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1년 3월 12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10312토] 상하이 스캔들, 합동 조사 철저하게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을 규명하기 위해 총리실 외교부 법무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정부합동조사단이 금명간 상하이 현지에서 조사를 시작한다. 워낙 수치스럽고 충격적인 사건인 만큼 김황식 총리도 엄정조사와 책임소재 규명을 거듭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 내의 문제를 정부 스스로 조사해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낸 기억이 거의 없는 만큼 정부합동조사단을 보는 시각은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스캔들의 중심인 덩신밍(鄧新明)의 행방을 알 수 없는 데다 중국 공안당국의 공조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껏해야 총영사관 관계자, 동포사회 인사 등을 탐문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보신(保身)에 급급한 관련자들의 해명성 진술에 의존, 자칫 사안이 축소될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법무부와 총리실은 이미 지난 연말 증거자료들과 함께 진정을 접수하고도 사안의 중대성을 외면, 관련자 징계 정도의 소극적 조치만 취한 바 있다. 관련기관과 조사단 관계자들로부터 "소문이 사실보다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김정기 전 총영사가 불법 비자발급에는 관여하지 않은 것 같다"는 등의 축소성 발언이 나오는 것도 걱정스럽다.
치정극이 얽힌 추잡한 사건이지만 땅에 떨어진 국가기강을 바로 세우고 안팎으로 구긴 나라의 체면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대충 처리할 것이 아니다. 정부합동조사단에 남다른 각오로 한 치 미진한 부분 없는 엄정한 조사를 당부한다. 이와 함께 비자발급 비리, 정보유출 등 중대한 불법행위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조사 윤곽이 드러나는 대로 검찰수사가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조사단이든 검찰이든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개탄과 분노가 극에 달해 있음을 다들 명심하기 바란다.
대통령이 외교부장관의 제청 형식으로 임명하는 특임 공관장의 자격과 심사요건을 엄격히 하는 제도적 보완도 서둘러야 한다. 이번 사건도 근본원인을 따져보면 결국 특임 외교관의 능력과 자질 부족이 초래한 일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10312토] ‘덩 여인’의 인권은 멋대로 유린해도 되나
한 중국인 여성이 상하이 총영사관 소속 영사들과 불미스런 관계를 맺고 정보를 수집한 일과 관련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 여성 남편의 진정에서 시작된 사건은 젊은 여성 한사람에게 휘둘린 한국 외교의 수준과 외교관들의 자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이 여성 및 사건의 실체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합동조사를 시작하고 중국 쪽도 이 여성에 대해 조사한다니 그 결과를 기다려볼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다루는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에는 문제가 많다. 초기부터 우리 언론의 대부분은 이 사건을 ‘마타하리’ ‘색계’ 등과 비교하며 성을 이용한 간첩사건처럼 끌고 갔다. 또 연루된 영사들은 성만 밝히고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한 반면 이 여성의 실명은 그대로 공개하고 얼굴도 가감없이 내보냈다. 이에 대해 이 여성 남편은 공직 기강을 잡아달라고 했더니 아내를 꽃뱀으로 몰고 간다며, 사진을 쓸 거면 영사들에게 초점을 맞춰야지 왜 자신의 아내에게 맞추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유 있는 항변이다.
신문윤리강령 실천요강은 범죄 피의자라고 하더라도 그의 명예와 인격을 존중해야 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보도할 때는 공익과 공공성을 고려해 최소 범위에 그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여성은 확정된 피의자도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이 여성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게 공익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불륜이 개재된 사건과 관련한 이런 식의 보도행태는 선정성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슷한 보도행태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되풀이되는데도 고쳐지지 않는다. 몇해 전 신정아-변양균 사건 당시 여성계는 우리 언론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꽃뱀에게 물린 불쌍한 남자’의 도식으로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 보도 역시 같은 구도로 가고 있다. 남성 중심적 편견의 반영이 아닐 수 없다.
