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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우개 당제를 지내다 © 최영숙
지난 8월13일 (음력7월3일) 태양이 뜨겁게 내리 쬐는 12시 당제를 지내는 새우개 마을로 들어섰다. 새우개 당제는 일 년 중 음력 정월 초순과 칠월 초순에 지내던 당제이다. 이번 새우개 당제는 지난 2005년 3월16~19일 장승 동편 서편 세우기와 당제, 2005년 음력 7월 3일 당제, 2006년 3월 6일(음력 2월 7일)당제를 지내고 12년 만에 다시 드리는 당제였다.
2006년도 새우개 당제 사흘에 걸쳐 행해졌었다. 올해는 이틀에 걸쳐 당제를 지냈다. 새우개 당제에는 남성들만 참여했다. 올해는 당을 주제하는 당주 김선수, 당주를 돕는 주비로는 유명렬, 이종욱, 이광현, 안익환(통장) 5명이 모든 당제를 주관했다.
▲ 당제에 사용할 그릇들을 닦았다 © 최영숙
새우개 당집 청소를 시작으로 당제가 시작되었다. 12년 동안 당집 안에 있던 당제에 쓸 물건들을 모두 내왔다. 우물을 청소하고 받는 정화수를 담는 항아리, 떡을 찌던 시루, 제기그릇, 가마솥 등 살림살이들을 닦았다.
▲ 우물청소를 하고 구길순 어르신 나오시다 © 최영숙
이어서 동편우물청소에 나섰다. 우물 앞에 사시는 국길순(1932년생)어르신은 “사람들이 어디서 왔는지 몇 번이나 우물을 메우려고 왔어. 그때마다 이 우물은 고사 잡숫는 물이라고 못 메우게 했어.”라며 당제를 지내기 위해 우물 청소하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셨다.
우물청소를 하던 이광현 씨는 “우리 어려서는 마을 아주머니들이 이 물을 배에 있는 물탱크에 실어다 부었다. 바닷가가 가까워서 간기가 있는 이 우물물은 바다에 오래있어도 변하지를 않아서 이 물을 썼다.”며 “어려서 대보름 당고사를 지내면 어마어마했다. 배마다 깃대를 올리고 배치기노래를 하고 노는 어른들 모습이 너무 신났다. 그때 배치기 노래를 배웠어야 하는데 못 배운 것이 아쉽다.”고 옛일을 회고했다.
▲ 서편장승 주변 청소를 하고 사진을 담다 왼쪽부터 이종옥(주비), 유명렬(주비), 김선수(당주), 안익환(주비), 이광현(주비) © 최영숙
우물청소를 하고 새우개 동편장승과 서편장승 주변 청소를 했다. 동편장승은 12년 전에 세웠기 때문에 쓰러져 있었다. 마을에서 다시 장승을 세우려고 했지만 지주가 건물을 짓는다는 이유로 거부해서 장승을 못 세웠다고 한다. 마을 앞쪽으로 다시 세울 예정이라고 했다.
▲ 터주에 돼지머리를 올리다다 © 최영숙
2006년 정월 당제 3일 째의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1. 당제를 위해 당주가 당의 터주가리를 만든다 2. 당주가 새로운 길지를 바친다 3. 길지가 바쳐진 당 터주 4. 터주에 대한 조라치성 5.은행나무에 대한 조라치성 6. 제물 준비가 이뤄지는 당집 마당 7. 소당아가씨를 위한 제물 상자 8. 제물에 바쳐질 돼지 9. 돼지를 잡아 손질한다 10. 피고사를 위한 선지 11. 피고사 제물인 선지와 술을 바친다 12. 돼지 머리가 바쳐진 터주 13. 메고사를 위해 제단에 올린 고기와 술 14. 당 밖의 신들을 위한 메고사에 쓰일 제물 15. 마을주민들에게 나눠줄 고기를 나눈다 16. 주민들에게 나눠 줄 고기 17. 메고사 제물을 올린다 18. 당나무에 대한 메고사 19. 메고사 20 우물고사 21.장승고사
2018년도의 당제도 2006년도의 예를 거의 따랐다.
