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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끝 날짜가 3일과 8일은 화순읍에 5일장이 서는 날이다. 요즘은 화순 고인돌시장이라 이름이 붙여지고 제법 큰 상권이 형성된 전통시장이다. 오늘 성당에 다녀오다 모처럼 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중학교 시절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장을 뱅뱅 돌며 군침만 흘렸던 장날이 생각났다. 이 글은 2004년도에 썼지만 오늘 특별히 세상의 빛을 보게 하고 싶다.
장날 - 박원자
참새다리처럼 가느다란 기둥에 양철 지붕을 이고 더덕더덕 붙어있는 장터의 가게들이 닷새 만에 사람 꼴을 봐도 단장할 줄 모른다
쌀 몇 됫박 참깨 한 되 달걀 몇 꾸러미 머리에 이고 쫒기 듯 걸어서 장엘 가면 곡물장사 아줌마 뛰어나와 받아가고 받은 돈 어루만지고 세어보며 모처럼 기 펴고 장으로 들어선다
잡화전 아저씨 이것저것 진열하며 오가는 사람들 안부 다 묻고 비단가게 아줌마 중매한다 동네처녀총각 이름은 죄다 들먹이며 결혼 날이 언제인가 은근슬쩍 떠보고 생선가게 늙은 부부 효심 가득한 척 동네 제사 다 알고 제 부모 제사인양 미리 준비해 놓고 반긴다
길 가에 멸치 장사 아줌마 조그만 됫박에 산처럼 높이 쌓아놓고 오가는 사람 유혹하여 줄 때는 곁눈질하며 반은 흘리고 한쪽 모퉁이에선 약장수가 사람들을 부르고 그 걸 먹으면 불로장생 만병통치라는 말에 허리춤에 감쳐둔 돈 몰래 세어보고 허름한 옷에 누런 이빨 아저씨 소구르마에 가득 실은 열무 배추 사가라고 목청껏 외치지만 별로 인기가 없다.
순대국 해장국 선술집에선 어른들의 정담이 식을 줄 모르고 빨간 입술 은근한 미소에 기분이 좋아 한잔 더하다가 막내아들 사 줄 사탕 값이 부족해 다음 장에 꼭 오마 외상 달고 술집 작부 등을 토닥거리며 윙크 한다
모처럼 장에 온 동네 아줌마들 살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지만 내일 아침 자녀들 줄 학용품값 때문에 큰 용기 내어 엿 하나 사 입에 넣고 살살 굴리기만 하고 돈도 없는 아이들은 장돌뱅이가 되어 하루 종일 돌다가 지쳐 붕어빵 앞에서 군침만 흘린다
모처럼 사람구경 풍성한 물건에 입이 절로 벌어져 친구 따라 두엄지고라도 가고 싶은 장날 그리운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의 장날이여! 200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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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화순 장 가보고 싶어지네요 ^^ 거기 어디쯤에 홍어탕 잘하는 집이 있다는데 ~~ 팥죽 집도 ㅎㅎㅎ
화순시장 아주 풍성해서 오시면 재미있고 만족할 거예요.
봉순이 팥죽집이예요 시장 입구에 있어요. mbc아빠 어디가?인가에도 나오고 ...
시장 안에 홍어탕이 유명한 곳은 있다 들었어요. 금성식당인가? 오셔서 직접 확인하셔요. ㅎㅎ
전 오늘 즉석어묵이 천원인데 아주 따끈따끈 맛있어서 돌아서서 두 개 더 사다 남편에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