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8UN75fg9t8g
젊은 시절 불교신문 기자를 한 내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기독교 성가가 딱 하나 있다. <애니로리>란 노래다. '저 새벽 이슬 내려 빛나는 언덕에, 그대 함께 언약 맺은 내 사랑의 고향. 참사랑의 언약 내 잊지 못하리, 사랑하는 애니로리 내 맘 속에 살겠네.' 이 노래를 잊지못하는 사연이 있다. 중학생 때 배건너 칠암동에 작은 교회가 있었다. 거기 애니로리처럼 이쁜 소녀가 있었다. 나는 교회에 따라가 창 밖에서 천사처럼 합창하는 성가대 소녀를 훔쳐보곤 했다. 그리고 꾀를 하나 내었다. 나무꾼과 선녀. 소녀의 신발을 감추었다. 신발 찾지 못한 소녀에게 나중에 선심 쓸 요량에서다. 그런데 사고가 생겼다. 그 친구는 나중에 서울 올라와서 보니 진주고등학교 등산팀 대장이었다. 계집애처럼 잘 생긴 내 한 해 위 녀석이다. 그가 같은 성가대 팀 친구들 다 동원하여 끝내 그 소녀 신발을 찾아준 것이다. 나는 하도 얄미워서 며칠 뒤 그를 골목으로 끌고가 퍽 퍽 두어 번 펀치를 먹여 내마음을 풀었다. 그 다음부터 소녀고 교회고 깨끗이 포기하고, 로빈훗드처럼 산과 들을 쏘다녔다. 그런데 세월이 70년 흐르자, 지금 교회에선 이 노래 가사도 곡도 달라졌다. <1절: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하늘 영광 밝음이 어둔 그늘 헤치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빛을 보도다> 이거야 뭐 전혀 감흥없는 가사와 곡 아닌가? 그 바람에 이젠 추억도 지워버렸다.
원래 <애니로리>는 1800년대 초반 애니로리라는 처녀가 준수한 사관생도 윌리엄 더글러스라는 청년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처녀 집안의 반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고, 다른 곳으로 시집 가버린 애니로리를 잊을 수 없었던 남자가 애절한 마음을 시로 담았다. 그리고 1825년 이 시를 발견한 존 스콧 부인이 고운 멜로디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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