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를 다녀오니 맘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사후 세계를 믿지 않는 저이지만 이번 구례 대회 때문에 영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회 일주일을 앞두고 태선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참 허망하고 참 허탈해서 일주일 내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친구를 보내고 일주일도 못되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구례 대회를 참가한다는 것이
참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태선이 사진이라도 들고 뛰면 내 맘이 조금은 위로를 받을 것 같아 구례를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부랴 부랴 카페를 뒤져 태선이 사진을 찾고 잘 못하는 포토샵으로 사진을 만들고 나니
영 맘에 들지가 않습니다. 원본 사진의 해상도가 낮아 출력 상태가 안 좋습니다.
별 다른 방법이 없어 목요일 아침 그 사진을 그대로 출력을 하려다
그래도 아쉬어 몇번 해보지 않은 일러스트를 가지고 다시 만들어 봅니다.
신기하게 30분 만에 그럴듯한 게 만들어 졌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출력물은 일러스트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대회 출발 전날 태선이 준비를 했습니다.
3월2일 금요일
홈프러스 강서점에 6시에 선수들과 자봉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6시반 정시에 출발
출발이 좋았습니다.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고속도로 톨게이트 입구부터 차가 막힘니다.
11시반 구례 운동장 도착 예정이 오후 1시반이 넘어서야 도착을 했습니다.
선수 등록을 하고 숙소도 둘러 보고 구례 운동장 수영장에서 수영으로 몸도 풀고
달리기 바꿈터, 사이클 바꿈터에 운동화, 사이클 등을 내려 놓습니다.
그리고 지리산 온천에 있는 화야평 펜션으로 가는 도중 들린 식당에서 저녁을 합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식당의 흑돼지 삼겹살 맛이 기가 막힙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고 내일 아침 5시30분에 식사를 할 수 있냐고 물으니 된다고 합니다.
정말 모든게 술술입니다.
그리고 마트에 들러 맥주며 간식이며 사가지고 숙소로 갑니다.
자봉의 도움을 받아 대회 준비하고 맥주 캔과 간식을 들이키며 취침 준비를 합니다.
여자 셋, 남자 아홉의 불편할 수 있었던 잠자리가 저는 편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대회 출발 전날 숙소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숙면을 했습니다.
3월3일 토요일 대회 당일 아침
선수와 자봉 알아서들 잘들 일어 납니다.
그리고 숙소 정리를 하고 선수들의 쾌변을 위한 불가리스 파이팅까지 했습니다.
5시반 식당에 도착, 구수한 시골 된장국과 순두부로 영양 보충을 합니다.
그리고 식당 화장실에서 각자 볼일을 보면서 만반의 준비를 다시 해 봅니다.
- 수영 출발 전
잔차 거치대에 물품백을 다시 정리해 놓고 자전거도 다시 한번 체크해 보고
수영 출발대 뒤쪽에 준비된 출발 행사장으로 속속 선수들이 모입니다.
강서 철인도 모여서 사진도 찍고 화이팅을 외치며 전의를 불사릅니다.
수영 8시 출발, 그런데 저수지 수면 위의 안개가 걷힐 줄을 모릅니다.
8시 반이 되어도 마찮가지 입니다.
결국 수영을 500 미터 만 하기로 하고 9시에 첫 그룹 출발을 합니다.
- 500 미터 수영 ; 25분 57초 (제 Garmin 시계에 찍힌 거리는 656 미터)
수영 출발 총 7개 그룹 중에서 저는 5번째 그룹입니다.
4번째 그룹이 출발을 한 뒤 저수지에 입수하여 수영 출발선에서 출발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출발
그런데 가슴이 답답하여 호흡이 안됩니다.
얼굴을 수면에 넣기만 하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광안리 바닷가에서 놀던, Open Water에 대한 두려움이 없던 저에게
생전 처음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은 죽음의 공포가 왔습니다.
그리고 제 주위에 있는 카누에 타고 있는 안전 요원을 둘러 보았습니다.
오른 손을 반쯤 올리려다가 내립니다.
그리고 태선이 생각이 났습니다.
개 헤엄이라도 가 보자!
슈트 자크를 허리까지 내립니다.
그리고 헤드업 평형으로 조금씩 앞으로 전진합니다.
제 뒤에서 출발한 그룹들이 이미 지나가고 난 그 후미에 있습니다.