또다른 문제점은 이 여성이 중국인이라는 데 있다. 우리 언론들의 경솔한 보도태도가 그렇잖아도 뒤뚱거리는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지 않다. 당장 중국 언론들은 이 여성을 간첩으로 몰고 가는 우리 언론의 보도를 중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 언론은 여성과 외국인의 인권에 대해 좀더 사려깊은 태도를 가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10312토] 의료 중재원, 환자·의사 모두의 고통 덜어줄까
국회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 의료 사고로 분쟁이 생겼을 때 이를 중재하는 '의료분쟁 조정 중재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을 통과시켰다. 중재원은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의 신청에 따라 의사에게 잘못이 있었는지와 잘못이 인정될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줄 손해배상액을 얼마로 할지를 결정한다. 환자와 의사가 이 결정에 승복하면 재판을 하지 않고 곧바로 분쟁을 끝내고, 어느 쪽이든 이 결정에 불복하면 민사 소송을 낼 수 있다.
환자가 의료 사고를 당했다며 한국소비자보호원과 복지부에 구제를 신청한 건수는 연간 2000건을 넘는다. 환자가 의사나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도 2001년 585건에서 2009년 911건으로 8년 사이에 배 가까이 늘었다. 환자가 소송에서 이기려면 의사나 병원이 잘못해 의료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가 전문지식을 가진 의사나 병원을 상대로 잘못을 증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환자들은 돈도 돈이려니와 2~3년씩 걸리는 소송에 진이 빠져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기 일쑤였다. 의사 사정도 비슷했을 것이다.
중재원은 환자의 신청이 있으면 4개월 안에 의사 과실 여부와 손해배상액을 결정한다. 민사 소송보다 해결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 의료전문가, 변호사, 검사, 소비자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의료사고감정단이 의사의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판·검·변호사, 의료 전문가, 소비자 단체 대표, 대학교수로 구성된 조정위원회가 감정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환자와 의사 사이의 원만한 타협을 조정·중재하게 된다.
문제는 의료사고감정단이 얼마나 공정하고 믿을 수 있는 사고 조사를 하느냐다. 감정단에 의사 외에 변호사, 검사, 소비자단체 대표가 참여한다지만 이들 역시 전문 지식이 부족해 의사가 주도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의사에게 유리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쉽다. 의료사고 피해 환자들은 의사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하고 격앙된 감정을 갖기 마련이다. 조정위원들이 환자의 이런 심정을 얼마나 잘 다독거려 주느냐도 이 제도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의료중재원이 분쟁에 휩싸인 환자와 의사 모두의 고통을 덜어주는 제도가 되려면 의료사고감정단과 조정위원회부터 신뢰받는 인물로 구성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10312토] 법외노조로 창립 1돌 맞아야 하는 청년유니온
고용노동부가 국내 최초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법적 지위를 또 다시 인정하지 않았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7일 제출한 노조설립 신고에 대해 노동부는 구직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 규약을 바꾸고 ‘노동관련 제도나 법률의 제·개정’을 노조의 사업으로 정한 항목을 삭제하라며 엊그제 ‘보완’을 통보했고 한다. 말이 보완이지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해서도 안되고, 청년유니온으로서도 고칠 수 없는 것을 고치라고 했으니 ‘반려’나 다름없다. 지난해 3월13일 15~39세의 비정규직·정규직·구직자·일시적 실업자 등 청년 노동자들이 만든 노조의 설립신고를 노동부가 4번이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노동부의 거듭된 반려로 청년유니온은 창립 1년을 법외노조로서 맞게 됐다.
