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사망, 피의자 가해자라면 경찰조사 전 준비할 사항
사망사고 직후에는 ‘잘못했습니다’라는 말만 준비해서는 부족합니다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운전자는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 당시에는 피해자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까지만 확인했는데 이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 경우도 있고, 사고 직후부터 중대한 결과가 예상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경찰 출석까지 요구받으면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제가 잘못한 사고이니 모두 인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것과 형사절차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진술하는 것은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고의 모든 원인과 과실이 자동으로 피의자에게 귀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사에서는 사고 당시 신호가 어떠했는지, 차량의 속도와 진행 방향은 어땠는지, 피해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이동했는지, 운전자가 사고를 피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하게 됩니다.
따라서 경찰조사를 앞둔 피의자라면 예상 질문의 답변부터 외우기보다 사고 당시 상황을 객관적인 자료를 기준으로 다시 구성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1|블랙박스부터 보존하고 ‘사고 전 몇 분’을 다시 봐야 합니다
사망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가장 먼저 확인할 자료 중 하나가 블랙박스입니다.
여기서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만 잘라서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고 직전 어느 차로를 주행했는지, 차량 속도는 어떻게 변했는지, 신호는 무엇이었는지, 피해자를 언제 처음 발견할 수 있었는지, 제동이나 방향 전환이 있었는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충돌 순간뿐 아니라 사고 발생 전후 일정 시간의 영상을 원본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블랙박스 영상은 저장 용량에 따라 기존 영상이 덮어쓰기 될 수 있으므로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보존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 CCTV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교차로나 도로 주변에 설치된 영상이 사고 과정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줄 수 있습니다. 블랙박스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피해자의 이동이나 다른 차량의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차량의 파손 위치, 사고 현장 사진, 도로 구조 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사망 교통사고에서 특히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고가 난 뒤의 기억만으로 사고 원인을 확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운전자는 충돌 직후 상당히 당황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당시의 기억과 실제 영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분명 신호를 봤던 것 같다”, “속도는 이 정도였던 것 같다”처럼 확신하기 어려운 내용을 사실처럼 정해놓기보다 영상과 객관적인 자료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2|경찰이 물어볼 ‘사고 원인’을 항목별로 나눠 정리해야 합니다
사망사고 경찰조사에서는 단순히 “사고를 어떻게 냈습니까?”라고만 질문하지 않습니다.
사고가 발생하기까지의 운전행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 전에는 자신의 운전 상황을 몇 가지 항목으로 나눠 정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운전 목적과 출발 시점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느 도로를 이용했고 사고 장소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운전했는지도 기억나는 범위에서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제한속도와 실제 주행상황, 신호, 차로, 전방주시, 제동 시점, 피해자를 처음 발견한 위치 등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음주나 약물, 휴대전화 사용 등이 문제 되는 사건이라면 그 부분도 별개의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사고가 이른바 12대 중과실과 관련된 유형인지 여부 역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망사고라는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과정에 어떤 교통법규 위반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피의자가 주의해야 할 것은 법적인 결론까지 자신이 먼저 만들어 진술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적으로 제 과실입니다”라는 표현과 “제가 전방을 보다가 피해자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라는 진술은 성격이 다릅니다.
첫 번째는 법적 평가에 가까운 표현이고 두 번째는 구체적인 사실에 관한 설명입니다.
잘못한 부분을 회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경찰조사에서는 죄책감 때문에 사실관계를 넘어서는 평가까지 스스로 확정하기보다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사고 이후 행동과 피해 회복은 별도의 시간표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망사고에서는 충돌 순간만큼 사고 이후의 행동도 중요합니다.
사고 직후 차량을 정차했는지, 신고는 언제 했는지,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서 무엇을 했는지 등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보험회사에 사고를 접수했다면 그 시각과 처리 과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유족에 대한 사과와 피해 회복 문제도 생각해야 합니다.
다만 사망 직후 유족은 극심한 충격을 받은 상태일 수 있으므로 피의자가 자신의 처벌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반복해서 연락하거나 합의를 서두르도록 압박하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형사합의를 검토해야 하는 사건이라면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경찰조사 준비와 형사합의를 하나의 문제로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유족과 합의했다고 해서 사고 원인이나 피의자의 형사책임에 관한 수사가 자동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찰조사에서 불필요하게 위축될 필요도 없습니다.
사고 원인에 관한 자료, 사고 직후 조치에 관한 자료, 피해 회복과 관련된 내용은 각각 나눠서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경찰조사를 마친 뒤에는 피의자신문조서 역시 충분히 읽어봐야 합니다.
특히 사고 속도나 신호, 피해자를 발견한 시점, 제동 시점처럼 과실 판단과 관련될 수 있는 내용은 자신이 실제로 진술한 취지가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 출석 전에는 ‘진술문’보다 사고의 시간표를 만들어 보세요
교통사고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고의 처벌 사례를 계속 찾아보거나 예상 답변을 만들어 외우는 것이 첫 번째 준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먼저 권하고 싶은 것은 사고 발생 전부터 사고 직후까지를 시간 순서대로 한 장에 정리하는 것입니다.
언제 출발했는지, 사고 장소에 진입할 당시 신호와 주행상황은 어떠했는지, 피해자를 언제 발견했는지, 제동은 언제 했는지, 충돌 후에는 어디에 정차했고 신고와 구호조치는 어떻게 했는지를 순서대로 작성해 보는 것입니다.
그 옆에는 각각의 내용을 확인할 자료를 적어두면 됩니다.
블랙박스, CCTV, 현장 사진, 차량 자료, 통화내역, 보험접수 기록 등이 있다면 어떤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지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직접 기억하는 사실과 영상을 보고 나중에 확인한 사실도 서로 구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교통사고 피해자사망 사건으로 변호사와 상담한다면 예상 형량만 묻기보다 사고 원인이 어떻게 분석되는지, 운전자에게 어떤 주의의무 위반이 문제 되는지,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무엇인지, 경찰조사 전에 추가로 확보할 자료가 있는지, 피해 회복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결과는 매우 무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수사 초기부터 사실관계를 더 정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실을 축소해서도 안 되고, 죄책감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과실까지 자신의 책임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객관적인 증거를 보존하고 사고 당시의 상황과 사고 이후의 행동을 차분하게 복원하는 것. 저는 그것이 사망 교통사고 피의자가 첫 경찰조사를 앞두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 광고책임변호사 : 김범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