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제1세대 신들의 상징물과 상징하는 동물
제우스는 주지하다시피 그리스 신화의 신들의 왕이다. 로마식 이름은 유피테르이고, 영어식 이름은 주피터다. 우리나라에는 '(주)제우스'라는 회사가 10여 개 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아마 코스닥에도 상장된 반도체 제조 장비와 산업용 로봇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회사일 것이다. '유피테르'라는 이름을 붙인 소형 주택 단지도 있다. '농업회사법인주피터'도 있고, '(유)주피터'도 있으며, '주피터 ' 전동 공구 세트도 있다.
특히 'Zeus'라는 포털 사이트와 '하나투어' 여행 브랜드가 눈에 띈다. 포털 사이트 'Zeus'는 "Zone for Equipment Utilization Service'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장비 사용 서비스 구역'이다. 홈피에서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고의 장비 활용 종합 포털 사이트"라고 소개되어 있다. 또한 여행 브랜드 'Zeus'는 홈피에서 "최고의 럭셔리 맞춤 여행 브랜드"라고 소개되어 있다. 두 브랜드는 그리스 신화의 최고신 제우스의 역할을 그야말로 오롯이 담아냈다.
제우스를 상징하는 동물은 독수리고, 상징물은 번개, 벼락, 천둥이다. 제우스가 신들의 왕이자 하늘을 담당했듯이 독수리는 하늘을 나는 모든 새들의 제왕이다. 제우스는 독수리를 늘 곁에 두고 부리기도 하면서 동시에 독수리로 변신하기도 했다. 가령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프로메테우스를 벌할 때는 자신의 독수리를 보내 그의 간을 쪼아먹도록 했지만, 트로이의 왕자 가니메데스Ganymedes를 납치할 때는 자신이 직접 독수리로 변신하여 그를 올림포스 궁전으로 데려왔다.
만약 제우스가 개창한 올림포스 신족의 문장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독수리가 그려져 있었을 것이다. 고대 로마제국, 신성로마제국, 나폴레옹 제국, 소비에트 제국의 국가 문장에는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독일과 미국의 국가 문장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혹시 그들의 국가 문장 속에 신들의 왕 제우스처럼 천하를 손아귀에 넣겠다는 제국주의적인 야심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제우스는 티탄 신족과 싸울 때 할머니이자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조언으로 그녀의 몸속 가장 깊은 곳인 타르타로스에 갇혀 있던 외눈박이 3형제 키클로페스를 꺼내 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제우스에게 무기로 쓰라며 번개, 벼락, 천둥을 포세이돈에게는 삼지창을, 하데스에게는 이지창을 벼리어 주었다.
'키클로페스'는 3형제를 총칭하는 이름이고, 그들의 이름은 스테로페스steropes, 아르게스 , 브론테스인데, 각각 번개, 벼락, 천둥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제우스에게 계속해서 그 무기들을 벼리어 주었다. 나중에 그들이 죽자 그 업무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로 넘어갔다. 혹자는 포세이돈의 삼지창과 하데스의 이지창에 이어 제우스의 번개를 '일지창'으로 여겼다.
이참에 다른 신들을 상징하는 동물 등을 제우스의 형제자매인 제1세대와 제우스의 자식들인 제2세대로 나누어 총정리 해 보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상징하는 동물은 변덕스러운 그의 성격을 잘 대변해주는 예민하고 재빠른 말이고, 그의 상징물은 뾰족한 끝이 세 갈래로 나누어진 '삼지창'이다. '삼지창'은 영어로는 '트라이던트Tident'라고 한다. 삼지창은 아마 바닷속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괴물이나 물고기를 제압하는 데도 아주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를 상징하는 동물은 머리가 셋 달린 괴물 개 케르베로스kerberos다. 그의 상징물은 뾰족한 끝이 두 갈래로 나누어진 '이지창'과 머리에 쓰면 모습이 보이지 않는 두건이다. 영어로 '바이던트Bident'라고 하는 '이지창'은 형태가 현대의 농기구인 쇠스랑과 비슷하다. 두건은 '하데스의 두건'이라는 뜻의 '아이도스 키네에시Aidos Kynee'라고 했는데, 사실 하네스는 늘 지하 세계에 있는 터라 이 두건을 쓸데가 없었고, 주로 아테나와 헤르메스에게 빌려주었다. 영웅 페르세우스에게 이 두건을 빌려준 것도 요정들이 아니라 하데스라는 설도 있다.
결혼과 가정의 여신 혜라를 상징하는 동물은 뻐꾸기와 공작새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 관한 어떤 책에도 뻐꾸기와 공작새가 왜 헤라를 상징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런데 뻐꾸기는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유럽에서는 봄을 상징했다. 혹시 헤라가 담당한 결혼이 인생의 봄이라서 뻐꾸기가 헤라의 새가 된 건 아닐까? 어쨌든 혜라는 뻐꾸기를 아주 좋아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우스가 비를 흠뻑 맞은 빼주기로 변신해서 그녀에게 구애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공작새는? 공작새는 특히 이슬람권에서 정결의 상징이다. 그 깃털을 코란의 책갈피로 사용할 정도였다. 공작새가 헤라를 상징하는 새가 된 것은 혹시 그녀가 결혼과 가정의 정결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그 정결을 훼손하려는 남편 제우스의 연인들을 처절하게 응징한 건 아닐까? 어쨌든 그녀는 늘 2마리 공작새가 끄는 마차를 타고 다녔고, 자신의 충복인 괴물 아르고스가 죽자 그를 기리기 위해 그의 눈 100개를 자신의 공작새 꼬리 깃털에 박아 주었다.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의 상징물은 이삭관, 풍요의 뿔, 횃불 등이다. 이삭관과 풍요의 뿔은 곡물의 여신으로서 그녀의 성격을 잘 대변해 주고 있고, 횃불이 그녀의 상징물이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데메테르는 외동딸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집에 돌아오지 않자 식음을 전폐하고 곡물의 여신의 의무도 저버린 채 낮뿐 아니라 밤에도 횃불을 들고 딸을 찾아 헤맸다.
화로의 여신 헤스티아는 은둔적이고 조용한 성격에 걸맞게 상징물이 없다. 영국 작가 로버트 그레이브스Robert Graves의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헤스티아는 가뜩이나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렸기에 굳이 번거롭게 상징물을 가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브랜드로 읽는 그리스 신화 중에서
김원익 지음
첫댓글
상징물?
ㅎㅎㅎ닮았나요?
사랑스러워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