괜찮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의 고용현실이다. 이 바람에 많은 청년들은 취업과 실업의 경계가 무너진 세상을 살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스스로 노동권을 확보하고자 청년들의 당사자 운동으로 출발한 것이 새로운 노조인 청년유니온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청년유니온이 법적 지위를 갖지 못하도록 터무니 없는 트집을 잡고 있다. 2004년 대법원이 실직·구직자의 노동3권 보장 판결에 이어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도 청년유니온의 실직·구직자 노조설립 자격을 인정했는데도 노동부는 이번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치를 앞세우면서도 법원의 판결을 귓등으로 듣고, 고용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면서 청년의 고용현실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유니온의 이번 설립신고에 대해 노조 설립 목적을 개정하라고 한 노동부의 ‘지도사항’은 지금이 과연 21세기인가를 의심하게 만든다. 노동부는 노동관련 제도나 법률의 제·개정이 노조의 목적을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이라고 명시된 노조법에 어긋난다는 해괴한 주장을 펴고 있다. 노조의 활동범위를 정부가 허가하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많은 청년들은 실업과 비정규직의 양자택일을 강요당하고 있다. 1년 계약직 취업자는 실업을 1년 유예한 것과 다르지 않다. 청년유니온은 ‘일할 권리’를 주장할 뿐이다. 말끝마다 청년 일자리를 주겠다는 노동부가 청년들의 권리 주장조차 못하게 입막음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청년유니온이 법외노조로 남아 있을수록 노동부는 구차해지고,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남루해질 뿐이다.
[서울신문사설-20110312토] 23년 걸린 의료분쟁법 공정운영 기대한다
23년 동안 표류해온 의료분쟁조정법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의료사고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과 신속한 피해구제가 가능하게 됐다. 그동안 의료사고에 대해 병원과 환자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의료분쟁으로 인한 소송건수는 한해 1000건이 넘는다. 소송기간의 장기화(평균 26.3개월)로 인한 개인·사회적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이 법에 따라 소송 전 중재를 거칠 수 있게 됨으로써 의료분쟁 해결은 한층 합리적인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소송만능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우여곡절 끝에 의료계와 정부, 시민단체 등 이해당사자가 입장차를 좁히고 상생의 길을 마련한 만큼 성숙한 제도적 운영이 요구된다.
법이 시행되면 새로 설립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의료사고를 조사해 분쟁 중재를 맡게 된다. 정보 접근이 어려워 의료 과오를 입증하는 데 곤란을 겪어온 환자로서는 퍽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의료사고 발생시 의사가 스스로 무죄를 입증해야 처벌을 면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 조항이 제외된 데 대해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입증책임 전환과 관련, 피엘(product liability)법을 원용하기도 한다. 제품에 하자가 있을 때 제조사나 판매사가 제품에 결함이 없음을 증명해야 배상책임을 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제품 소비자와 의료 소비자를 동일 선상에서 재단하는 것은 무리다. 의료분쟁의 원인이 의료인의 과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엔 진료 결과에 대한 환자의 불만족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예도 적지 않다. 의료인이 의료사고를 피하기 위해 방어진료나 위축진료에 안주하거나 응급의료를 기피하려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그런 점에서도 입증책임 논란은 별 실익이 없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요컨대 신설될 중재원이 독립기구로서 얼마나 제3자적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어렵사리 마련된 이 법이 의료분쟁 문화의 선진화, 나아가 의료허브 대한민국의 꿈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10312토] 경제 후폭풍 걱정되는 日本 대지진
11일 오후 2시45분께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해저에서 발생한 진도 8.8의 강진으로 일본 열도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다. 이번 지진은 일본에서는 140년 만에 최악의 것으로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도 다섯 번째에 달할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고 한다. 지진 발생 직후 일본 동북부 해안지대에는 높이 10m가량의 쓰나미(지진해일)가 덮치면서 거의 모든 기간 산업시설을 초토화시켰다. 나리타 하네다 등 공항이 폐쇄되고,주요 도로와 철도가 마비되는 등 교통 통신이 두절됐으며,철강 정유 원전 등 기간산업시설 곳곳이 침수되거나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 역시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등 이번 지진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며 여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어디까지 피해가 확산될지 예상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강진은 가뜩이나 장기간 디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비상하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가 일본과는 워낙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데다 벌써부터 글로벌 금융 · 증권시장이 큰 혼돈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지진이 일본발(發) '경제쓰나미'를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전체에 몰고 올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우선 일본 금융시장에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고, 이는 우리 시장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어제 닛케이 평균주가는 1.72% 급락했고 홍콩 상하이 증시도 동반 폭락했다. 최근 약세인 우리 증시에도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아시아경제 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당시 고베 지진 후폭풍으로 주가와 엔화가 급락하고 그 여파로 유서 깊은 베어링은행이 파산하면서 이후 3년여 동안 아시아를 뒤흔든 금융혼란이 촉발되기 시작했다. 어제 대지진이 알려지면서 엔화 가치가 빠르게 약세로 전환한 것이 그런 우려를 높여 놓고 있다. 우리는 이런 현상들이 단지 과도하게 예민한 초기 반응에 그치기를 희망한다.
