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다니는 손모(36)씨는 지난 22일 회사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형사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당신의 통장을 대포통장으로 사용한 범인들을 붙잡아 조사중이니 경찰에 출석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이 남성은 사건번호와 경찰청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줬고, 손씨는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통장이 다른 사람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황한 손씨에게 이번에는 검사라는 또 다른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는 회사 팩스로 법무부 장관의 날인이 있는 '법무부 가처분 명령' 공문을 보내왔다. 그 공문에는 손씨의 주민번호와 주소까지 적혀 있었다.
놀란 손씨는 경황도 없이 그 남성이 "수사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요구한 신용카드 번호, 비밀번호, 계좌번호 등의 금융정보를 알려줬다. 그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잠시 후 도착한 '통장에 1000만원이 들어왔는데 무슨 돈이냐'는 아내의 문자였다.
실제 통장에 입금된 돈을 확인한 손씨는 "1000만원을 해당 계좌번호로 다시 입금 하라"는 지시에 따라 은행으로 향하려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를 지켜 보던 회사 동료의 "금융사기가 의심된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곧바로 신용카드사로 전화를 걸었고, 어느새 자신의 명의로 1000만원이 몰래 대출돼 통장에 입금된 사실을 알게 됐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였으며, 경찰청 홈페이지와 법무부 공문도 모두 가짜였다.
손씨는 "금융권에서 일하는 내가 설마 당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하지만 검사라는 사람과 통화할 때 주변에서 범인들을 취조하는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와 당황해,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가짜 법무부 공문까지 동원된 신종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경찰청과 검찰청 홈페이지와 유사한 가짜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가짜 공문에는 피해자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까지 적어,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이 같은 치밀한 수법에 금융권 직원뿐만 아니라 현직 공무원까지 속아 넘어갔다.
지난 15일 광주 동구의 공무원 A(42)씨도 똑같은 범죄로 1500만원의 피해를 당해 광주동부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후 3시께 근무하던 중 검찰청 직원을 사칭한 남성으로부터 통장 명의가 도용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후 법무부 장관 직인이 찍힌 공문을 팩스로 받은 A씨는 통장이 도용된 줄 알고 은행에서 1500만원을 인출해 그 남성이 불러준 통장에 입금했다.
북부경찰 관계자는 "공무원 등이 당할 정도로 수법이 지능화 되고 있다"며 "더이상 피해가 커지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을 사칭하며 개인정보를 묻거나 계좌이체를 요구하는 경우 상대방의 소속과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고 해당기관에 전화를 걸어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료출처 : 전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