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투석하시는 분 보고
저도 갑자기 일어난 제 인생에 대해 써 봅니다
건강한 사람이었습니다. 89년생..
19년에 십자인대 치료하고 관리 잘 했습니다.
남고에서 근무하며 농구 축구 빼놓지 않고 했고요.
2022년 8월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
당연히 코로나라고 생각했고
바보같이 발열 기침 인후통이 올 때까지 끙끙대며 4일정도를 버텼습니다.
드디어 발열이 시작됐고 동네 내과에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갔으나 음성.
갑자기 내과의사 선생님이 씨티를 찍어보라 권유하더군요
한시간 뒤 집에서 짐 챙겨서 근처 종합병원으로 곧바로 입원했습니다.
췌장염이 정말 심하다고요. 정말 난리가 났다구요
5일간 물도 못 먹고 멍하니 누워서 버텼습니다
5일째에 췌장염 수치가 괜찮아 져서 밥을 먹었죠.
그리고 퇴원했습니다.
그날 밤도 계속 속이 안 좋더군요
5일간 굶었으니 체중도 내려가 있더라구요
우연히 체중계에 몇 번 올라갔는데
올라갈 때마다 0.5킬로~1킬로씩
계속 체중이 내려가는겁니다.
컨디션은 여전히 바닥을 찍었죠..
그 끝에 전부 토하고 숨을 헐떡이며 119에 실려갔습니다
"당뇨병형 케톤산증"이랍니다.
심각한 당뇨쇼크 중 하나라고 하더라구요.
혈당 수치가 600을 넘겼고 몸은 완전히 산성화 되었습니다.
응급실에 누워 처음 인슐린을 맞았습니다.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병원에서 며칠을 더 보냈습니다.
최종 진단명은 "1형 당뇨"입니다.
원인 불명.
보통 당뇨라 하면 2형당뇨를 말하는데
몸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체중 증가 등의 이유로
잘 말을 듣지 않아 발생하죠.
살을 빼는 순간 다시 한 번 기회가 부여됩니다.
하지만 1형당뇨는 전혀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전혀 다른 병입니다.
보통은 자기 세포가 자기 세포를 공격하여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를 사멸시키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나타나는데
전 그 케이스도 아니라고 하네요. 완전한 희귀 케이스..
무튼. 하루에 최소 4대의 주사를 맞고
팔뚝에는 연속혈당계를 차고 혈당을 실시간 추적하고 있습니다.
몸에서 자연스레 분비되는 인슐린이 없기에
식단에서 당류의 비용을 계산해가며 주사+운동하고 있습니다.
매일 뉴진스와 르세라핌을 들으며 걷고 또 걸으며
포켓몬고를 진탕 하고 있습니다
혹시 모를 저혈당의 위험에 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저혈당 오면 자다가 하늘나라 갑니다..)
처음에는 우울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버텨보려고 합니다.
제 나이에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은
모두 10대 또는 그 이전에 발병한 사람들입니다
정말 정신놓고 뭘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또 이 병에 대해 잘 아는 또래들은
우리 아들만한 1형당뇨 환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입니다
밤잠 설쳐가며 고생하더군요
그냥. 행복하고 싶습니다
건강이 최고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제일 위험한 사람이 됐습니다.
작은 상처가 나도 잘 낫지도 않습니다
7시에 저녁 먹었는데
아직도 혈당이 개판이네요 ....ㅎㅎ
손끝은 하도 찔러 곰보빵이 됐습니다
목적없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1형당뇨 환우분 계시면 꼭 댓글 달아주세요^^
모두들 즐농 하십시다. ㅎㅎㅎ
사진은
곰보가 된 손가락
연속혈당계의 혈당측정
그리고 다 맞고 모아둔 인슐린 주사기들입니다
카페 게시글
非스포츠 게시판
일년 전 "1형당뇨" 환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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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5 23:32
댓글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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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순간 잘 이겨내고 계시니
좋은날이 올겁니다
힘내시고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