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추수가 끝나면 다시 봄이 올 때까지 마을 어른들은 사랑방에 모여 앉아 새끼를 꼬고 멍석을 엮고 가마니를 짜고 짚자리를 엮고, 이엉을 엮어 초가지붕을 보수하곤 했는데요. 어릴적 바닷가에 살던 필자도 짚으로 김발을 만들곤 했었습니다. 이처럼 짚은 우리의 삶을 일군 하나의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당진문예의전당 1전시실에서 '짚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하 짚사사) 주관으로 '짚풀공예 전통을 잇다' 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했습니다.
전시장에는 짚으로 만든 커다란 항아리, 가마니, 짚신, 멍석, 삼태기, 모자, 둥구미 등 수많은 짚풀공예 물품들이 한가득이네요.
짚풀공예는 재료 채취부터 새끼 꼬기, 작품 구성 등 작품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해야하는 정성스러운 일이라고 합니다. 맷방석 하나를 만드는 데 2주, 모자는 10일 정도 걸려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고된 작업인데요. 그럼에도 회원들은 좋아하는 일이라 행복하게 작품활동을 한다며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위 작품들은 중요한 자리에 외출복으로 입고 나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탐스러운 의상들인데요. 이 작품들은 아산에서 열린 짚풀런웨이에 발표한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작가들은 해마다 짚과 풀, 열매 등 자연소재를 활용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짚풀공예 의상을 창작하고 만들어 입고 짚풀런웨이에서 작품을 발표한다고 하네요. 작품소재는 맥문동 잎·염색왕골·부들·사초·볏짚을 소재로 그물 매듭을 원형 모티브로 엮어 한복스타일로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선보였다고 합니다.
위 작품은 홍성에서 활동하는 김준환 명장과 면천에서 활동하는 김현숙 장인이 만든 생활한복인데요. 짚풀런웨이에서 나란히 패션쇼를 선보여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해요. 김준환 명장은 작품을 제작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에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작품의 완성도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짚풀공예의 기본이 되는 짚풀 새끼를 처음부터 가늘고 세심하게 꼬아 만들고, 멍석을 만들때도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좌우사각을 정확하게 맞춰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야 할 것을 강조했는데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의 섬세함과 깔끔함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가르는 핵심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짚풀공예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이며, 특히 런웨이 때 복장을 출품할 때는 한 달이 넘는 시간 작품을 만든다고 하네요.
김준환 명장은 짚풀공예 1급 자격 보유자이자 대한민국명인미술대전 운영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대한민국통일명인미술대전에서 우수작가상, 부산미술대전 금상 및 장관상, 부산광역시 호남문화예술축제 공예부문 대상, 한국문화예술진흥회 공예부문 금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KBS2 <생생정보통>, SBS <세상에 이런 일이> 등의 TV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짚풀공예의 매력을 알리며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하네요.
위에 작품 장군복은 아산시 현충사 은행나무길에서 열린 짚풀런웨이를 준비하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 갑옷을 입고 런웨이에 올라섰을 때, 런웨이가 좋은 평가를 받아 많은 이들의 박수와 관심을 받아 보람과 감동을 받았다고 해요.
짚풀이란 아름다운 전통 문화중 하나이다. 역사가 있기에 버릴수가 없다. 버릴것이 하나없는 짚풀 짚풀공예이기에 그렇다.
김준환 명인은 "당진에서 전국에서 활동하는 짚풀공예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어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 그동안 이충경 선생님과 짚풀공예협회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활동을 하고 동아리를 지원하는 등 활동을 했는데 서울 등 외부 지역에서는 멀리까지 내려와 숙식하면서 기술을 전수받으려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지역 내에서는 호응이 별로 없어 아쉬웠다. 우리 민족의 삶 그 자체가 담겨 있는 짚풀공예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후 세대에도 전수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꾸준히 런웨이 등 다양한 전시를 접한 관람객들과 전 세계인들이 짚풀공예의 매력에 주목하고 있다. 짚풀공예는 지역색이 달라 같은 작품이라도 기법에 차이가 있다. 전국의 다양한 짚풀공예작품을 접할 수 있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꼭 관람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어둑어둑해 질 무렵 마당에 들어서서 '엄~마' 하고 부르면 희미한 등잔 아래서 버선을 꿰메시던 어머니가 초가지붕 창호지를 바른 격자 미닫이문을 열고 어여 들어 오라며 '반갑게 맞아주실 것 같은 정겨운 풍경의 작품입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줄면 꽃 잎이 나풀나풀 춤을 출 것처럼 멋스러운 짚풀꽃 리스도 한껏 운치를 더합니다.
