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승부사 서봉수 9단(오른쪽)의 열혈 도전은 두 번째 대결에서 신민준 9단에게 정선으로 6집을 패했다. 다음 상대 강동윤 9단과는 두점으로 둔다.
쏘팔코사놀 서봉수의 열혈 도전 제2국
신민준 9단에게 정선으로 257수 6집패
서봉수 9단은 야생마같이 성장해 왔다. 선생도 없고 도장에도 안 다녔다. 체계적인 엘리트 코스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실전을 통해 연마한 바둑이다.
15세에 바둑을 배워 몇 해 만에 프로가 됐다(바둑에 입문할 때 조훈현은 프로 2단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이 안 되어 타이틀을 땄다. 초고속 성장이다.
바둑 평론가 박치문 씨는 "기원에서 자장면 내기를 하면서, 저잣거리에서 익힌 실력으로 세계를 제패했다"고 말한다. '괴상한 천재'라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다.
▲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응씨배의 우승을 비롯해 통산 32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레전드 서봉수 9단.
자존심 걸린 치수고치기. '서봉수의 열혈 도전'은 8일 오후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두 번째 승부로 이어졌다. 한 판에 한점씩 치수가 조정되는 규정에 따라 전날 김지석 9단에게 '호선'으로 패했던 서봉수 9단이 '정선'으로 랭킹 5위 신민준 9단과 대결했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후반의 불리함을 의식한 듯 서둘다가 일격에 무너졌던 1국과는 달리 자신 있게 두면서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노장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초읽기와 후반을 견디지 못했다. 70수 부근에서 잠시 덤이 전부 사라진 형세를 허용했고 120수 부근에서는 승률 그래프가 완전히 넘어갔다.
바둑TV 중계석의 유창혁 9단은 "기술적으로는 하변의 침투(107)와 좌변의 붙임(109), 두 수법이 패인"이라면서 "형세판단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고도 했다.
▲ (107~122) 서봉수 9단의 107에 대해 "과한 수 아닌가요?"라는 유창혁 해설자(인공지능은 A의 곳을 가리켰다). 109에 대해서도 "110으로 두어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두 수로 인해 그래프가 백쪽으로 넘어갔다. 흑이 선공할 수 있었던 백은 두터워지고 흑의 약점이 부각됐다(117…9, 120…112의 곳).
"무난하게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계가바둑 같았는데 수습 과정에서 잘못한 것 같다. 인공지능한테는 두점 놓고도 졌지만 사람한테는 처음 선으로 두었다. 어떻게 보면 호선이나 선이나 비슷하다. 호선에서도 흑을 쥐면 먼저 두는데 이렇게 두어 보니까 먼저 두는 이점을 지켜내는 것이 어렵다." (서봉수 9단)
"입단 초기에 한 번 두고 오랜만에 대국해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했다. 서로 어려운 바둑이었고 끝까지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섭외 왔을 때에는 많이 놀랐다. 부담스러우실 텐데 바둑을 좋아하시고 열정이 대단하시다고 느꼈다. 즐거운 마음으로 대국하려고 했다." (신민준 9단)
2시간 10여분간을 두었던 두 기사의 국후 감상이다. 또한 서봉수 9단은 리포터의 소감 한마디 부탁에 "두점바둑인 것 같아요"라며 웃는 모습을 보였다.
▲ 랭킹 5위 신민준 9단. 이번 대결에 나선 정상 5명 중 가장 어리다. 서봉수 9단과의 나이차는 46세.
세 번째 상대는 랭킹 4위 강동윤 9단이다. 치수는 '2점'으로 올라갔다. 서봉수 9단이 두점을 깔고 두어야 한다. 프로-아마 간의 지도기에서나 보아 왔던 '접바둑'이다. 이 대국은 추석인 10일 오후 2시에 시작한다.
신민준 9단은 "강동윤 선수와 대국할 때에는 치수가 많이 부담스러우실 것 같은데 마음 편하게 갖고 두시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쏘팔코사놀의 후원으로 열리는 다섯 판의 대결은 매판 승자에게는 300만원, 패자에게는 100만원이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30분, 초읽기는 1분 5회.
▲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1국 때와는 달리 대국 전에 말이 없었다.
▲ 초반의 승률 그래프(바둑TV 생중계 화면).
▲ 공배까지 다 메운 후의 반상.
▲ '열혈 승부사' 서봉수 9단.
▲ 서봉수 9단과의 공식전은 2013년 KBS바둑왕전 예선이 유일하다.
▲ 두점부터는 '접바둑'이다.
▲ 강동윤 9단과의 두점 대국 각오에 대해 "바둑이 자신 없네요"라는 서봉수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