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뻐꾸기에 부치다
귀먹은 북처럼 울던 벙어리뻐꾸기도
짙푸른 물결처럼 왔던 검은등뻐꾸기도
며칠이고 비는 내려 온산이 적막해지고서야
난 그네들이 아주 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마디 인사도 없이 가버린 것이 서운치는 않지만
갑자기 나는 적막해진 것입니다
그네들이 발등에 묻혀온 꽃잎들 아직 내 귓가에 걸린 듯한데
문득 늙은 귀엔 이명만 남고
먼 산엔 구름만 가득합니다
사실 갈 때는 그렇게 가야 합니다
인연의 날줄도 잘 벼린 칼로 베어버리고
정분의 씨줄도 밤새 간 날로 잘라냅니다
빠르게 벨수록 아프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간다는 인사가 다 부질없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여기서 떠났으나 어디엔가는 당도하여
또 다시 눈부시게 울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세상의 일을 다 알 수 없는 나는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돌이켜보면, 그네들이 내 앞에 왔을 때 내 대접은 보잘 것 없었지요
한 소절마다 기꺼이 가던 걸음을 멈추었고
두 장단마다 마땅히 달리던 길을 세웠을 뿐이니까요
이제 여기보다 더 순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사는 어느 머언 마을에서
또 누군가 그네들의 반가운 노래를 듣고
가던 길을 가만히 멈출지도 모를 지금,
나는 뒤늦은 인사일지라도 고마웠노라 안부를 보냅니다
다시 내리기 시작한 장마의 빗줄기 속에서
미처 떠나지 않은 새들의 깃이 무겁게 젖는
저 칠월의 눅눅한 산중을 향해서 말입니다,
산다는 건 참 쓸쓸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