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가격리 2 주째 (한국) (11/27/20)
나라에서 지정해 준 안심 숙소에서 10일을 보내고 이제 나흘 밤을 더 자면 남편이 아고다 회원으로 가입해서 12일 밤에 41만 원 정도인 너무나 싼 호텔을 예약했다. 나는 모기와 벌레가 없고 행여 벼룩이나 이가 없는 숙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곳은 모기가 얼마나 많은지 내가 수시로 미국에서 가지고 온 긴 종이 타올 수건으로 침대나 의자에 올라가 천장에 붙은 모기나 벽에 붙은 모기를 때려잡으면 빨간 피를 흘리며 죽는다. 처음에는 모기가 있는 줄 모르고 시누이가 가져온 매운탕을 끓여 맛있게 먹으면서 너무 냄새가 날 것 같아서 침대 위의 창문을 열어놓았다.
우리가 오기 전에는 비가 오고 추웠다고 해서 옷도 외출복 겨울옷을 한 벌만 가지고 왔는데 날씨가 화창하고 너무나 따뜻하다. 낮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공기를 환기시켜야 한다고 해서 열심히 창문을 열어놓았더니 모기가 다 모여 들어왔다.
그 후로는 창문을 안 열어놓고 지내는 데도 밤에 자려고 하면 꼭 모기가 귓가에서 앵앵거려서 불을 켜고 때려잡으면 조용해진다. 앉아서 천장을 바라보거나 벽을 바라보는 것이 습관이 되고 운동도 하게 되는 것 같다. 모기를 열심히 잡으니 모기가 없어진 것 같았는데 또 앵앵거린다.
아들 같으면 결사적으로 때려잡고 방을 바꾸고 수선을 피울 텐데 남편은 “좀 뜯어 먹으라고 해.”라고 꿈쩍도 안 한다. 이 위험한 시기에 다른 사람의 피를 빤 모기가 나의 피를 빤다면? 이 숙소는 안심 숙소가 아니라 불안 숙소이고 속히 한국을 떠나 미국 공기가 좋은 내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기만 바란다.
민감한 시대에 친척 누구도 오라고 반기지 않는 것 같고 자가격리 후에 있을 숙소를 딸에게 알아보라고 하니 아들에게 연락해서 호텔을 알아보아 준다고 시간이 많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아들은 출장을 많이 다녀서 우리가 한국에 살 때나 여행할 때에 아들이 한국으로 출장을 오면 별 5개의 최고의 호텔에 머물면서 꼭 우리를 초청하고 큰 침대는 우리에게 쓰라고 주고 자기는 일인용 침대를 사용했다.
삼성역에 내리면 바로 있는 파크 하얏트 호텔의 VIP 회원인 아들 덕분에 우리도 혜택을 누렸고 23층에 있는 사우나와 24층에 있는 수영장에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수영을 하고 그곳 헬스장에서 운동도 하고 새하얀 수건을 매일 갈아주고 하루에도 두 번씩 메이드가 와서 청소를 해주었다.
아침은 아래층 뷔페식당에서 40,000원짜리의 한식과 양식이 다 있는 식사를 했다. 공항 근처와 서울 근교의 메리옷 호텔과 하얏트 호텔을 아들 덕분으로 많이 다녔는데 이제 12 밤을 아들에게 부탁하니 좀 염치가 없다. 남편은 이곳 저곳 숙소를 알아보는데 형편이 여의치 않은 것 같고 나는 이제 남의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서 내가 인터넷으로 호텔을 알아보니 의외로 싼 곳이 참 많다.
아고다 회원으로 예약을 하면 굉장히 싸서 남편이 을지로에 있는 큰 호텔을 12일 밤을 41만원으로 예약을 하게 되어 아들에게 우리가 예약을 했으니 너는 하지 말라고 하다. 남편도 나도 우리의 손으로 호텔을 계약한 것은 처음이고 앞으로 여행을 한다면 이렇게 예약을 하고 가족들에게 짐을 지우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곳에서 10일 이상을 지내면서 좁은 방에 화장실 냄새에 모기에 힘들었지만 작은 냄비 하나에 이것저것을 끓여 먹으면서 처음에는 다시는 남편과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화를 냈는데 지금은 남편과 모처럼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야 하겠다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조카는 부산에 살고 있어서 이곳 숙소를 인터넷으로 돈을 선불로 다 지불했다고 한다.
내일 기다리고 기다렸던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로 오늘은 보건소에 다시 가서 코와 입을 벌리고 면봉으로 조사를 받는데 나는 너무 무섭고 싫었지만 모두 받아야 한다.
우리 숙소는 격리하는 숙소이기 때문에 수건도 한 번 밖에 안 주고 청소도 14일 동안 안 해주고 쓰레기 수거도 안 해 준다. 밖에 절대로 나가서는 안 되기 때문에 햇반과 라면과 빵만 배달로 사 먹어야 한다. 좁은 방에 쓰레기도 잔뜩 쌓아 놓고 살아야 하니 어떻게 안심 숙소가 되는지?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에 만나면 안 된다고 하니 코로나가 생사람 잡는다.
아무것도 안 해 주는 이 숙소가 14일에 936,000원이니 우리가 갈 호텔보다 배나 비싼데 조카가 다 내었다고 해서 내가 너무 미안했다. 주인에게 첫날에 전화해서 이 호텔이 하루에 얼마냐고 하니 51000원이라고 해서 내가 다시 전화를 해서 돈을 더 많이 냈으니 돌려달라고 하니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를 내주는 사람들에게 그 돈이 벌써 나갔기 때문에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한다.
싸울 수도 없어서 알았다고 하고 내가 조카에게 미안해서 60만원을 주겠다고 하고 모두 끝내다. 코로나로 보건소에 갈 때도 정부가 지정한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가야 하고 조사받는 동안 차가 기다렸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와야 하고 코로나가 여행객들이 불필요한 돈을 많이 쓰게 하고 너무 힘들게 한다.
이곳에 14일 동안 갇혀 있는데 만나서 이야기도 못 하면서 사람들의 음식배달과 사랑의 발걸음으로 맛있는 음식들을 공궤함을 받으면서 그 수고에 감사하고 행복을 느꼈다.
앞으로 자유가 있는 12일 동안의 시간을 사람들과 만나고 계획했던 모든 일이 내 뜻과 생각대로가 아닌 주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기적의 역사가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이번 여행이 복된 여행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내가 너무 불평을 많이 했던 것을 회개한다.
하루에 40만원 하는 비싼 호텔과 어찌 비교할 수가 있을까. 선교지에 갈 때에는 바르는 모기약과 팔목에 끼는 모기 팔찌도 가지고 갔는데 ‘집에 있는 것들을 가지고 올 걸’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부가 지정한 안심숙소라면 최소한 모기가 들끓지는 않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제 내일이면 무사히 다 끝나고 자유의 몸이 되어 꼭 만날 사람들을 만나고 이번에 힘들게 온 목적이 아름답게 이루어지기를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