당장의 어려움으로는 산업 물류 문제를 걱정하게 된다. 일본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등 아시아 제조업의 주된 부품기지다. 일본 부품 업체의 생산 중단이나 교통마비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 아시아 경제 전체가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일본 경제가 받을 충격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세계화된 경제에서 한 국가의 혼란은 곧바로 인접한 교역국으로 전파된다는 면에서 우리에게 미칠 장단기 경제 쓰나미가 걱정스럽다. 정부가 어제 저녁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연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지진 피해가 최소화되기를 바랄 뿐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10312토] 반시장적 '이익공유제' 비판은 당연
동반성장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익공유제'가 재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전도가 불투명해졌다.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 회장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거론한 이익공유제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개인의 입장이기도 하지만 재계 전체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이익공유제가 하나의 정책으로 추진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익공유제가 반시장적 발상일 뿐 아니라 자율적 동반성장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예견된 일이다.
이번 이 회장의 비판이 아니라도 이익공유제는 그동안 재계는 물론 정부와 여야를 포함한 정치권에서도 반시장적이며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익공유제는 "사회주의나 자본주의ㆍ공산주의 어느 체제나 국가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처럼 개념 자체도 모호하고 국적불명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주주들을 납득시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경영진의 배임행위에 해당되는 등 법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대기업의 이익을 강제로 떼어주는 식의 동반성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지속될 수도 없다. 협력 중소기업들을 위해 자금지원, 기술개발, 마케팅 지원 등에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설 때 동반성장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미 상당수 대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 같은 동반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강제로 이익을 나누도록 한다면 대기업들은 국내 중소기업들과의 거래를 줄이고 글로벌 아웃소싱을 확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결국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소 협력업체에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셈이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동반성장이 아니라 동반추락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반시장적일 뿐 아니라 현실성 없는 이익공유제에 대한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 재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도도입을 강행할 경우 기업의 경영의욕을 꺾고 경제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자율적으로 동방성장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드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육정수(논설위원)-20110312토] 목진휴 교수의 ‘복학생 오찬’기사
그제 낮 12시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국민대 구내 레스토랑. 이 대학 행정학과 목진휴 교수가 군(軍) 복무를 마치고 이번 학기에 복학한 제자 10여 명을 점심에 초대했다. 목 교수가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며 한마디씩 건넸다.
“××야, 넌 어디서 근무했냐?”
“경기 파주입니다.”
“고생 많이 했다. OO 너는?”
“강원 홍천입니다.”
“너도 고생했네. △△는?”
“전방 15사단입니다.”
“야, 너는 엄청 고생했구나.”
“軍제대 복학생은 대한민국의 영웅”
목 교수는 말을 이었다. “군대는 후방이라도 집단생활을 하고 자유를 구속당하기 때문에 힘들지. 다들 2년 동안 수고 많이 했다. 너희는 대한민국의 영웅들이다. ‘군대는 썩는 것’이라던 과거 어느 대통령의 말이 맞지 않는다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공부와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 계속해서 복학생들이 겪은 군 경험담과 목 교수의 1970년대 군 생활 얘기로 웃음꽃이 피었다.