집안이나 카페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는 멋진 작품들인데요. 인천에서 활동하는 정근자 작가는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생활도구 중심의 짚풀공예 수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짚풀공예를 접한 후 어르신들은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젊은이들은 조상들의 삶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와 창의력을 접한다고 하네요. 학생들은 계절마다 잠자리, 나비, 빗자루 등을 만들며 교과서에서 배운 것들을 만드는 체험을 한다고 합니다.
짚풀이 장인의 손을 거치니 봄나들이 할때 쓰고 나가도 좋을 멋스러운 모자가 되었네요.
짚풀로 만든 빗자루는 나쁜일은 쓸어서 버리고, 좋은 일과 행복은 가득 쓸어 담을 것만 같네요.
짚풀공예에 사용하는 천연재료와 잠자리도 이렇게 전시장 벽면에 무심하게 걸어 놓으니 아름다운 작품이 됩니다. 짚풀공예에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 문화이자 역사가 깃들어 있어서 그런지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네요.
맷돌에 곡식을 갈때 밑받침으로 사용하던 매판에 전시한 작은 솟대도 앙증맞습니다.
짚풀공예는 배우면 배울수록 빠져 들고, 작품이 완성이 될수록 빠져 드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고 해요.
아산에서 활동하는 최수진 작가가 멍석짜는 방법을 시연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짚풀공예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 작품활동을 하다보니 대한민국통일명인미술대전, 짚풀공예공모전 등에서 다수의 수상도 했다고 해요.
부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짚풀공예 전시를 열며, 짚풀공예를 알리던 김현숙 작가는 2023년 면천으로 이주했다고 합니다. 짚풀공예를 계속하기에 도시의 환경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은은하고 멋스러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자연물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데 맥문동, 붓꽃, 부들, 수크령 등 마을 들판에 자연 재료가 넘쳐나고, 언제든 넓은 마당에서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당진응 최적의 장소였다고 합니다.
작가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최소 한 달 이상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해요. 작가는 자기의 작품을 보며 옛 추억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호기심에 눈이 반짝이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힘든 순간을 이겨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새로운 창작 활동을 통해 짚풀공예의 무한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네요.
이번 전시회에 전국에서 활동하는 짚풀공예 작가들이 모인것도 짚풀공예에 진심인 김현숙 작가를 응원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이런 전시회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이네요. 서로를 끌어주고 이끌어 주는 짚풀공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놀라운 힘이 더 큰 힘을 발휘해 작품들이 더 반짝반짝 빛이 났었나 봅니다.
3천년 이상 우리 조상들의 삶과 함께 해 온 작품들을 관람하며 짚풀공예의 다양성과 기법, 지혜를 엿보는 시간이었는데요. 과거엔 생활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짚풀공예가 새로운 디자인을 입혀 인테리어 용도나 실생활에 활용해도 손색이 없는 멋진 작품으로 전승되고 있어서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3월 16일~3월 22일까지 열린다고 하니 전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짚풀공예작품들을 꼭 관람하길 추천합니다.
<짚풀공예, 전통을 잇다>
일시: 2024. 3. 16(금) ~ 2024. 3. 22.
장소: 당진문예의 전당 제1전시관
관람시간: 10: 00 ~ 17:00
주관: 짚풀공예를 사랑하는 사람들
문의: 김현숙 010- 6633- 4026, 전경순 010- 3799- 5704
참여작가: 김준환, 김경숙, 김현숙, 민경안, 이금자, 이향경, 정근자, 전경순, 최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