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낙엽 위로 사과와 귤이 함초롬히 자리를 잡았다. 결실의 계절 가을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 갤러리 한 켠은 ('보졸레누보의 계절'이라는 상술에 굴복한 듯!) 쌉싸래한 와인 한 잔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생각을 자극하듯 벽면 위 그림은 빈 글라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안정연의 수채화 '쪽빛'. 인공 조명을 사용해 연출해낸 짙푸른 빛 속에서 잔들은 어지럽게 모여 있다.
수채화 위 반투명의 올이 성긴 망사를 씌우는 특이한 방식으로 작가는 작품을 마무리했다. 때문에 투명하고 가벼운 기존 수채화의 감상은 사라지고 불투명하면서도 깊이감 있는 전혀 새로운 수채화의 느낌을 전한다.안정연 수채화전-11월 30일까지 부산 남구 대연동 문화골목 갤러리 석류원. (051)625-0765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휴가철 제주도의 옥빛 바다는 낭만 그 자체다. 외지인에게는 위안의 공간인 제주의 바다는 동시에 그곳 사람들의 고단한 일터이기도 하다. 제주대 손일삼 교수의 '제주 해녀'는 바다로 향하는 억척스러운 그들의 고단하지만 건강한 삶을 읽어낸다. 인상주의 화풍을 연상시키는 듯한 흐릿한 대상은 아련하지만 해녀들의 강렬한 삶의 의지를 표현한다.
"화가는 바다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삶의 본질이 희생과 사랑임을 전하며 매 순간 사라지는 삶의 숭고함을 포착한다"는 것이 주성열 단국대 겸임교수의 평이다.손일삼展-7월 30일까지 부산 금정구 구서동 소울아트스페이스. (051)581-5647
▷ *…9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화필을 놓지 않고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하반영 화백이 부산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이번 전시에는 사실주의 화풍의 정물화와 풍경화, 그리고 말년에 이르러 꽃피운 추상화 작품 등 60여 점을 선보인다. 미수 전 이후 2년 동안 그린 30여 점도 포함돼 있다.
전북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기도 한 하 화백은 풍경과 정물을 주로 그리는 서양화가지만 서예 한문 한국화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하 화백은 "예술은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신의 혼과 사상과 철학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여름의 무더위도 노화백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하반영 화백 부산전=12일까지 부산 중구 중앙동 타워갤러리.(051)464-3939
▷ *… 일상의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여름휴가의 달콤함은 그 어느 즐거움과도 바꿀 수 없다. 바다로 산으로, 국내로 해외로, 휴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고 싶다. 난세에는 떠도는 것이 상책이다.해운대 해수욕장. 예나 지금이나 휴일이면 수백만 인파가 개미처럼 몰려들었다. 형형색색의 파라솔과 개미처럼 우글거리는 인파는 지글거리는 여름 해운대의 상징이다.
찜통 무더위일지라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룰지라도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적시면 만사형통이었다. 20여 년전 수십 리를 걸어 해수욕장에 도착해 그 많은 인파에 휩쓸려 들어간 한 조각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부산 100경 순회전-25~31일 부산 사하구 을숙도문화회관(051)202-5320
▷ *… 산수화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자연에서 깨달은 세상의 이치를 그리는 것이다. 작가는 기운이 생동하는 우주의 힘을 일필휘지의 선으로 한달음에 풀어냈다. 대자연에 기조를 두되 운필의 흐름이 리드미컬하게 살아 있어 여유롭고 유연하다.
나무와 풀, 산, 강과 바다 등 평범한 자연의 모습을 그렸으면서도 작품마다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은 무념무상의 동양적 사고에서 얻은 깨달음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꾸밈없는 것을 추구하여 무심에 도달하면 운행 기질 몸이 자연과 합일되는 느낌을 가진다." 작가는 "체험과 체질이 그림의 양식을 극복한다"며 전통적인 운필로 현대의 풍경을 채색하고 있다. 이영 개인전-4월4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피카소화랑 (051)747-0357
▷ *… 김남진 작가는 영화에서의 미장센 기법을 활용해 한 화면에 인물, 인물의 심리상태, 소품, 조명, 의상, 배열, 구도, 동선 등 조형적 요소를 모두 배치했다. 각각의 그림은 다양한 소주제로 독립돼 있고, 전시장 안의 그림은 상호작용을 일으켜 내러티브 흐름을 만든다.
다음 달 6일까지 미광화랑(부산 수영구 민락동)에서 김 작가의 '미장션'전이 열린다. (051)758-2247
▷ *…9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화필을 놓지 않고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하반영 화백이 부산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이번 전시에는 사실주의 화풍의 정물화와 풍경화, 그리고 말년에 이르러 꽃피운 추상화 작품 등 60여 점을 선보인다. 미수 전 이후 2년 동안 그린 30여 점도 포함돼 있다.
