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눈의 천사, 봉사로 꽃피운 4년
노르웨이 출신 이든 씨, 가마솥급식소 마지막 봉사
지난 13일, 옛 해운대 역사 앞에 있는 가마솥급식소(대표 하경용)를 찾았다. 가마솥급식소는 매주 화요일에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을 20년째 하고 있다. 가마솥에 직접 밥을 해서 그런지 밥맛이 좋아 해운대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왠지 급식소 분위가가 침울한 것 같았다. 알고 보니 4년 동안 매주 급식봉사활동을 해온 노르웨이 출신의 이든 마리아 포디 씨가 이달 25일에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잠시 후 자전거를 타고 이든 씨가 급식소에 도착하자 모두들 식구마냥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맞아주었다. 이날이 마지막 봉사라 하대표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이든 씨의 흰 앞치마에 감사의 메시지를 적었다. 하대표 부인은 글을 적다가 그만 울음을 터뜨렸고 이든과 얼싸안고 울었다. 이든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태어난 나라와 말은 다르지만 4년 동안 서로 많은 정이 들었으리라.
이든 씨는 식사하러 오신 어르신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4년이 짧은 세월이 아니다 보니 아는 사람들도 많은 듯했다. 비록 말은 잘 안 통해도 손짓발짓을 섞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정겨워 보였다. 게다가 오늘이 마지막 봉사라고 집에서 만든 단팥빵 800여 개를 가져와 식판에 올리기도 했다.
이날 급식 봉사자들 중 특히 선화교회와 맑고 향기롭게 소속의 봉사자, 그리고 외국인 영사 부인 등으로 구성된 <부산국제여성회> 등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해운대 주민들의 급식봉사를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
한 시간 반 만에 식사와 설거지를 끝내고 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했다. 외국인 봉사자들은 연신 서툰 젓가락질을 하면서도 밥과 국을 맛있게 먹었다. 급식소를 나오며 마지막으로 이든 씨와 몇몇 봉사자들이 함께 가마솥급식소 문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4년간의 봉사여정을 마무리했다.
/ 신병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