학군단(ROTC) 장교 출신인 목 교수는 입대 예정자와 복학생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쏟는다. 수년 전부터 매 학기 강의 첫 시간과 종강 때 그들을 호명해 일어서게 한 뒤 학생들에게 박수를 쳐주도록 했다. 군 복무를 명예롭고 자랑스럽게 여기라는 뜻이었다. 2008년부터는 자비(自費)로 오찬을 베풀며 격려했다. 헌신과 희생에 대한 고마움을 박수로만 표시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란다.
이번에 초대된 복학생들은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당시 대부분 군 복무 중이었다. 인천 영종도에서 공군으로 근무했던 학생은 “연평도 도발 때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나 바로 전화를 걸어 안심시켜 드렸다”고 말했다. 해군에서 복무한 학생은 “천안함 사건 당시 전쟁 직전 같았던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육군 최전방 사단의 포병이었던 학생은 “연평도 도발 때 숨진 해병대원 한 명의 임무가 나와 같아 마음이 더 아팠다”고 말했다.
연평도 도발은 민간인 2명 사망, 3명 부상과 해병대원 2명 사망, 16명 중경상의 피해를 남겼다. 민간인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주민 대부분을 피란민으로 만들었다. 군의 안보태세에는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은 우리 젊은이들의 대북관(對北觀)과 안보관을 크게 바꿔놓았다. 북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해병대 지원율의 급상승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11월 23일 연평도 피격일은 해병대가 다시 태어난 날이다. 북은 해병대가 지키는 연평도를 기습 공격해 젊은이들의 잠자던 안보의식을 일깨웠다. 이는 우리에게 뜻밖의 소득이다. 김정일 정권에는 ‘도발을 하면 할수록 남조선의 국방력과 정신무장은 더욱 튼튼해진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 젊은이들의 용기와 희생 잊으면 안 돼
연평도 사건은 ‘해병대 신드롬’을 일으켰다. 해병(일반) 지원율이 올해 1차 모집에서 4.5 대 1까지 높아졌다. 그제 마감한 2차 모집에서는 2.9 대 1로 나타났다. ‘해병 중의 해병’이라는 수색대 지원율은 무려 18 대 1을 기록했다. 6월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을 위해 모집정원을 300여 명 늘렸고 학기 중인데도 이런 높은 지원율을 보였다. 고교 성적 및 출석률, 체력 및 면접시험에서 거의 만점을 받아야 입대가 가능할 정도다.
7일 경북 포항의 해병대 교육훈련단으로 입대한 배우 현빈(30), 아니 훈련병 김태평은 청년들의 변화된 안보의식을 상징한다. 그는 국내외 2000여 명의 열성 팬과 취재진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한 뒤 화려하게 입소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정들은 부모 형제나 친구 등의 조촐한 배웅을 받으며 낯선 군문(軍門)에 들어선다. 우리 사회는 그들의 용기와 보이지 않는 희생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기선민(문화스포츠부문 기자)-20110312토] 구루병
뱀파이어의 적은 세 가지. 마늘과 십자가, 햇빛이다. 햇빛을 보면 시꺼멓게 타버린다. 그래서 별수 없이 ‘어둠의 자식’이다. 2009년 전 세계적 붐을 일으킨 판타지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들은 예외다. 주인공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를 포함한 컬렌가(家) 흡혈귀들은 태양 아래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피부를 뽐낸다. 핏줄이 비쳐 보일 정도로 창백하고 흰 꽃미남 에드워드의 피부는, 그가 모는 볼보자동차와 함께 부(富)의 상징이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윤초시 손녀가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 올린 팔과 목덜미가 마냥 희었”던 것처럼.
