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이었다. 훨씬 전 여행이 자유롭던 시절이었다. 서울을 잘 다녀온 느낌이 여늬때와 좀 달랐다. 집을 비운 동안 실내 오킷 화분이랑 뒤뜰 화분들 모두 싱싱했다. 생기 팔팔을 보여주려고 안주인을 기다린 기색이다. 환하게 반겨주는 화초들이 고마웠다. 골프라운딩도 줄이고 남편이 정성 드려 보살핀 것 같았다. 뒤뜰 잔디 위에서 스윙 연습을 해도 바로 그 옆의 노랑 민들레 잡초를 못보는 남편이다. 다람쥐가 쓸어트린 화분 흙이 쏟아진체 있어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남편이다.
스쿨 리유니언차 떠난 서울행이었다. 주부 부재 집안이 깨끗하게 정돈된 게 속으로 고맙구나 싶었다. 집에 안착한 안도감에 너무 피곤했나. 신발도 가방도 나머지 짐도 밀어놓고 씻고 그만 잠에 취해버렸다. 나중에 알았다. 정작 집 주인은 아내가 애지중지 하는 화초 베이비씨팅은 잘하면서도 그 동안도 성가시게 쏘아내는 치통을 어쩌지 못해 이빨 뽑어 말어 갈등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턱이 없었다.
도착한 다음 날 이빨치료를 하고 들어서는 남편을 비몽사몽으로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 짐 가방을 풀기 시작했다. 내가 도착할 때 까지 나름대로 참고 기다렸다. 음식을 씹지 못하는 남편에게 명란알 계란찜이 제격이란 번개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화개장터가 떠오르고 뚝배기 찾아 3만리 짐 속을 뒤지고 있었다. 절실하게 필요한 이런 때가 이렇게 금방 오리라 예상이나 했겠는가. 꼭 필요한 찜기, 무겁지만 사오기를 참 잘했다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집을 비우는 경우 강아지나 열대어, 화초나 정원수등 생명 있는 것들을 적절하게 조치해 놓고 떠나곤 했다. 그래서 여행 전에 몸이 지칠 때가 많았다. 탑승후 비행기 안에서 잘 자고 잘 쉰다. 두 번씩이나 투병의 전력을 가진 나는 건강 지향적이다.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결론이 서면 잘 돌아선다. 그래서 기내에서 잠에 취해 식사를 놓치지까지 한다.
그 때 이 찜기를 앞에 놓고 생각에 잠겼던 게 생각났다. 고교 동창 남도 여행길이었다. 무거운 것을 왜 사? 도시마다 마을마다 짐을 쌌다 풀었다 하는 번거러움에 그 무게를 보태면 내 체력에 힘들것이 뻔하지 않는가! 사 말어 반복했다.
‘내가 너를 미국까지 데려 오길 참 잘했다’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어루만지며 은근한 눈빛을 건네며 바라보았다.
음이온 분청계란찜기-
‘본 제품은 순수한 천년재료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색상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자렌지, 가스렌지 사용가능 원적외선이 다량 방출됩니다.
불에 직접 올리는 분청 내열도자기입니다.
음식이 타지 않고 맛이 좋습니다.
무공해 천연소재로 만들었습니다’
명란젓을 계란에 휘저어 중탕 찜을 해서 남편의 치통대안 말랑살랑 계란찜이 상위에 올랐다. 밥상에 오른 계란찜을 보고 희색이 만연해 한 남편이었다. 나 스스로가 무심코 예견한게 넘 빨리 적중했다고 여겼다.
다 이 신통한 계란찜기 덕분이었다.
마침 5일장이 서는 장날에 윤기나고 앙증스런 계란 찜 뚝베기와의 첫만남! 큰 사이즈 아닌 귀엽고 작아서 호감이 갔다.
그날은 홍쌍리 청매실을 내려와 단숨에 가 닿은 곳이 그 유명한 화개장터 였다.
청매실 마을의 감동이 넘실대며 발걸음을 신나게 해 장터안을 누비게 했다. 더덕 향기를 맡으며 찐쌀도 씹어 먹으며 장돌뱅이의 추억을 맛본 게 횡재였다. 토속적 분위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그 유명한 화개장터에서 만난 인연의 찜기~ 미국 LA에 착륙, 윤끼 나게 식초로 씻기고 닦이었다. 오늘 계란찜으로 상위에 '데뷰 테이프'를 끊었다. 브라보!
다음엔 된장찌개를 끓여 상에 올릴 참이다. 효자 하나 입양한 기쁨, 이래저래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무게가 성가셔도 요긴한 가족품목이 늘어나는 기쁨은 늘 보배스럽다. 오늘도 요긴한 자식 노릇을 아주 잘해내고 있는 뚝베기에게 애정어린 눈길을 건넨다.
-미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