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사업에 궂은 날씨탓?..채소값 폭등 ]
14일 부산 엄궁농산물도매시장 항도청과㈜에 따르면 현재 배추 10㎏(3포기)의 경매가격이 1만3천원∼1만5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7천원∼8천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랐다.
무 역시 지난해 이맘때 1포대(10㎏) 당 6천원∼7천원에 거래되던 가격이 올해 현재 1만4천원∼1만5천원으로 배 이상 오른 상태다.
오이는 15㎏ 기준 2만5천원∼3만원, 호박 10㎏은 9천원∼1만원, 고추 10㎏는 5만원∼5만5천원선, 청양고추 10㎏는 7만원∼8만원 등 지난해 대비 적게는 20%, 많게는 200% 이상 올랐다.
상추와 깻잎, 파, 양상추 등 엽채류도 가격이 오르긴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농협, 농산물시장, 농업기관 관계자들은 4대강 사업의 하천부지 보상으로 엽채류를 포함한 채소 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 가격 폭등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을 접하고 있는 하천부지는 예로부터 특히 토질이 비옥하고 모래성분이 많아 농민들이 채소류와 뿌리식물 경작을 많이 했는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보상 실시로 더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락농협 관계자는 "낙동강변을 따라 가보면 하우스시설이 모두 철거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며 "낙동강 하천부지에서 생산돼 들어오는 채소 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부산농협공판장 관계자는 "채소 출하주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지 이미 오래"라며 "올해는 비가 많이 오고 일조량이 적은 탓도 있지만 가격폭등의 주원인은 4대강 사업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국토지방관리청에 따르면 낙동강살리기 사업으로 지난해 말까지 보상이 완료된 곳은 부산 강서구 대저지구 147만5천㎡를 포함해 부산, 김해, 밀양, 양산지역의 하천부지 면적만 6천만㎡에 이른다.
부산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4대강 사업으로 경기도 팔당지역의 유기농 지역도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며 "노지 채소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하천부지에서 잘 자라는 엽채류는 적절한 대체농지가 없어 가격 급등세가 당분간 이어질 예상된다"고 말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3223403
참고-
부산의 한 대형마트 농산물 구매담당자는 "여름채소는 주로 중부지방의 고랭지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이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노지채소가 출하되는 가을이되면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경작지 감소의 영향이 나타나 채소류가 높은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4대강 사업이 장바구니에 미치는 영향 ]
4대강 공사로 인해 사라지는 경작지 규모가 전체 경작지의 0.61%에 달하는 1만550 ha에 이르며, 특히 시설재배면적은 8200ha로 16%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103년만의 봄 추위와 일조량 부족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4대강 공사로 인해 경작 면적까지 줄어들어 과일, 야채류 가격의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 - 정범구 의원.
■ 4대강 유역 농지 감소
매달 농산물 재배 면적과 작황, 가격 동향 등을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서도 4대강 사업이 지역별, 품목별로 부분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품목별 4대강 사업 수용 면적' 자료에 따르면 수박(575㏊), 딸기(250㏊), 토마토(237㏊), 오이(87㏊) 등 과채류 6개 품목에서만 1185㏊의 농경지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약 300㏊)의 약 3배 면적으로 무, 배추, 감자 등 채소류와 과일류가 빠진 걸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특히 딸기는 '용강 딸기'로 유명한 경남 양산(90㏊)과 밀양(150㏊)에, 수박은 금강 유역인 충남 부여(345㏊), 경북 구미(120㏊)에 몰려 지역별 편중도가 심했다.
▲ 농업관측센터 과일과채관측팀이 4월 29일 자체 집계한 과채류 품목별 4대강 사업 수용 면적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4대강 사업
하남읍 채소 경작지 가운데 하천 둔치는 딸기가 10%인 1만5000평(약 5㏊), 감자는 20%인 10만 평(약 33㏊) 정도"이다 .올해까지는 하천부지에서 수확이 가능해 괜찮지만 내년부터 농사를 못 짓게 되면 딸기와 감자 출하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고추, 딸기, 감자를 조기 출하해온 이 지역에서 이번 냉해로 줄어든 수확량은 30% 정도다. 품목에 따라 이번 냉해에 못지않은 출하량 감소를 예상할 수 있다.
