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우리 명승기행- 김학범(2013.5 김영사)
문화재란 무엇일까? 새 정부 들어선 후 국보 제 285호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전에 관한 논의가 들끓고 있다.
그 소중한 반구대 암각화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71년 이니 들은 대로 본 대로 그 유물이 저 지경이 되도록 관리부처와 그 난다는 학자들, 전문가들은? 또 사회단체는 과연 무엇하고 있었는가를 묻고 싶다.
그러나 만시지탄이지만 그나마 앞으로 보전책을 적극적으로 세우려는 논의가 있음을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명승>은 <문화재> 이다. 결코 사용하고 싶지 않은 용어 <문화재 Culture Property>이란 이 말, 현행법이 그러니 도리 없이 여기서 나도 사용하지만 이 말은 시급히 <문화유산 Culture Heritage>으로 바꿔 써야 될 것이다.
문화재라고 할 때 그 말에서는 어쩐지 천민자본주의의 돈 냄새가 먼저 나는 듯 하고 문화적, 정신적 가치를 뒤로 미루는 듯한 느낌이 든다.
현재 <문화재>란 용어를 쓰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다. 중국에서는 <문물(文物)>, 북한에서는 <문화유물(文化遺物>)이란 말을 쓰고 있다.
좀 딱딱하지만, 잠시 문화재 분류를 보자.
문화재보호법 제 2제조 규정에 의면 문화재는
⑴ 유형문화재, ⑵ 무형문화재, ⑶ 기념물, ⑷ 민속 문화재 등등 네 가지로 나눈다.
또한 문화재는 그 중요도에 따라,
㈀ 국가 지정문화재, ㈁ 시 · 도 지정문화재. ㈂ 문화재 자료 ㈃ 매장문화재 등으로 나눈다.
소개하는 이 책 “우리명승”의 <명승>은 <기념물> 중에 “국가지정 문화재”에 속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지면상 UNESCO등에서 지정한 인류 문화유산이나. 세계 기록유산, 세계 자연유산 등은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명승(名勝)>이란 일반적으로 아름다운 경승지(景勝地)를 일컫는다.
사전에도 “경관이 띄어난 이름난 곳”으로 돼있다.
2003년 까지 우리나라 문화재법상 <명승>은 고작 7곳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이웃 일본만 해도 360 곳, 땅이 넓다는 것을 감안해도 중국은 국가지정 명승이 208곳,
지방 지정명승 2,560곳, 합이 총 2768 곳 이고.
북한만 하더라도 320곳의 명승이 지정 됐다고 하니.
과연 한국은 그런 이름난 곳 명승이 그렇게 없다고 할 것인가?,
내 생각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무관심과 무의식 그리고 우리 것에 대한 안목이 없었던 게 원인이 다.
2013년 현재 우리나라 명승은 104 곳이 지정 돼있다.
이렇게 10년 사이에 7곳에서 104곳으로 늘어난 것은 별안간 명승이 새로이 솟아난 것이 아니라. 관리부서와 함께 마음과 눈 그리고 지방에 깊이 숨어있던 명승을 끈질기고, 피나는 노력으로 찾아 낸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중에 누가 뭐래도 나는 이 책 저자 김학범 교수가 단연 앞 선분이라고 믿는다.
저자 김학법 교수는 <마을숲> 과 <명승> 전문학자로 문화재 전문위윈으로 오래동안 활동하고 있으며 그래서 나라가 그 공로로 옥관문화훈장까지 안겨준 것이 그 증거이다.
저자 김학범과는 몇 해 전 서울 역사박물관 “마을숲”세미나가 있던 날
그가 강사로 초청되어 강의 한 후 악수 한번 한 것이 첫 대면이 고작이다.
여담이지만 그 때 토론 시간에 명문대 유수한 한 생태 교수로 부터 내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학술상 공격을 당하고 있는 안타가운 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마을숲”이란 책이 나온 지 10여년이 지나도록 후속 조치가 없었다.
저자는 그동안 뭣하고 있었느냐의 소위 소장파의 막가는 식 힐난 이였다.
그 때 그는 의연히 대처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자 김학범은 경기도 안성에 있는 국립한경대학 교수이다.
내가 아는 한 <마을숲> 이 한 가지에 화두를 두고 천착하고 있는 학자이고 결코 나서지 않은 점잖은 교수 이다.
내가 1999.3월에 교직을 물러나고 숲 공부에 빠져 나무. 숲 글자만 나오는 책들을 폭식 할 때 내 손에 잡힌 값진 책이 저 <마을숲>, 열화당 편이다.
그 때는 마침 시민단체 <생명의 숲>이 주관하는 <마을숲 가꾸기 운동>이 함께 펼쳐질 때다.
내 평소의 생각과 완전 일치한 아이템 이다.
하여 나는 이 <마을숲> 책을 가슴에 품고 이 책에 나오는 숲의 현장. 숲, 마을, 물가, 산들. 명승, 경승지를 저자가 현장답사 할 때 하듯.
바둑의 복기(復碁)하듯. 그의 발자국, 그의 시점을 찾아 물경 4년을 뒤따라,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기록했던 적이 있다.
결과는 내 역부족으로 아직은 불발이지만 원고뭉치는 여전히 빛 볼 날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 날아낸 일이지만 저자도 맨바닥에서 출발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크게는 왕조와 옛 선현의 기록물,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그들의 다른 목적을 위해 조사했던 기록. 예를 들면<조선의 거수 노수 명목지-아사카와 다꾸미 편(1919년, 일어)>,
1938년, 조선총독부 임업시험장이 간행한 <朝鮮의 임수(林藪)―나중 한글 번역본를 “생명의 숲”에서 2007년 펴냄>
그리고 값진 현지 촌로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조사 연구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을숲>이란 책이 나올 때가 1994년 12월 이였으니 그때까지만 해도 <마을숲>이란 말 자체도 생경했으며 개념도 서지 않았을 때
이를 들고나와 숲과 명승에 대한 소중함,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알려줬다.
