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정남진 마라톤 대회 후기>
새벽 3시 10분, 화도도서관 앞에서 약수님, 산성님을 만나
함께 잠실운동장으로 이동을 하여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대회장인 장흥으로 출발했다.
장흥 대회장에 도착하니 출발시간 40분 전인 9시 20분이다.
벌써 도착한 전국 각지의 마라토너들이 운집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차에서 내리니 날씨가 따뜻하다. 두껍게 껴입은 옷을 하나씩
벗으며 몸의 적응상태를 살펴본다. 이 정도 날씨라면 짧은
마라톤복만 입고 달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보니 실제로 마라톤 복만 입고 준비운동을 하는 러너들이
적지 않았다. 나도 과감하게 민소매 마라톤 복으로 착용을 했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가볍게 달려본다. 허벅지가 조금 무거운
느낌이 있으나 컨디션은 그런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정각 10시에 출발을 했다. 너른 들판에 자리 잡은 장흥은 정겨운
고향 내음이 잔뜩 묻어나는 아름다운 고장이란 느낌이 들었다.
출발하자마자 다들 빠르게 달려간다. 일단 목표했던 대로 초반
10km 까지는 서브쓰리 페이스로 달려가기로 하고 페이스메이커를
뒤쫓아 가본다. 그런데 왠지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연출되고
호흡이 무겁게 느껴진다. 괜찮겠지 하는데도 그 상태가 호전되지가
않는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2km도 못가서 대열에서 이탈하여 속도를
늦춘다. 알고 보니 출발부터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일단 내 페이스를 찾고 다시 속도를 내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달려본다. 5km를 통과하며 시간을 보니 21분대 후반이다.
예상보다 너무 늦은 기록이다. 그래도 몸이 이완되면 이 정도
시간은 충분히 보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그러나 5km지점에서 10km까지의 코스는 전 구간에 비해
더욱더 오르막이 심했다. 호흡은 점점 빨라지고 발걸음은
무뎌졌다. 알고 보니 이 구간이 전체 구간 중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였다. 구간 통과기록을 보니 23분 59초다.
마라톤 대회에서 초반에 이렇게 느리게 달려보긴 처음인 것
같다.
오늘의 레이스가 참으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 또한
3시간 5분이나 10분이 아닌 20분 이내로 수정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덕의 정점에 오르니 내리막이 이어진다. 가볍게 내리막을 달리며
이제 어려운 코스는 다 달렸겠지 했는데 2km도 못 가서 다시 완만
한 경사가 이어진다. 그렇게 반환점까지 갔다. 반환점 통과기록이
1시간 36분 01초다. 이런 기록이면 후반에 잘 달려도 3시간 15분
안에도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반환을 하니 내리막길이고 북쪽을 향해서 달리던 주로도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니 맞바람의 방향도 바뀌어 등 뒤에서 바람이 불어주어
달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구간기록도 21분대가 찍혀 기분을 좋게 했다.
문제는 다리 근육이다. 줄곧 오르막을 달리면서 경직된 근육이
내리막을 달리니 이완이 되어 뭉치는 느낌이 자주 나타나면서
쥐가 나려고 했다.
아직 30km도 못 왔는데 쥐가 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속도를 늦추며 자세를 부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종아리 근육과 대퇴부 근육에 신경을 쓰면서 달리다 보니
쥐 내림의 현상은 완화되는 것 같았다.
역시 전반구간이 오르막 구간이라서 힘들었던 반면에
후반구간은 줄곧 내리막길이어서 달리기에는 좋았다.
그다지 힘들지도 않았으며 속도도 느려지지 않고 일정하게
달려지는 것 같았다.
앞에서 달리는 러너들을 한 명씩 한 명씩 추월하며 달려갔다.
즐겁고 기분 좋게 달리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며 주변 풍광도
구경하고 아름다운 생각들도 떠올리며 웃음을 짓기도 하며
달려갔다.
이제 남은 거리 5km, 예상했던 것보다 후반에 잘 달렸기에
10분 이내는 들어가지 못 하드라도 12~~3분대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더 힘을 내서 달렸다.
1, 2분 더 빨리 달리는 게 최고기록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며
다음대회를 위해서라도 마지막 구간을 잘 달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40km지점을 통과한 후 마지막 2km는 더 빠르게 달려갔다.
멀리 골인점이 보이고 점차 전광판의 시계가 보인다.
예상보다 빠른 11분대 기록이다. 두 손을 높이 치켜들고
골인을 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전반보다 후반에 잘 달려서 그런지 몸에 피로도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뒤이어 속속 골인하는 주자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본다.
마라톤의 즐거움은 역시 골인 후 몇 분간이 절정인 것
같다.
골인점을 뒤로 하고 물품보관소로 걸어가면서 생각에 잠겨본다.
“역시 좋은 기록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거야.........“
< 기록 정리---매 5km>
21분 47초, 23분 57초. 22분 01초, 23분 24초,
21분 06초, 23분 09초, 22분 59초, 23분 13초.
9분 33초(2.195km)
계---3시간 11분 1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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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열정적인 목표와 계획으로 잘 달리셨군요~ 시작이 좋으면 절반의 성공이라 하던데... 기쁨의 경인년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봅니다. 천클. 천클. 힘!!!
스펀지도 요즘 열심히 훈련을 한다는 이야길 들었는데~~열심히 연습해서 봄에 좋은 기록 내길 바라네. 힘
교과서같은마라톤 부럽기만합니다 욕심이 어데로같는지 스스로 찿아야하는데~~
장흥댐..경치 넘 좋았습니다. 겨울이라 좀 썰렁한 풍경이라 아쉽고요..봄이나 가을이었스면 더욱 좋았을것을..힘든 코스 잘뛴 천리마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