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9일 하노이에서 개최된 7차 아태지역쿠바연대회의(Asia-Pacific Conferance of Solidarity with Cuba) 참석을 포함해 한-쿠바교류협회의 일원으로 9명이 7-11일 하노이를 방문했다. 회의와 하노이를 돌아 본 모습을 소개한다.
사회주의 베트남도 궁굼했고 국군파병을 통한 베트남전 참전(1964-1973년 연인원 32만명. 사망 5천며명. 1만여명 고엽제피해)이라는 과거사가 있는 곳이라 언젠가는 ‘사과를 겸한 평화 여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던 곳이다. 지난 6월 쿠바 평화여행 중에 ICAP(쿠바 국제우호친선협회)의 참석요청이 있어 방문하게 되었던 것이다. 7일 노이바이국제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VUFO(베트남국제친선회)의 안내를 받아 일본과 인도 참가자들과 함께 멜라이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1945년 9월 2일 베트남독립선언일로부터 70년이 된 2015년 9월 2일 전승절 기념 홍보간판들이 거리에 즐비했다. 국가 차원 즉 정부에서 개최되는 행사라 그런지 5성급 호텔이다. 사회주의 국가는 일당통치를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조직이 정부 또는 당의 통제 아래 있다.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 시달렸던 쏘련을 위시해 동구권의 사회주의국가들이 해체 몰락했던 것과는 달리 동방의 사회주의 국가들은 나름 건재를 보여준다. 중국의 개혁개방 베트남의 도이모이 영향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시민사회의 자율성과는 거리가 있다. 통일 과정도 그렇지만 통일 후 어떻게 사회통합으로 이뤄내고 있는지도 관심사다. 사회주의 동독이 자본주의 서독 주도의 흡수통일된 독일과는 달리 사회주의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무력통일해 버린 사례는 비교 대상이 된다. 호텔 주변의 가까운 호안끼엠(還劍)호수 주변을 돌아보았다. 호수내 거북탑과 응옥썬사당(玉山祠)도 있어 익숙하게 느껴진다. 모두 베트남 건국과 독립투쟁의 신화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타이완 동남아 지역에서 보이듯이 불교에 도교와 유교가 섞여 있는 것 같다. 문묘와 사당이 있다는 것이 중국문화의 영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부지역이라 그런 것 같아 한편으로는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노이는 1010년 리타이또 왕조(1009-1225)때 지정되어 천년동안 베트남 수도로 역할을 하고 있고 河內라는 한자명이 뜻하는대로 홍강의 델타지역 도시이다. 홍강은 중국 운남성에 발원하여 통킹만으로 흐르고 중심가의 호안끼엠호수를 비롯해 서호 등 크고 작은 호수들이 산재해 있다. 경기도와 베트남 미술교류전시회장을 잠시 방문했다. 대부분 경기도 시 군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베트남 대형 그림도 조금 전시되어 있어 반갑게 둘러 보았다. 길거리를 나서니 오토바이 행렬이 차도와 인도를 가득 메운다. 가게들이 의자와 좌판을 펼쳐두고 인도에 노점처럼 점령하거나 오토바이와 승용차들이 인도에 주차된 탓에 보행자를 위한 인도가 없어 아예 차도로 걸어다닐 수 밖에 없었다. 여름 날씨라 후덥지근하고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도 만만치 않아 마스크를 하고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들을 많이 보게 된다. 호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과 데이트를 즐기거나 남성들은 설치된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여성들은 음악에 맞춰 집단체조를 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호수변공원이라는 표현이 나올만 했다. 주변에는 인민위원회 또는 국가기관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리 타이또(Ly Tai To)왕조의 동상과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리셉션을 겸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ICAP부회장과 실무자를 만나 인사했다.
둘째날 개막식에서는 베트남과 쿠바 등 주최측 여러 대표들이 인사를 했고 특히 미국에 구속억류되었던 5인의 영웅 중 한 사람인 로드게로스 안토니오가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쿠바간의 국교정상화가 추진되면서 모두 석방된 것이다. 어제 밤 늦게 도착한 민주노동연구소 김승호이사장 장창원목사 유재현(작가.통역)등 노동계 3명도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가 앉은 좌석 같은 열에 북측(북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참가자 네 명이 보여 가볍게 인사를 했다. 대사관에서 나온 것이라 그런지 별로 적극적이지 않다. 참가국의 국기가 정면에 촘촘히 게양되어 있는데 18개국 22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2년전 스리랑카에서는 31개국이 참석했었다고 한다. 각 국 참가자들이 활동과 연대에 관해 발표를 하는데 대부분이 중년 남성들이다. 중국대표단은 인사만 하고 돌아가 버렸고 북한측 김대사가 간단히 보고하고 여성이 통역을 통해 쿠바와의 연대를 강조하는 정도였다. 오후에는 두 개의 위원회에서 쿠바경제발전을 위한 제안을 하는 자리와 미디어의 역할에 관한 회의가 나뉘어서 개최되었다. 김승호 민주노동연구소 이사장이 관타나모 미군기지 문제를 지적하면서 주한미군문제와 비교해 미국의 행위를 비판하였다. 한반도와 저녁에는 참가자를 위한 연주공연이 있어 흥겨운 친교자리가 되기도 했다.