▲ 터주가리를 만들고 있는 유명렬 주빈 © 최영숙
터주가리를 만들고 새끼를 꼬아 금줄을 만들었다. 유명렬(1954)씨는 “터주가리는 30여 년 만에 만든다. 당제나 상가 집, 또는 아이를 낳고 임줄에 쓰는 새끼는 부정 타지 말라고 왼쪽으로 꼰다.”고 했다. 또한 “옛날 바다에서 배가 들어올 때는 마을도 없고 방향을 알 수 없었는데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를 보고 배가 들어오게 하는 등대 역할을 했고 군자봉성황제보다 새우개 당제가 더 컸다고 들었다.”고 했다.
▲ 금줄을 달다 © 최영숙
금줄은 동제를 지낼 때 당집이나 당나무 등 신역으로 인정되는 공간에 새끼줄에 한지를 꽃아 두른다. 당집으로 들어오는 공장 입구에 금줄을 달았다. 터주가리와 금줄을 만들면서 어린 시절 이야기들이 끝이 없이 나왔다.
이종욱 씨는 “은행나무는 올라가면 부러졌지만 느티나무는 낭창낭창 부러질듯하면서도 강해서 느티나무를 미끄럼 타듯 타고 놀면 어른들이 이 녀석들 내려오라고 소리치셨다.”며 “저녁이면 당집 지붕위로 올라가서 새알을 꺼내왔다. 또 옹팡할머니 집에서 느티나무가 집으로 들어오니까 잘랐는데 그날 밤에 젊은 사람이 죽어나왔고 동편 장승이 있던 곳은 귀신들이 많이 나와서 무서워서 잘 다니지 못했다.”며 어린 시절과 으스스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새우개 당집에서 놀았던 어린이들이 당주와 주비가 되어 당제를 지내는 모습에서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당대 이야기와 옛 어른들의 이야기까지 한 세기를 넘나들었다.
▲ 터주에 제를 올리다 © 최영숙
당집에서는 김선수 당주가 새로운 길지를 달았다. 당집 안의 신은 길지를 받아 길지로 신체가 확인되는 걸립을 포함한 8위의 신과 길지나 다른 제물로도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는 신 1위가 있고 길지가 바쳐지진 않지만 제물(화장품, 신발)로서 존재가 확인되는 소당아가씨도 있었다. 밖의 터주가리에도 길지를 달았다.
김선수(1953) 당주는 “아무리 더워도 선풍기나 부채도 못 부친다. 태풍을 불러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며 “당주를 맡은 것은 2006년도에 당주를 하신 서병호 어르신이 95세로 연세가 많고 예전에 몇 번 했던 경험이 있어서 당주를 했다. 여기서 하던 선주분이 소래로 다섯 분 정도 되고 서울로 가신 분들도 당제를 하면 100여 명이 십시일반 내서 300~400만원 정도 기금이 모여서 한다. 장기적으로 하면 잘 될 것이다. 문화제로 발전되길 원하고 전통으로 이어지길 원한다. 이철호 씨가 당 토지를 시에 기증한 보답으로 당집이 새는 것부터 보수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 제물로 쓰일 숫돼지가 들어오다 © 최영숙
피고사에 쓰일 선지와 제물로 쓰일 숫돼지가 들어왔다.
▲ 김선수 당주 ©최영숙
김선수 당주가 제문을 읽었다.
“포동 새우개는 12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흥시 변화는 소래산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제2고속도로, 서해안로, 배곧, 장현, 목감, 은계 신도시 건설과 2014년 9월 개통한 학미산 절개 방산,하중간도로, 2010년 3월 완공된 제3고속도로, 지하철 신현역 2018년 6월 16일 개통 등으로 산은 절개, 해안은 매립, 지하는 뚫고 인간의 편리를 위하여 지신, 산신, 해신 모두를 헤집어 놓고 정성 없이 살아온 세월을 무심함을 후회해서 새우개 마을에서 7월 28일 당제 회의를 추진하였습니다.
▲ 새우개 당제를 지내다 © 최영숙
또한 마을에도 학미산방산,하중간도로 공사장 절개지 살인 사건을 비롯해서 어르신들과 젊은 영가가 발생하는 등 작은 마을에서 많은 악상과 객사 외 부인들의 긴급 고관절상에 의한 사망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새우개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에서 이번 당제를 준비하고 도당할아버님, 도당할머님, 소당아씨 노여움을 풍어 드리고자 작은 정성 다시 올리오니 새우개 마을 외 신현동, 시흥시 시민의 안녕과 번영을 도와주옵소서. 12년간 못 올린 정성을 참회하며 기도 합장드립니다."고 기원했다.