그런데 똑같이 희고 창백한 피부라 해도 ‘구한말 폐병 시인 같다’는 표현으로 오면 정반대 뜻이 된다. 그 시절 폐결핵은 가난의 상징이었다.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처럼 돈 없는 문인들 사이에서 폐병앓이는 일상다반사였다. “각혈(喀血)을 해야 비로소 진정한 시인이 된다”는 농담도 있었고, “폐병 시인의 각혈은 일제 억압에 대한 구토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나올 지경이었다. 서양이라고 다를까. 오페라 ‘라보엠’의 미미,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등 비극의 여주인공들은 꼭 폐병을 앓는다.
결핵 등 폐병은 그래서 ‘가난병’이라고 부른다. 후진국이나 빈민가에서 자주 발생하는 병이라서다. 야맹증·각기병·괴혈병·구루병 등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던 비타민 결핍증도 여기에 속한다. 이 중 구루병은 비타민D가 부족해 뼈의 변형이 오는 질환이다. 우리가 못살던 시절엔 구루병에 걸려 ‘곱사등’이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공황 시절을 무대로 한 존 스타인벡의 1939년작 『분노의 포도』에도 구루병을 앓는 빈곤의 현실이 나온다. “기업들, 은행들은 스스로 파멸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몰랐다. 농사는 잘됐지만 굶주린 사람들은 도로로 나섰다. 곡식 창고는 가득 차 있어도 아이들은 구루병에 걸렸고, 펠라그라병 때문에 옆구리에선 종기가 솟아올랐다.”
비타민D의 별명은 ‘선샤인(sunshine) 비타민’이다. 볕을 쬐면 몸 안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구루병이 다시 유행한다고 한다. TV와 컴퓨터 게임에 빠져 야외활동이 부족해서다. 얼굴이 타는 걸 꺼려 바르는 자외선차단제도 원인이다. 모든 게 넘쳐나는 풍요의 시대에 결핍의 질병이 도는 건 아이러니다. 뱀파이어처럼 햇빛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고, 햇빛은 돈 내고 쬐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승철(논설위원)-20110312토] 특임공관장 제도
이명박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인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상하이 스캔들’ 논란의 한복판에 서면서 대통령이 직업외교관이 아닌 사람을 대사나 총영사로 임명하는 특임공관장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특임공관장제에 얼마나 문제가 있는 것일까.
8~9년 전 미국 워싱턴에서 다수의 한반도 전문가, 교민, 현직 외교관들에게 1980년대 이후 역대 주미 대사에 대한 평가를 질문한 적이 있다. 결과는 특임으로 임명된 한승수 대사(전 총리)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적으로 놀랐다. 반면 직업외교관 출신 대사에 대한 평가는 매우 박했다.
주중 대사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급속한 발전으로 외교여건이 크게 바뀌었지만 1990년대 중반에 근무했던 2대 황병태 대사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청와대와 각별한 관계이던 황 대사에게 절대적 신뢰를 보냈으며, 심지어 그가 이임할 때는 당시 장쩌민 국가주석이 환송연을 열어주면서 평생 중국을 방문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했다.
물론 특임공관장 중에는 수준 미달로 우리 외교에 주름살을 안긴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직업외교관 출신 공관장 중에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 비일비재했다. 1990년대 중반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외교부 문서위조사건’(속칭 최승진 사건)은 직업외교관 출신 대사의 공관 운영능력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제도가 아니라 개인이 문제라는 얘기다.
특임공관장의 필요성은 여러 면에서 지적할 수 있다. 우선 중국, 일본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관료 출신보다는 국내정치적으로 힘 있는 공관장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 같은 이는 중국 공관장들이 모두 특임으로 채워진 것을 비판했지만 글쎄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특수지역에는 현지 언어에 능통하고 현지 사정에 정통한 사람이 적임자일 수 있다. 또 폐쇄적인 외교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특임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특임으로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를 지낸 허승철 고려대 교수(노어노문학)는 ‘나의 사랑 우크라이나’라는 체험기에서 “성을 쌓는 자는 성 안에 갇혀 망한다”면서 특임공관장제의 장점을 역설했다. 우리가 한번 들어보아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매일경제신문 칼럼-기고/[하영제(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20110312토] 구제역과 농식품 수출강국의 꿈
김치, 인삼, 고추장에 이어 막걸리 등 한국 식품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뜨겁다.