주위에 사람들이 없어지니 맘이 좀 안정이 됩니다.
그리고 슈트 자크를 조심스럽게 올려 봅니다.
그리고 얼굴을 수면에 넣고 길게 숨 한번 내쉬고 하나~ 둘~ 하나~ 둘~
호흡이 조금씩 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수영을 끝냈습니다.
- 90 km 사이클 ; 2시간 57분 30초
여주 대회의 경험으로 평속 28 kph를 계획 했습니다.
그런데 사이클 출발이 아주 부드럽습니다.
기어비를 낮게하고 케이던스 올려 페달질을 열심히 하다 보니 속도가 30을 넘어 갑니다.
호흡도 정상이고 다리 근육의 부담도 없습니다.
그렇게 페달 질을 열심히 하니 앞선 주자들이 한두명씩 잡히기 시작합니다.
앞선 주자를 잡아가는 라이딩은 너무 재미 있습니다.
40 키로 이후 부터 반환점을 돌고 가는 강철 선두 강기준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후미에 우상욱, 선기형님
60 키로 이후인가 전형일이가 앞에 보입니다. 그리고 추월합니다.
70 키로 지점에 선기 형님이 보입니다.
형님~ 힘! 외치고 추월 합니다.
그렇게 강서철인에서 잔차 3등으로 들어 왔습니다.
- 21 km 달리기 ; 2시간 18분 42초
달리기 출발을 하자 마자 전투력이 좋은 전형일이 나를 추월합니다.
하지만 나름 계획이 있었습니다.
태선이가 하늘 나라로 간 그 날 전 철원 DMZ 마라톤을 뛰었습니다.
양주에서 75 km 잔차 타고 가서 하프를 뛴 기록이 2시간 3분
초반 10키로를 6분30초 정도에 뛰다 후반 10 키로를 5분30초로 달릴 수가 있었습니다.
7키로 정도 쯤에서 앞서가던 전형일이 보입니다.
다리가 무거워 보입니다.
그래서 또 추월을 했습니다.
10 키로 이후 선두로 가던 우상욱을 제치고 강기준이 씩씩하게 뛰어 갑니다.
추월당한 우상욱이 헛 구역질을 합니다. 뭔가 안 좋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철원 페이스였으면 우상욱도 잡을 수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나의 체력은 거기까지!
75 키로를 평속 25로 달린 것 하고
90 키로를 평속 30으로 달린 것하고는 에너지 소모가 달랐던 것 같습니다.
15 키로 이후 부터 나의 속도가 7분대로 뚝뚝 떨어 집니다.
그리고 골인 지점 1 키로를 남기고 전형일이 나를 잡습니다.
형님! 같이 가시죠!
뒷 주머니에 있는 태선이 사진을 꺼내 듭니다.
전 에너지가 이미 고갈이 되었습니다.
태선이 사진을 형일이가 받아 듭니다.
그리고 스타디움 입구
형일이는 왼편, 저는 오른편
양손으로 태선이 사진을 펼쳐 듭니다.
스타디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 씩씩한 태선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그렇게 골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크게 태선아~ 라고 외쳤습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6월 4일 사고 이후로 수영장에 가본 횟수가 10회도 안 됩니다.
그래서 수영 훈련 부족으로 호흡 장애을 일으켰나 봅니다.
그런데 수영 거리가 500 미터로 짧아 졌습니다.
그 동안의 훈련 경험으로 100키로 정도 장거리 평속 30 이상이 나온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 평속이 30.8 kph 입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태선이 사진을 등에 달고 뛴 선수는 저와 전형일 두 사람입니다.
해외 출장이 많아서 절대 훈련량은 부족하지만
마라톤으로 다져진 기본 체력이 단단한 전형일하고 같은 시간에 들어 올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골인 지점 1 키로를 앞두고 전형일을 만났습니다.
일어난 현상을 가지고 개인이 느끼는 느낌은 다르겠지요!
하지만 저는 구례 대회를 태선이와 함께 뛰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태선이가 많이 기뻐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맘이 한결 가벼워 졌습니다.
첫댓글 고인이 함께 달리신거 같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친구와 이름이 같아서 일까요
더 맘이 아려옵니다.
한동안 잊기위해 힘들겠죠.
영원히 함께할수 없음에
우리는 항상 이별을 준비해야 합니다.
함께하는 동안 아쉬움이 없도록 해야합니다.
이번이 마지막일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