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vs 수소차, 지금 당장 골라야 한다면? 현실 친환경차, 전기차 주연에 수소차는 조연인 까닭
미래 친환경차로 전기차와 수소차를 꼽는다.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현재는 전기차가 우세하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공존을 바라지만 당장은 전기차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살다 보면 굵직한 변화를 맞이하는 때가 여러 차례 찾아온다. 유선전화는 휴대폰으로 바뀌었고, 휴대폰은 다시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다. 뒤가 뚱뚱한 브라운관 TV는 사라진 지 오래고, 지금은 얇은 디스플레이 TV로 바뀌었다. 손으로 쓰는 편지 대신 컴퓨터로 보내는 이메일이 등장했고, 테이프나 CD로 음악 듣던 시절은 지나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다.
변화가 찾아오면 누구는 익숙한 과거 방식을 그리워하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방식을 더 편하게 생각하며 반긴다. 자동차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고 있다. 기름을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엔진이 점차 사라진다. 수소에서 얻은 전기로 모터를 돌려 달리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도 친환경 미래차로 등장하고 있다. 내연기관이 사라지면 좋든 싫든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자동차를 탈 수밖에 없다. 폴더폰이 쓰고 싶어도 제품이 없거나 통신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써야 하듯이 말이다.
미래 친환경차라 부르는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이하 수소차)는 아직은 자동차 시장의 대세는 아니다. 대세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흐름은 시작됐고 그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당분간은 내연기관이냐 친환경차냐를 두고 고민하겠지만, 앞으로는 전기차냐 수소차냐를 따져야 할 날이 온다. 마치 지금 가솔린과 디젤을 놓고 고민하는 일이 그대로 재연된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 자동차의 특성이 차이가 나듯 전기차와 수소차도 다르다. 우선 두 차종의 장단점을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에서 나온 에너지로 전기모터를 돌려 달린다. 엔진과 그에 연관된 부속이 없기 때문에 구조가 간단하다. 다만 부속을 덜어냈는데도 배터리 무게가 만만치 않아서 차가 좀 무겁다. 모터의 힘을 바로 구동력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가속력이 좋다.
단점은 충전시간과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다. 일반 충전이라면 몇 시간씩, 심지어 10시간도 넘게 걸린다. 급속하게 충전해도 몇 십 분은 잡아먹는다. 한 번 충전한 후에 달릴 수 있는 거리도 100km대에 머문다. 충전소 구축은 그나마 쉬운 편이다. 주유소처럼 건물을 세우지 않고, 주차장에 충전기만 설치하면 된다. 때에 따라서는 콘센트에 꼽기만 하면 된다. 전기료도 기름값에 비교해 싼 편이다.
수소차는 두 종류다. 수소 연료를 직접 엔진에 분사해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과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모터를 돌리는 방식이다. 수소 연료 자동차는 내연기관의 수소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예전에 BMW가 7시리즈 하이드로젠 모델을 만드는 등 잠시 반짝했다가 지금은 사라졌다. 지금 수소차라고 부르는 차들은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달리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말한다. 수소 충전은 주유소에서 기름 넣을 때와 비슷하게 3~5분 정도 걸리고, 한 번 주유하면 400~500km를 달린다. 이용 행태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슷한데 문제는 인프라다. 수소 충전소 구축이 쉽지 않다. 안전성 확보나 비용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현재 미래차의 대세는 전기차다. 전세계에 전기차는 100만대 이상 보급됐지만 수소차는 수천 대에 불과하다. 전기차는 대부분 브랜드가 한 차종 이상 만드는 반면 수소차는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혼다 정도만 양산차를 내놓았다. 현대차는 투싼 연료전지차를, 토요타는 미라이, 혼다는 클래러티라는 모델을 선보여서 시장을 개척했다. 전기차는 기술 발달로 주행거리가 300~400km대로 높아지는 추세다. 대중화에 더 유리한 성능을 갖춰 나간다.
수소차나 전기차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전기차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차’, 수소차는 반대로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차’로 여겨진다. 이런 인식은 언제 뒤집어질지 모른다.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전기차와 수소차의 지위가 역전될 수도 있다. 냉정히 따지면 우리나라는 수소차가 더 알맞을지도 모른다. 전기차가 보급이 늘면 그만큼 충전을 위해 주차면을 차지하는 차가 늘어난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충전을 위해 대기하는 차가 늘면 그만큼 복잡해진다.
배터리 기술은 급속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충전 시간 단축은 쉽지 않은 문제다. 전기차 보급 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 전력 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수소차는 현재 주유소처럼 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하면 되기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 환경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주유소 인프라를 충전소로 전환해도 된다. 빨리빨리 문화가 만연한 우리나라에는 충전이 빠른 수소차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수소차가 성격 급한 한국 사람들 현실에 적합하다고 해도 당장 전기차를 역전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차종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투싼 한 종류밖에 살 수 없다. 전세계에서도 양산 수소차는 투싼과 미라이, 클래러티 정도밖에 없다. 가격도 매우 비싸다. 투싼은 절반 가까이 할인한 가격이 8500만 원이다. 미라이는 보조금을 적용하면 5000만 원대다. 클래러티도 8000만원에 이른다. 충전소가 전국에 10여 곳 있다지만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자동차 업체도 전기차를 우선한다. 수소차에 집중하던 토요타는 전기차로 전략 방향을 틀었다. 현대차도 수소차 리더를 자처하며 수소차 시장 확대를 노리지만, 토요타의 전략 수정으로 그나마 작은 수소차 시장 자체가 더 줄어들게 생겼다. 수익 우선 트렌드를 따르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로 몰리는 만큼 전기차가 친환경차의 주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일부 업체는 수소차는 미래차로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펼 정도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서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대중화된 후, 문제점이 드러나고 대안이 필요한 시기가 오면 그제야 수소차가 기를 펴기 시작할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공존을 기대하지만 순차적으로 발전한다. 좋든 싫든 지금 당장의 선택은 전기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