전북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기도 한 하 화백은 풍경과 정물을 주로 그리는 서양화가지만 서예 한문 한국화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하 화백은 "예술은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신의 혼과 사상과 철학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여름의 무더위도 노화백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하반영 화백 부산전=12일까지 부산 중구 중앙동 타워갤러리.(051)464-3939
▷ *… 중국 작가의 극사실주의 작품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거대 도시 베이징의 이면에는 낡고 어둡지만 오랜 세월 서민들과 함께 희로애락해 온 뒷골목, 후통(胡同)이 있다. 베이징 토박이들이 살고 있는 후통은 주로 벽돌로 만든 단층집 밀집지역. 왕궁의 귀족 저택들과 대비되는 서민들의 주거공간이다. 청나라 때 지어진 건물 사이로 골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벽들은 갈라지고 떨어져나가 세월의 무게를 실감케 한다.
경남 밀양의 리사갤러리가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와우갤러리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한중현대미술 작품전에는 쿵판원 하얼빈공대 미술학과 교수 등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10명과 김남진 김정호 오순환 이진이 박자현 등 5명의 부산작가가 출품했다. 한국·중국 현대미술작품전=10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전시실. (055)356-5359
▷ *…목련꽃이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리는 요즘, 화랑가에도 꽃이 만개했습니다. 올해로 20회째를 맞은 타워갤러리의 '꽃그림전'에는 송영명 부산미술협회 이사장을 비롯해 김명식 백성도 이성자 최광규 이민한 정우범 씨 등 원로 중진 중견화백들이 대거 참여합니다. 전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 꽃들이 꽃비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 R> 소담스러운 하얀 목련을 보면 순수함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을 갖게 만듭니다. "저기 햇살에 달여옵니다./ 양지 쪽으로만 고개를 돌리는 꽃과 달리/ 봄이 와도 찬바람 불어오는 쪽을 향해/ 의연히 서 있는 목련처럼/ 꽃눈 내밀 때의 첫마음으로 돌아가"(도종환 시인의 '십년' 중에서). 2008 꽃그림전 '축제'-12일까지 부산 중구 중앙동 타워갤러리. (051)464-3939
▷ *… 사진작가 박동식은 카메라를 들고 길을 떠나는 유목 여행자이다. 그가 담은 풍경은 티베트다. 티베트의 애틋한 풍경이 끝도 없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여행은 외로움과의 투쟁이다. 외로움의 깊이를 이해하는 것은 삶의 깊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박동식은 "길은 끝이 없을 듯 아득했다. 바람은 어디에도 머물지 않은 채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지들끼리 몰려다녔고 여행자가 지나간 후에는 어김없이 티끌 같은 미련들이 쌓여갔다. 티베트 여행은 질문의 연속이었고 열병을 앓아야 했던 여행자는 카메라를 들고 고원을 서성였다.
이제 그 허허로운 기록들을 펼쳐놓고 작가는 잠시 또 길을 떠난다"고 밝혔다. 박동식 티베트 사진전-2월 3일까지 부산 서면 영광도서갤러리. (051)816-9500~4
▷ *…광안대교 위 밤하늘의 별들이 요동치고 있다. '고흐를 탐하는 광안대교의 밤'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차용한 그림이다. 검푸른 하늘에 소용돌이처럼 맴도는 화려한 별무리가 꿈속 풍경처럼 출렁거리고 있는 '별이 빛나는 밤'은 고흐의 창조적 정열과 예술적 혼이 담긴 작품으로 유명하다.
동의대를 졸업하고 첫 개인전을 여는 티나 김은 "고흐의 붓 터치와 정서를 좋아한다"면서 "밤과 낮의 느낌이 대조적인 광안대교를 보면서 때론 정열적이고, 때론 차갑게 전해지는 고흐 그림의 상반된 느낌과 일치감을 갖게 된 것이 이 그림을 그린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티나 김의 '앨리스의 외출'전=14일까지 부산 남구 대연동 갤러리예가. (051)624-0933
▷ *…부산의 원로화가 문계수는 농악 그림의 대가이다. 60여 년 일관되게 농악 그림을 그려왔다. 농악은 우리 민족의 근본적인 흥이고 율이다. 음들이 끊어지지 않고 연속적이며 한 음을 가지고 떨기도 하다가 상승과 하강의 반복을 통해 무한대로 향한다.
곡선적인 호흡에 의한 리듬 가락이라 우리를 둥글게 감싸는 자연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난장에서 펼쳐지는 농악. 부대끼는 사람 간의 소통과 시끌벅적함 속에서 우리는 민족의 신명과 새로운 예술의 기운도 찾아볼 수 있다 제5회 음악과 미술·시의 어우름전=9월 2일까지 현대백화점 부산점 내 갤러리H. (051)667-0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