▲ 동편 장승고사를 지내다 © 최영숙
밤 12시가 넘어 우물고사를 지내고 동편 장승고사를 지냈다.
▲ 8월 14일 동쪽을 향해 제를 지내다 ©최영숙
8월14일 새벽 4시에 제상을 차리고 동쪽을 향해 절을 했다. 모든 당제를 마치면서 인사를 드리는 예절이었다.
▲모든 액을 쫒는 의식을 하다 ©최영숙
동쪽을 향해 제를 지내고 나서 형체가 단단해 잡귀를 잡아먹고 액을 퇴치하는 제물 통북어를 던졌다. 동남쪽으로 갔다. 그쪽 방향이 길지라고 했다. 불을 붙였다. 불길이 타오르자 옷들을 벗어 불길 위에 흔들었다. 불길 속에 모든 액을 떠나 보냈다.
▲ 12시 마을회관에서 음식을 대접하다 ©최영숙
12시 노인정에서 어제 새우개 당제를 지내고 남은 음식과 국수 등으로 마을주민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수건을 오는 손님들과 참석하지 못한 주민들에게 나눠주었다.
▲ 안익환 통장 제물을 내오다 ©최영숙
안익환(1960)통장은 “4대째 새우개에 살고 있다. 예전에는 자연부락으로 살았는데 이제는 이곳 터가 공장으로 변하고 애착심들이 많이 없어졌다. 당제를 지내면서 예전에 사시던 분들이 고향을 찾는 계기와 전통을 살리고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했다. 당고사를 하자는데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작년 12월 연말에 마을운영회 할 때 8월에 하는 것으로 정했다. 외지로 나간 사람들과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올해 폭염으로 노인정에서 당제 다음날 식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간단히 막걸리 한 잔 붓고 하려고 했는데 어르신들이 그렇게 할 거면 하지 말라고 해서 2006년과 같이 격식을 갖추게 되었다. 돼지 소만 안 잡았지 똑같다. 사전 준비는 마을에 여유자금이 있어서 했다.”며 “새우개 당제를 종교적으로 보지 말고 전통문화로 보면 좋겠다.”고 했다.
▲ 새우개 당제를 지내다 © 최영숙
남자들만 참여할 수 있었던 새우개 당제는 느릿느릿 하면서도 시간에 마춰서 정성스럽게 당제를 드리는 것을 보면서 오랜 세월의 관록을 보는 듯했다.
▲ 목청을 따기위해 400년 된 느티나무 나뭇가지를 잘라버린 모습 © 최영숙
당제를 보면서 안타까움과 세월이 많이 바뀜을 느낄 수 있었다. 오이도에서 몰려오는 액운을 막기 위해 심었다는 당집 앞의 400여년 된 느티나무를 누군가 당제를 지내기 1주일 전에 나무속에 있는 꿀을 딴다는 이유로 뚝 잘라버린 것이었다. 범인은 잡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나무 아래 공장 사람도 벌들이 공장으로 몰려 들어와서 나무가 베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나뭇가지도 가져가지 못했던 나무를 이렇듯 싹둑 잘라버린 것이었다. "허, 어느 사람인지 안전하지 모르겠네!"며 마을주민들은 불안함과 함께 혀를 찼다.
또한 "나무가 안전하게 살려면 저 잘린 나뭇가지 끝을 잘 보살펴야 할텐데. 이철호 씨가 당집 부지를 시에 기증했고 보호수이기에 시에서 잘 관리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 새우개 당제를 지내다 © 최영숙
당제를 지켜보면서 시흥에 이렇듯 주민들이 직접 주관하는 당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 귀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당집 지붕과 내부를 들여다보면 안타까웠다. 담장은 무너지고 지붕은 물이 새서 임시 천막으로 가려져 있었고 당주와 주빈들은 마루바닥이 꺼질까 봐 조심조심 움직였다. 부뚜막의 깨진 모습이 보기 흉했다. 이 마을 지주 이철호 씨는 당집 주변의 땅을 시흥시에 기증했다. 새우개 당집은 개인의 것이 아니고 시흥시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귀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당집의 보수가 시급해 보였다.
시흥장수신문에도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