막걸리가 일본에서 대학생 등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해 1909만5000달러어치가 수출돼 1년 새 204%나 늘었다. 화훼와 과일 등도 일본ㆍ홍콩ㆍ중국 소비자 사이에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산 파프리카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10년째 일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산이 독점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였던 품목이다. 입맛이 까다로운 일본에서 65% 이상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한국 수출농업의 성공 잠재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세계 농업환경은 크게 변하고 있다. FTA 체결 등으로 각국 농산물시장은 시장 개방과 무역장벽 철폐를 요구받고 있다. 우리에게도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이 정부 보호에만 의존한다면 더 이상 발전과 경쟁력을 갖는 데 한계가 있다. 위기를 넘어 창조적 기회 창출이 필요한 때다.
한국 농림수산식품 수출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체계적이며 전략적으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즉 영세업체 중심인 수출구조, 국내 업체 간 과당경쟁, 단발적 소량 수출 형태, 열악한 수출 정보 취득 등은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다.
먼저 생산구조를 규모화하고, 생산과 공급에서 조직력을 갖춘 수출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품목별로 중소 수출업체들이 참여하여 품목별 수출연합체를 구성하고 연합체가 덤핑 수출과 과당경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자율적으로 수출장애를 해결ㆍ조정하고 품목별로 수출 질서가 확립되도록 결정권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상품 생산ㆍ판매와 현지 마케팅을 시장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
다음으로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갖춰 놓은 국외 대형 유통업체 판매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10개국, 29개 대형유통업체 등과 MOU를 맺고 있어 수출업체에는 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최고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마트나 편의점에서 와인이나 치즈를 볼 수 있듯이 외국 마트에서도 김치, 고추장, 막걸리나 쌀 과자를 쉽게 사도록 해야 한다. 또한 FTA 체결로 인하여 농업 기반이 붕괴된다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FTA를 통해 우리 농식품의 경제영토를 확장하여 위기를 기회로 반전하기 위한 차별된 전략을 펼쳐야 한다. 외국에서 고품질 원료를 확보하여 선진화한 한국 가공기술을 더한다면 세계적인 다국적 식품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곳곳에 생산공장을 소유하고 있는 다국적 식품기업인 스위스 네슬레를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식품산업 잠재력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장에서 볼 때 수출 성공 여부는 수출농가(업체)가 갖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자주 느낀다. 생물인 농수산물을 수출할 때는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특히 필요하다. 철저한 검역, 안전성 확보, 수출규격 관리, 신선도 유지, 냉장 운송, 도착일 준수 등에서 바이어와 상호 신뢰가 쌓일 때 수출경쟁력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국내외적으로 이상 기후에 따른 농수산물 가격 상승, 구제역 발생과 냉해, 태풍으로 인한 작황 부진 속에서도 지난해 한국 농식품 수출은 2009년과 비교해 22% 증가한 59억달러를 달성했다. 농식품 중에서 단일 품목으로 1억달러 이상 수출한 품목만도 2004년 6개에서 2010년에는 인삼, 김, 오징어, 음료 등 10개 품목으로 늘어났다.
이는 기술 선진화, 수출 전문성, 공세적 외국 시장 개척활동이 일궈낸 값진 성과로서 우리 농어업 성장동력을 수출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수출 환경은 지난해보다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제역 발생 등으로 수출 상대국에서 우리 농식품 전반에 대해 의구심을 품거나 부정적 인식을 갖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국민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