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인 금요일
양한방협진 클리닉 모임을 뒤로하고, 토요일 오늘 아침 7시에 기상했다.
부산 동의의료원에 입원해 있는 루게릭 환우들을 치료하기 위해 차에 탄 직후
존경하는 환우분인 변모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8시 30분까지 갈꺼니까 편하게 내려오세요"
토요일 아침이라 차가 그리 막히지 않아서 5분 정도 빨리 도착했다.
우리 환우분들이 이제 막 내려오려나 하면서 2층에 있는 복도 문을 여는 순간
진료실 문 앞에 보이는 휠체어 3대를 발견했다.
"벌써 내려오셨구나." 하고 들어가려는데
이미 안에서는 환우분들의 즐겁고 유쾌한 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어제 포항아저씨가 퇴원했고, 서울왕비 아주머니가 입원했기 때문에 여전히 입원환우분은 6명.
8주 만에 다시 입원한 서울왕비 아주머니는 긴장이 되는지 어제는 표정이 매우 무거워보였다.
오늘은 출근하면서 힐긋 살펴보니 다른 분들의 정감어린 대화에 귀를 기울이면서
순간 순간 살짝 웃기도 하면서 어저께 보다는 표정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포항아저씨와 부산 연지동 아저씨는 월남전 참전동기로 두 분이 같이 있을때는 진료실이 두 분의
목소리로 시끌시끌했는데 포항아저씨가 퇴원해서 인지 진료실의 소음도는 조금 더 진지해진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연지동아저씨의 입담은 최고다. 그러면서 우리 환우들의 기분을 많이 북돋우고 있다.
오늘은 개헌문제와 노무현의 비판에 침을 튀긴다.
이 분은 하지마비가 심하신 분인데 입원후 요 며칠 하지의 거상이 조금 더 잘 된다고 좋아하시지만
상지의 통증과 저림에 대해서는 약간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계신다.
포항아저씨도 가족을 너무 좋아하셔서 오래 입원해 계시지는 못했지만 오실때보다. 목 안의 침고임이
많이 덜해졌다고 하신다. 연지동아저씨는 포항아저씨더러 목소리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신다.
현재 제일 고참이신 오산아저씨와 천안 아주머니는 한달만에 악력테스트를 했는데 오산아저씨는
파워가 약간 상승하셨고, 천안 아주머니는 한달째 그대로다.
오산아저씨는 이제 곧 입원 100일이 되는데 2주일전 삼겹살 파티에 이어 100일 잔치를 준비하고 계신다
천안아주머니는 동의의료원에 와서 안되던 양반다리가 되고 요 2일정도는 산에 올라가보는데 다리가 많이
가볍다고 한다. 상지의 근위축이 하지에 비해서 심하신 분인데 상지는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는다며
그래도 안심을 하신다.
구마비가 심하신 인천 아주머니도 오산 아저씨와 거의 같은 날에 들어와서 100일이 다 되어 간다.
우리 인천아주머니는 그래도 위루술을 하지 않으시고 잘 버티고 계신다.
말씀을 못하시니까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으련만, 그래도 특유의 웃음을 잃지 않으시면서
우아함을 지켜나가신다. 가끔씩 내가 좋아하는 귤을 한번씩 씨익 내밀면서 역시 씨익 웃으신다.
침치료와 함께 가끔씩 뒷목 앞목 지압과 맛사지를 해 주는데 이게 좋나 보다.
아줌마 하면서 맛사지를 해 주면 너무 표정이 황홀해지신다.
자제분들과 가끔씩 통화를 해 보면 주무실때 호흡이 편해지셨다고 하고 환자용 캔을 넘길때
조금 더 빨라지신 것 같다고 하신다.
양산의 젊은 아저씨도 처음에는 믿음이 부족해서인지 불안해서 인지 신경질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냄새에 민감해서 본인도 옆에 계시는 분도 화장품을 바르지 못하고 음식과 약에 대해서도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통근치료 및 입원치료동안에 호흡이 많이 길어지고 운동기능이 부분적으로 호전을 보이고 있다.
이 분은 서울대를 나와 공인회계사생활을 하셨던 분으로 체격이 상당히 좋아 어머니와 아내되는 사람
그리고 간병인 아주머니 이렇게 3 분이 번갈아 가면서 돌보고 있는데, 환자를 오랫동안 돌보게 되면
간병하는 분도 환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이 분의 어머니와 아내도 진찰해보니 환자다.
이 분이 치료할때 옆에 나란히 누워서 같이 치료중이다.
이 까다로운 인텔리 환자는 병원에 와서는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워 집에 가려고 할때가 많았다.
이 때마다 내가 적극적으로 4주만 버티자 이번만 버티자 하면서 밀어붙였다.
4번 정도의 고비가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병원생활이 익숙해진듯 그리고 환우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듯이 편안해 한다. 아내의 말을 빌자면 집에 있을 때는 생각이 많아지고 불안해 했는데
그게 많이 해소된듯 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주에는 퇴원을 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평생 병원에 계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사천시 보건소 한방진료실장인 제자와 경남 사량도 보건지소 한방실장인 제자가
루게릭 환우 및 다른 환우들을 돌보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진료실의 분위기는 많이 경쾌했고, 한편으로는 사뭇 진지했다.
행복이란 사랑이란 정성이란 단어을 떠올리기 쉬운 하루였다.