우리의 1970. 80연대는 도시화 산업화가 태동하기 시작 했고
따라서 농촌 사회는 사람이 빠져 나가 붕괴 와해 돼가고 사람들이 함께 마을과 명승을 지켜오던 그 장소가 방치됨은 물론,
도시의 확대로 인해 터도 없이 파괴되고 그나마 남은 곳은
무슨 “가든”이니 하면서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로 숲과 명승이 버겁게 견디던 시절이 있었다. 이 때 <마을숲> 이 책이 길라잡이가 되고 자연경관 <명승> 보전에 사회운동의 기폭제가 된 사실을 나는 지금도 믿는다.
나는 생각한다. 명승은 분명 국가중요 문화유산이며 자연유산이지만 국민의 사용 없는 유산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 의미가 없다고.
국가유산으로서, 관광유산으로서도 더 적극적으로 활용 되어야 할 것이며,
이에 따른 지속가능한 보전유지책도 연구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자연 경관과 명승을 알리고 알아야 하며 그래야 사랑하게 된다고 본다.
저자는 우리 주위에 너무나 가까이 두고도 그 가치와 소중함,
우리 눈길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여러 곳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우리 유산의 숨겨진 뜻과 가치를 찾아내 우리 앞에 내놓았다.
전국의 문화재 보호법상 <명승> 104개소 중에 우선 49곳을 뽐아 냈다
.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은 이제까지 나온 여러 종의 복합적인 탐방기록과는 다르게 우리 명승만 탐방.
그 장소의 경관미 자연미. 인문학적, 생태학적 의미와 보고 느낀 점을 적은 보고서 같은 기록이다.
총 5장으로 엮어진 350쪽의 보륨 있는 책으로 각 명승을 한눈에 보는 듯 한 수많은 귀한 사진을 대비해 놔서 현장감도 높다.
제 1장, <고정원(古庭園)>편에서는 댓바람(竹風) 소슬한 담양 소쇄원. 배롱나무꽃 흐드러진 명옥헌. 묵향 묻어나는 예천 초간정 등 모두 14곳의 비교적 소규모의 단일 정원을 보여주고.
제 2장, <누원(樓苑)과 대(臺)>편에서는 춘향골 광한루. 우륵의 풍류 소리 들리는 충주 탄금대 등이 마치 내가 시방 그 장소의 주인인 듯 풀어내고.
제 3장, <팔경 구곡(八景 九曲)>편에서는 볼수록 정감 가는 옛 조상들이 노닐던 명승. 그 이름이 어찌 그리 현재에도 딱 맞아 떨어지며. 그중에 단양팔경 도담삼봉. 옛사람들의 땀과 한과 꿈이 서린 죽령옛길, 서울에서 가장 가까이 남아있는 백사실 백석동천 등 14곳, 그 때나 이제나 선경인 곳을 우리들 마음속으로 끌어당기고.
제 4장 <역사· 문화 명소> 편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해인사. 선암사. 단종의 한 서린 영월 청령포 등, 종교와 문화와 당대의 주역들의 발자취를 풀어 보이고.
마지막 제 5장 <전통산업· 문화경관>편에서는 새로운 시점의 관광명소인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 죽방렴. 영광 법성포 숲쟁이 등을 실감나게 깨우쳐주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레 단정한다.
역사 문화유적지나 경관, 명승을 볼 때 반드시 간(間)을 봐야 한다고-
그 간도 삼간(三間), 말할 것도 없이 시간(時間), 공간(空間)그리고 인간(人間)을 볼 일이다.
마치 우리 어머니들이 음식을 맛나게 만들기 위해서 간을 보듯이.
시간은 그 시대 상황이고 공간은 장소 현장인데. 건물배치, 조망점, 주인의 의도점 등이고.
인간은 그 장소에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거기에 왔거나 살아왔는지. 거기서 누구와 어떤 교류를 했는지 와 어떤 일을 했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봤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다른 느낌은 나라사랑은 꼭 총 들고 전장에 나가 싸운 것만이 아니라 내 나라 내 이웃에 있는 풀 한 포기. 나무와 숲. 조상들의 숨결과 손때 묻은 작은 집, 아껴보던 자연이 만든 풍경, 그 때 그들이 거닐든 벼랑길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는 것도 결코 작지 않은 애국이라고-
그런 뜻에서는 김학범 교수는 누구 못지않은 애국한 사람이다.
<명승> 104곳 중 우선 49곳을 이 책에서 성공적으로 선보였으니 나머지 후속 작에도 기대를 걸며 기다린다.
나는 우리 숲 도반들에게 거듭 외친다.
풀과 나무만 볼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는 나무와 숲과 아울러 산과 물도 보고
방방곡곡 똬리 틀듯 숨어있는 명승도 보(觀)고 또 봐(察)야
우리의 안목(眼目)과 시계(視界)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진다고-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좋은 친구며 안내자가 될 것이다.<끝>
첫댓글 선조들의 마을숲, 숲정이에 정든 모습을 우리는 지금이라도 배워야 할텐데...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입니다...^^
마을숲에 잘 조성된 마을에서 살고싶어요..명승 기행을 한번 읽어보아야겠습니다..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