하천 둔치 농민들이 대체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주변 땅은 이미 농사를 짓고 있고, 멀리 이주하기엔 보상금이 너무 부족해 곤란해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하남읍뿐 아니라 주변 상남 지역 보리 농사와 초동지역 무, 배추 농사에도 큰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경남지역 최대 농산물 집산지인 부산 엄궁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은 4대강 사업을 앞두고 일찌감치 대체 산지 확보에 나섰다.
엄궁농수산물도매시장 이석우 차석은 "아직 4대강 개발 지역에서도 재배를 하는데다 이미 작년부터 경남 지역 경작지 감소에 대비해 전남 지역에 대체 산지를 확보해 물량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산지까지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운송비가 더 들기 때문에 농작물 가격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 지역은 5t 트럭 한 대 운송료가 40만 원 정도라면 전남 지역은 60만 원 정도로 50% 가량 높다는 것이다.
■ "시설채소 재배지 16%까지 감소... 가격 영향 불가피"
현지에선 당장 올해보다는 본격적으로 4대강 둔치 경작 중단이 영향을 미칠 내년 이후를 더 염려하고 있다. 경남지역에선 이 문제를 놓고 토론회까지 열렸다.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린 '4대강 사업과 농업 농촌 피해 발표대회 및 토론회'에서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경작지는 전체 농경지의 1.56%인 2만7532㏊에 달하고, 특히 시설채소 재배 면적은 16%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채소 값 영향을 우려했다.
4대강 사업으로 경작이 중단될 하천둔치 농경지 면적을 2만7532㏊로 추정할 경우 전국 채소재배면적(2008년 기준 22만3천㏊)의 12.3%에 달하고, 이 가운데 30% 정도를 시설채소 재배지(전국 5만300㏊)로 볼 경우 16.4%에 이른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 발표 수치가 현재 보상 협의 통보 면적에만 한정한 반면, 장 교수는 애초 국토해양부 4대강 마스터플랜에 포함된 4대강 사업 편입 경작지(1만7750㏊)에 준설토를 쌓을 농경지(9324㏊)와 침수 우려 농경지(458㏊)까지 모두 합했기 때문이다.
장교수는 서울과 가까운 팔당 유기농단지 등은 재배를 강행하고 있지만 금강 유역이나 부산 경남 지역 등 실제 경작 중단이 진행되고 있어 전국적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고 한다 .결국 채소와 과채류는 가격 탄력성이 높기 때문에 생산량이 줄면 가격은 10% 정도 더 오를 것이다
▲ 낙동강 사업으로 하천 둔치 경작이 중단된 경남 밀양시 하남읍 일대. 하우스 딸기 재비지와 노지 감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하천둔치 경작지가 비옥한 충적토인 데다 수자원보호구역이어서 그동안 유기농 등 친환경농산물을 주로 생산한 점도 최근 유기농을 많이 찾는 도시 중산층 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9일 농민들의 끈질긴 반대에도 팔당 유기농단지 18.8㏊ 수용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4대강 보로 수위 높아져 주변 농가도 간접 피해"
더 큰 문제는 4대강 사업 영향이 사라지는 농경지에 한정되는 게 아니란 점이다. 장상환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10m 내외 높이의 보를 쌓아 낙동강에만 10억t의 물을 저장하게 되면 강의 전 구간이 댐 지역처럼 안개와 서리 발생 일수가 2배 가까이 늘어 인근 지역 농작물 생육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호근 팀장 역시 "최근 봉숭아 주산지인 충북 음성 지역을 다녀왔는데 지대가 높은 경사지보다는 물가 평지가 찬 공기가 오래 머물러 동해(凍害)가 더 심했다"면서 "오히려 4대강 사업의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강 수심이 올라가면서 주변 농가에 미치는 일조량과 안개 등 간접적인 영향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채소 값 폭등 관련 정부 대책 발표를 보면 이상 기후를 내세워 4대강 사업 영향력을 애써 감추려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문제는 날씨 영향은 한두 주면 풀릴 수 있지만 절대 농경지 감소나 수심 증가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 내후년 계속 영향을 미칠 변수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