. 바로 하나님께서 시키시는 일이니까 사역이었고, 이 사역을 피곤하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하셨으니까 말이다.
나는 잠시 기도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참 기뻐하네요. 그런데 하나님, ‘오예스’가 다 떨어졌습니다. 9월 기독활동비 예산도 조금 밖에 남지 않았구요. 어쩌면 좋습니까? 간식을 나눠주라고 하셨잖아요. 아버지 하나님, 저보다 돈 많으시죠? 알아서 잘 해결해주실 줄 믿습니다.”
오예스 천 개
그 다음 쉬는 시간에 찾아오는 아이들에게는 오에스가 없어서 남겨두었던 ‘마이쮸’와 ‘땅콩카라멜’, ‘청포도 사탕’ 등을 나눠주었다. 무엇보다 기도가 우선이었다. 그리고 동역자들의 기도가 모아지는 것도 필요했다.
나는 기도의 동역자들에게 기도 요청을 드렸다.
“여러분, 영훈고 매점이 사라졌습니다.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는 교목실에서 간식을 감당하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순종하는 중인데 수용에 비해 공급이 매우 부족하네요. 매점이 예정한 날보다 빨리 생기든지, 아니면 간식이 교목실에 끊어지지 않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오늘 약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교목실에 다녀갔습니다. 당분간 저는 영훈고 매점 아재로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기도 부탁해요.”
그날 오후 교회에 출석하시는 어떤 분이 갑자기 연락이 왔다.
“목사님, 제가 영훈고 아이들 위해서 오예스 1,000개 기증하겠습니다. 저녁 때 계신가요? 싣고 가겠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응답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8시 35분, 그분께서는 약속대로 ‘오예스’ 1,000개를 차에 싣고 학교로 찾아오셨다. 마침 야간자율학습 하던 남학생 세 명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셔서 함께 나르고, 분류 작업을 했다.
뻥튀기와 강냉이
다음 날 또 방송을 했다.
“여러분! 오늘 아침에도 간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예스 1,000개가 오전에 동이 났다.
어떤 선생님이 아이들이 뻥튀기와 강냉이도 좋아한다는 말이 생각나서 급한 김에 쉬는 시간에 달려 나가 뻥튀기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대용량 뻥튀기를 한 꾸러미 20,000원을 주고 샀다. 그리고 강냉이도 대용량으로 사서 낑낑대며 들고 학교로 가지고 왔다.
‘아이들이 강냉이를 과연 좋아할까? 뻥튀기를?’
이런 생각을 하며 들고 왔다.
그러던 중 저녁 무렵 또 어떤 분이 연락이 왔다.
“목사님, 제가 강냉이 좀 샀는데 학교로 가지고 가겠습니다.”
놀랍게도 내가 강냉이를 산 그 날 저녁, 강냉이 대용량 세 포대를 전달 받았다. 하나님께서는 참으로 재미있게 아이들의 간식을 채워가고 계셨다.
다음 날, 아이들에게 방송을 했다.
“여러분! 오늘은 색다른 간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뻥튀기와 강냉이입니다.”
또 교실에서 “우다다다” 뛰쳐나오는 소리가 났다.
성경말씀 갈피를 뽑으며
순식간에 수백 명의 아이들이 복도에서 복도로 줄을 섰다. 지나는 선생님들이 이 진풍경을 보며 웃음을 띠었다.
나는 줄을 선 아이들에게 뻥튀기 한 개씩과 강냉이 한 컵씩을 작은 비닐 봉지에 담아주었다.
“선생님, 저 많이요.”
“선생님, 배 고파요. 더 주세요.”
그런 아이들은 덤으로 조금씩 더 주었다.
“선생님, 우리 배급 받는 것 같아요. 근데~ 무척 재밌어요. 하하하.”
아이들은 이 상황을 무척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도 못 보던 아이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보며, 짧지만 격려하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무척 좋았다.
뻥튀기를 받던 고3 여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저 이거 뽑아도 되나요?”
잘라놓은 성경 말씀 갈피, 즉 성구서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 당연하지. 자~.”