의사와 환자 그리고 보호자의 정성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진료실과 입원실의 이 행복감이
우리 루게릭 환우분들의 회복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임을 확신하며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후에는 세 명의 제자들과 아내와 함께 전에 내 진료실에 있었던 간호사의 결혼식장에 들려서
바로 루게릭요양소 건립을 위한 서명운동이 이루어지는 부산 범일동의 현대 백화점을 들렸다.
이 장소는 지하철 역에서 현대 백화점과 바로 연결되는 곳이었는데,
아지랑이님 부산사랑님 그리고 부산경남 ALS 협회 회장님 그리고 인사를 나누지 못한 다른 두 분
(더 계셨는지는 모르나 제가 확인한 분들은 5. 6분 정도 였음)
정말로 열심히 열정적으로 서명을 받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계셨다.
지금 이순간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부을 사람들처럼 마치 연극무대에서 열정을 토해내는
연극배우처럼, 콘서트장에서 온몸으로 격정적으로 노래부르는 가수처럼 정말로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앞에 서 있었던 우리 6명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이 분들에게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았다.
이 분들의 열정과 노력앞에 우리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 분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파장안에 이미 우리 자리는 없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분들의 숭고한 그리고 아름답고 열정적인 노력이 있기에 루게릭 요양소건립을 위한 서명운동이
분명 성공적으로 끝날 것임을 확신한다.
다시 한번 부산사랑님 아지랑이님 루게릭 부산지부 회장님과 이외 이름은 모르지만 서명운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신 분들께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오전은 진료실에서 오후는 루게릭 요양소 서명운동장소에서 있었던 이 하루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 하루
였다. 그리고 하루 하루를 지금 이순간을 진정 최선을 다해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기도하는 순간 나의 친구들이자 스승인 오산아저씨 인천 아주머니 천안아주머니 양산아저씨 서울왕비님
연산동아저씨 포항아저씨 의성할아버지 수원아주머니 통영해녀아줌마 들이 떠오른다.
이 분들은 나를 겸손하게 살라 하신다.
내가 격는 고통과 어려움은 이 분들께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편안한 마음가짐과 표정을 가질 수 있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 이 분들은 살아있는 부처요 살아있는 예수임이 분명하다.
이어서 부산사랑님과 아지랑이님 등 관계자분들이 환우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 분들의 순수한 헌신과 봉사 사랑은 나의 마음가짐을 다시 경건하게 변하게 한다.
아무 사심없고 댓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이분들께 배우며 당연히 그래야 함을 확인한다.
이 분들 역시 나에겐 스승이다.
다음주는 나에게 가슴벅찬 새로운 일주일이 될 것임을 확인하면서 나의기도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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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마음들
오늘 하루의 기도(요양소 건립을 위한 서명운동에 다녀와)
감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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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13 22:21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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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참 그리고 많은 제자분들에게 온라인 서명도 부탁드립니다.저 완전 철판 깔고 교수님께 많은 부탁만 하게 됩니다.죄송합니다.
그리 많은 제자들을 데리고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집사람과 몇 명의 제자와 함께 서명하고 왔습니다.
짐 서명운동 잘끝난는지 궁금했었는데 잘했다고하니 정말다행이네여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더욱 노력하면 요양소 걸립하는건 시간문제일꺼라고 생각되네여 저도 시간나는데로 서명운동에 참여해야겠네여
그렇습니다. 곧 실현될 날을 가슴깊이 그려봅니다.
감사합니다 ^^* 교수님 ~~넘 상세하게 진료 상황과 환우분들 의 맘까지 느낌으로 닥아오네여 우리 희망승일님 처럼 쌩유 다~~아 잘될꺼여요 ~~~~~~~
루게릭 환우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정님의 글처럼 " 다~~아 잘될꺼여요 ~~~~~~~ "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내려오셨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정말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십니다. 박승일과 함께하는 ALS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감동시킬 그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루게릭 환우를 위한 치료 관리 정보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승일님을 비롯한 루게릭 환우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우리가 서명운동을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우리가 많이 알려서 반드시 루게릭 환우들을 위한 요양소 건립하는데 조금의 힘이 되도록 할게요. 교수님께서 제자들과 방문 해주시니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산사랑님과 첫 대면에서 인사만 나누고 말씀을 많이 나누지 못해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우리가 루게릭 환우를 위해 노력하는 한 만날 기회가 생기겟지요.
부산에서의 서명운동에 감사의 맘을 전해봅니다. 얼마나 많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해도 다할 수 없는 감사!!! 그저 머리 숙여 감사할 뿐입니다.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분들이 소리없이 관심가져주시는 것이 모든 환우와 가족에게 큰 힘이 된다는거 아시죠? 모든 분들 행복하세요.
루게릭 환우분들을 위하여 열정적으로 진료하시는 감철우 교수님과 제자분들 감사드립니다. 서명 받으면서 루게릭에 대해 아시는 분, 승일님을 티비에서나 신문에서 보신 분들도 간혹 계셨지만 전혀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았지요. 짧은 시간이나마 설명을 드렸는데.. 한정된 시간이라 많이 답답했습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요양소 건립을 위한 서명에 힘써야겠다는 것을 느꼈지요..
우리가 이렇게 하나됨을 느낄때 반드시 우리의 바램도 이루워질것이라고 ............그리고 루게릭도 완치될수있는 질환이 될거라고...............
가슴속 뭉클해집니다. 열심히 뛰고 있을 우리 가족들을 생각하니 나도 빨리 일어서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루게릭 환우들을 치료하느라고 늘 애쓰시고 바쁘신 중에도 서명운동 현지까지 가셔서 많은 격려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