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324. 수도회 신부님
우리 빌리지의 첫번 째 집 Mr 정이 이사간 후 그 집에 새로 온 크리스티나 윤은 참 대단한 여자다.
그녀는 이 곳에 이사 오기 전부터 그리스도 수도회를 통해 봉사를 엄청 많이 해 왔다.
매 주 한 번도 빠짐없이 수사들과 함께 로컬 미사 후 200명의 가난한 현지인들에게 밥 나눔을 하는 것을 비롯해 몸을 사리지 않고 여러 가지로 봉사활동을 한다.
그녀가 가까이 오니까 나 역시 많은 게 눈에 보인다. 수도원에 행복학교를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원래 행려병자와 지체장애인, 그리고 갓 입문한 수도사들의 생활관 등으로 건물도 협소한데다 임시로 쓰는 성당도 비좁다.
밥 나눔을 하는 곳에 의자도 부족해서 서서 먹는다. 청빈을 지향한다지만 불편할만큼 열악하다.
행복학교라고 이름 붙여 짓고 있는 건물은 미사를 집전할 수 있는 성당과 수사들의 교육 장소로도 쓰이고 밥 나눔을 할 때 주민들이 의자에 앉아서라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물이다.
여기저기서 작은 금액들이 모여지고 있지만 신부님 자신이 결코 남 앞에 드러내지 않는 분이라 참 힘들고 진척도 없는 편이라고 한다.
크리스티나의 봉사에 감동을 받아서 나도 큰 맘 먹고 1만페소를 보텠다. 60개가 필요한 긴 의자 한 개 값이다.
이곳의 그리스도 필리핀 수도회의 유일한 한국인인 구 이냐시오 신부는 참 특이한 분이다.
빛 바랜 수도복을 입고 언제나 하얀 이를 드러내 놓고 웃는다. 나는 처음엔 그가 필리핀사람인 줄 알았다. 너무 까맣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걸어서 직접 방문을 하면서 식구가 몇 명인지 어떻게 사는지 일일히 확인을 해 둔 모양이다.
미사 후, 밥 나눔 외에도 쌀을 5kg씩 처음엔 30가구로 시작해서 90가구를 매주 나누어준다.
행복학교를 짓겠다는 큰 문제를 두고도 그 분은 여전하다.
걸어서 두 시간씩 가야하는 숯 마을도, 쓰레기장 인근의 마을도, 오지인 망고마을도 그 분은 다 꿰고 있고 또 어김없이 찾아가고 있다.
마을 우물을 파야 한다며 동분서주 하기도 하고, 어찌어찌 모인 돈으로 주민을 위해 염소새끼를 사서 분양을 해 보기도 한다.
늘 기도하고, 뙤약볕 아래 늘 걸어다니고, 늘 땀에 젖어 일하면서도 늘 행복한 표정으로 웃는 분.
겨우 2년 정도 일주일에 두 시간씩 한글수업을 했던 나는 허리뼈가 부러진 후 그 마저도 접었다.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분이지만, 이 곳의 우리는 모두 그 분을 존경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그 분을 사랑한다.
너무 소탈해서, 너무 겸손해서, 너무 친절해서 언제라도 어렵지 않은 분이다.
저렇게 늘 환한 표정인 그 분은 진짜 행복해서일까? 그 분을 떠올리면 언제라도 웃는 모습만 생각 난다. 우리들의 구 이냐시오 신부님.
미사 집전의 구신부님
밥짓는 봉사 하는 크리스티나
우리 빌리지에 들르신 구신부님
첫댓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모두다 여기 봉사하시는 분들 같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