하나님의 말씀을 뽑는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피어올랐다. 계속해서 뒤의 아이들도 간식을 받으며 성구서표를 뽑아 갔다. 나의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은 강냉이와 뻥튀기를 무척 좋아했다. 이 날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방법으로 간식을 채워주셔서 참 감사했다.
청소하기가 힘들어요
다음 날도 간식 행진은 계속되었다. 동료 선생님들께서 알아서 찾아오셔서 돕기 시작했다.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는 선생님들께 참 감사했다.
쉬는 시간 지나가다가 복도에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나는 웃으며 인사를 했다.
“어머니, 수고 많으시지요? 매점이 없어져서 교목실에서 간식을 주는데 복도에 더 치울 것이 많아진 것 같아요.”
나는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른다. 학생들의 어머니뻘이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네, 선생님. 좋은 일 하셔요. 매 시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그런데 선생님, 학생들이 간혹 강냉이를 복도에 흘리고, 짓궂은 남학생은 뿌리는 아이도 있어서요. 청소하기가 좀 힘드네요.”
“에구, 그렇군요. 제가 아이들에게 주의 주고, 흘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해요, 어머니.”
그날 저녁 하나님께서는 또 다른 분에게 마음을 주시며, 초코파이와 오예스를 수백 개 보내주셨다. 그리고 작은 딸기잼이 들어있는 카스테라 같은 간식도 1,000개를 보내주셨다.
일용할 양식을 때마다 순간마다 하나님께서 알아서 보내주시니 참 감사했다.
공급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다음 날 아이들에게 방송을 했다.
“여러분, 어제 저녁에도 어떤 분이 여러분 간식을 보내주셔서, 오늘 아침 이 방송 후에 나눠주려 합니다. 오늘 줄 것은 완전 색다른 간식입니다. 그리고 간식을 복도나 교실에 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이들이 또 뛰었다. 감사하게도 동료 선생님이 오셔서 또 함께 나누어주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에서 때에 따라 만나와 메추라기로 먹이셨던 것처럼,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루시어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만 명을 먹이셨던 것처럼, 영훈고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이 참으로 감사하고 놀라웠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아이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대면토록 하시며 격려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허락하신 은혜였다. 매점이 사라진 것은 불편한 것이지만, 그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놀라운 일을 계획하고 행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간식을 나누어주는 가운데 어느덧 2주의 시간이 흘렀다. 2주 동안 하나님께서는 영훈고에 간식이 고갈되지 않도록 채우고 계셨다.
영훈고 아이들은 참으로 복 받은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 가서 초코파이 한 개 먹은 기억이 평생 가는 것처럼, 학교 매점이 사라진 이 때 우리 아이들이 교목실에서 주는 간식을 먹는 가운데, 하나님을 만나게 되리라는 믿음을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니 참으로 감사했다.
아이들이 안 나가요
점심 시간 때마다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교문 지도를 하시는 선생님께서 다가와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얼마나 힘드세요? 매 쉬는 시간마다요. 선생님 아니면 하실 수 없는 일 같아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을요? 선생님. 그것보다 어서 매점이 들어와야 할 텐데요. 한 달 이상은 걸릴 것 같다고 하니, 길어지면 아이들이나 학부모님들 불만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요. 하하하, 그래서 저도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해야죠. 그리고 아이들 쉬는 시간마다 자꾸 보니까 참 좋은데요.”
그 선생님도 웃으며 말했다.
“네, 선생님. 교목실에서 간식을 매 시간 나눠 주니까, 교문 밖으로 나가는 아이들이 거의 없어졌어요. 꼭 나갈 아이들은 외출증 끊어오더라구요.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어요. 선생님 덕분예요. 감사해요. 선생님.”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기도 부탁드립니다.
영훈고의 매점은 빨라도 10월말이나 11월에 다시 재개될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교목실에 아이들의 간식이 끊이지 않길 위하여 기도 부탁드려요. 작은 것이라도요. 그리고 영훈고 매점이 얼른 자리 잡길 위하여 기도 부탁드려요. 이 간식을 나누어주는 과정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예수님을 만나는 접촉점이 되길 기도 부탁드려요. 기도와 섬김으로 함께하시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하나님께 모든 영광 올려드리며. 할렐루야~^^
2018. 9. 22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