회의 둘째 날에도 오전에는 발표자들이 계속되었고 한쿠바교류협회 김이수대표는 쿠바와의 연대를 표방하고 한반도 통일을 위한 노력을 요청하면서 쿠바에서 남북공동 영화제를 개최해 줄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AOK의 통일보자기를 안토니오에게 선물하는 퍼포먼스로 마무리 했다. 오후에는 선언문 초안을 작성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모두 자유시간을 가졌다. 함께 혁명박물관 역사박물관을 돌아보면서 베트남인들의 입장에서 전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베트남 고대사 역시 오랜 내용이 전시되어 있기는 했으나 자세한 안내가 아니라 별 흥미를 가질 수는 없었다. 커피도 마시며 담소하는 시간도 가지고서 다시 저녁식사자리로 돌아왔다. 미국에 쿠바에 대한 비인간적인 경제 제재 중단과 쿠바혁명을 지지하는 연대를 다짐하는 하노이선언이 채택되었다. 이번에도 조금은 흥겨운 자리가 되기도 했다. 구입한 베트남 보드카를 한잔씩 돌리면서 친교에 흥을 돋우기도 했다. 특히 일본의 피스보트와 민의련 참가자들과 친숙하게 인사를 나눴다.
넷 째 날 아침에는 한쿠바교류협회 측과 작별인사를 하고 남은 다섯명이 하노이시내 관광을 나섰다. 여성박물관을 찾았는데 여성들의 결혼 출산 해방전쟁 참가 등 여러 모습이 층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종교생활과 소수민족의 생활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호아로수용소는 프랑스가 베트남 식민지배를 위해 지은 감옥인데 일렬로 발목에 채웠던 족쇄를 비롯한 당시의 형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미군 포로들도 수용되었는데 자유롭게 지냈던 사진들에서 확연히 비교되었다. 베트남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다녀온 후 짐을 챙겨 택시로 아트하노이호텔로 옯겼다. 젊은 직원들이 무척 친절해 ‘똑순이’라는 애칭도 붙여주었다. 택시로 호치민묘소와 박물관을 찾았다. 묘소는 입장시간이 아니라 바딘광장 앞길에서 돌아보는 것으로 했고 호치민박물관을 찾아가니 어제 본 혁명박물관과는 확연히 수준차이가 느껴졌다. 꽌탄사원(眞武觀)을 방문하니 절이 아니라 사당으로 보인다. 호떠이(西湖)를 걷다보니 물고기들이 물위로 올라와 숨을 쉬는 모습이 오염탓에 산소가 부족한가 보다. 한편으로 고급주택들이 있고 가게와 식당도 있는데 낚시도 하고 수변공원에서 차를 마시고 장기도 두는 모습이 평화롭다. 하노이역을 방문해 보니 철로는 협궤인데 침대칸이 많고 중국행 국제열차에 관해서도 알아 보았다. 호치민이 철도혁신을 강조하는 홍보포스터도 보인다. 그리고 다시 숙소 주변으로 돌아와 함께 푸짐한 저녁을 먹고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관광객들이 많이 머무는 전용거리에서 선물겸 기념품 몇 점을 구입했다. 도교의 영향인지 가게마다 작은 사당을 설치해두고 있는 것이 인상적인데 타이페이 태국 버마 등에서도 보았던 풍경이다. 여행사에 들러 하노이발 중국 난닝행 기차가 매일 저녁 출발한다는 정보를 들을 수 있어 앞으로의 여행계획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모두 친절했다. 택시비는 너무 저렴해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5백원내외의 기본요금이라 손쉽게 택시를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 거리 카페의 작은 의자에 앉아 사이공과 하노이 맥주를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베트남에 관한 사전 정보가 너무 부족했고 정작 베트남 인사들과는 대화기회도 갖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몇 나라 참가자들과 인사와 대화를 한 것이 다행이다.
닷새째 날 아침에도 거리를 돌아보면서 자전거 인력거인 씨클로도 타 보았다. 호텔 바로 옆 작은 식당에서 쌀국수로 이른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은 새로 건설되었는데 면세점은 비교적 작은 점포 단위로 되어 있고 아직 입점하지 않은 공간도 있어 진행중임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하고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