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弔詩)
입춘지절(立春之節)에 바치는 노래
조영래
고운 흔적만 남겨 주시었습니다
조근 조근 말씀하시는 입술이
그렇게 아름다우셨습니다
설중매 천리향(千里香)을 따라
문밖을 나가셨나
천상(天上) 꽃 화신을 쫓아
그렇게 조급히 나선 길 일리가
잘난 사람 평범한 이들과
물품이 오가는 길목 삶의 터전이자
시발종착지 김해공항 김포공항
생동이 넘치는 칠성시장 오사카시장
인향만리(人香萬里)라고
벗을 잘 사귀시는 성품 인연 따라
삶의 미학이 내재된 서로 기뻐하시는
숨길 수 없는 현장을 저는 보았습니다
뙤약볕 오뉴월 처음 봬 온 한 여름
내어주신 냉 미수가루 한 대접
건너 방 할미님 옳구나! 맞장구에
쓸어내리던 낯선 상황이 장지 턱을 넘었지요
백 고무신 사뿐 사뿐 내딛으며 걸어오시는 분
연분홍 치마저고리 차림 추스르시며
담장 장미 넝쿨 봉산동 골목길이 눈에 선합니다
삼백리 길마다 않고
손주들을 위해 달려오시던 시절
15평 주공아파트 좁은 사택에
바깥사돈과 어색한 부딪칠 동선이
매우 불편하심에도 불구하시고 흔쾌히 오시었지요?
용돈 한번 넉넉히 드리지 못한
노래방에도 한 번 모시지 못한
저희들은 가난하고 건강했습니다
하늘도 푸르디 짙푸르고 연세랄 것도 아닌
쉰 문턱도 안 넘으신 청(靑) 푸른 젊으신 시절
그 모습만 눈에 담아 기억하고 싶습니다
삼성산 메아리가 되돌아올 때까지
고운님께 바치는 봄의 노래를
목청껏 불러드리리이다
화답하시는 수고는 않으셔도 됩니다
부디 이생에 미진(未盡)한 죄악은 사라지고
천상지락(天上至樂)을 누리소서!
고운 님 가시는 길에 화분(花粉)을 뿌리오니
주님께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비 오니 받아주소서
잔디가 마르지 않는 날 다시 곰 찾으리이다.
단기4357년 이월 초하룻날 새벽
서기 2024.02.01.
사위 조영래 엎드려 재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