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래에 스크랩 한 '공무원들이 그만두는 이유' 게시물 관련하여 올리는 글입니다.
예전에 잠깐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
저는 지자체 산하에 있는 모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관공서인 상급기관의 관리, 감독을 받고 국민들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기 때문에 물론 저도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만 이른바 준공무원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저도 많은 민원을 취급하고 있고 또 민원인들에 대한 직접 응대도 하고 있는데요.
아래 게시글 같은 민원은 한 가지 이유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과거 권위주의적인 공무원 시절에 대한 반작용의 효과라고 말이죠.
과거 군부 독재 시절은 당연히 친절함이라는 개념도 없었을 것이고 공무원들의 또한 권위적으로 민원인들을 상대했었습니다.
그러다 민주 정권이 들어서고 시대도 바뀌면서 공공 부분의 의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지요.
저는 군 복무를 현역이 아닌 서울의 모 구청에서 했었는데요. 마침 그때가 '친절'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고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고 기억합니다.
그래서 감사부서인 감사담당관에 무려 '친절행정팀'이라는 부서가 조직되고(친절하지 않으니까 그러한 팀이 생겼을 테죠) 친절교육이라는 것도 정기적으로 받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때 받았던 친절교육이 지금의 CS교육으로 바뀌어 여전히 공공 부분 인원들에 대한 고객 서비스 강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친절교육이든 CS교육이든 다 좋은데요.
형식적으로 할 거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비스게 댓글에서 잠깐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요.
CS교육으로 내 머리스타일 그리고 웜톤 쿨톤의 옷 코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아니 아주 조금의 효과라도 있겠습니까.
매일 만나는 진상의 민원인 분들을 상대로 말이죠.
제가 겪었던 실제 사례를 말씀드려 볼까요.
1.
외부 현장을 나갔다가 민원인과 만난 적이 있는데요.
저를 보자마자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더군요.
그래서 안된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바로 돌아오는 말.
"아니 왜 이렇게 불친절해요?"
그러고는 바로 제 이름을 물어봤고 그 분은 저와 헤어진 후 바로 불친절 민원을 넣었더군요.
2.
어느 날 우연히 회사 주차장에서
차량 통행로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을 우회하기 위해 주차구획선 위를 주행하는 차량을 발견했습니다.
해당 차량 차주에게 다가가 그런 행위를 하시면 안 된다라고 설명을 했는데, 본인은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하시더군요.
그래서 다시 설명을 하려던 찰나.. 갑자기 아아악!! 하면서 괴성을 지릅니다. 그러면서 차의 시동을 껐다 켰다 껐다 켰다 분노의 손가락질을 하더니 풀악셀을 밟고 출발..
그리고 멀어지던 중 다시 정차를 하더니 저를 향해 쌍욕을 퍼붓고 사라졌습니다.
뭐지?
마음이 힘든 사람인가 하고 말았었는데요.
약 40분 후
다시 그 사람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러고는 물어보더군요.
아까 왜 본인한테 화를 냈냐고 말이죠.
?
??
선생님, 화를 내고 가신건 선생님이신데요.
어머 아저씨가 나한테 화냈잖아요.
왜 거짓말해요?
그러고는 네가 화내지 않았냐 무한 반복..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다더군요.
결국 여기저기 민원을 넣으셨더군요.
그 내용은 저를 해고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상 제가 겪었던 두 가지 사례를 올려 봤는데요.
제가 불친절했을까요?
물론 (저도 인식하지 못한) 저의 말투에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으나 그것보다는 요청에 대한 거부와 지적받았다는 것에 대한 기분 나쁨의 표현이라는 것이 더 정답일 겁니다.
머리 스타일 멋있게 하고 쿨톤 웜톤 따지며 옷 입어 봤자 소용이 없었을 거라는 말입니다.
여기까지는 뭐 흔한 일입니다.
민원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자주 겪는 일 들이죠.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저 사람들이 진상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저 이후 회사의 대처가 문제입니다.
왜냐고요?
불친절 민원 접수 시 사실여부를 떠나서 팀 내부성과 점수에 감점이 발생합니다.
가만히 있다가 불친절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무조건 감점이 된다는 말이죠.
그리고 모든 민원은 그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합니다.
그 답변 내용은 항상 정해져 있습니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며 해당 직원에 대해서는 친절 교육을 강화하여 차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네. 실제로 불친절한 경우는 물론이고
반대로 매우 친절했음에도 불친절하다는 민원이 접수되면 무조건 위 내용으로 답변이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까요?
저는 제가 일방적으로 욕을 먹고 감정적인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회사는 왜 사과를 하며, 왜 나는 친절 교육을 받아야 되는 걸까요? 혹시 친절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 저 민원인들이 아닐까요?
물론 회사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렇게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상급기관에 추가 민원이 발생하겠죠. 그리고 우리에게 질타가 내려올겁니다.
'왜 그런 식으로 응대를 했고 또 왜 매뉴얼 된 답변을 올리지 않았냐'라고 말이죠.
상급기관에서 그렇게 대응하는 이유는
상급기관의 장은 정치인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이기 때문에 모든 민원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리스크인 이유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과거 권위주의적인 공무원 시절에 대한 반작용 때문입니다.
몹시 불친절했던 과거 때문에
친절해야 된다, 고객 서비스 강화한다며 말단 현직들이 고생하고 있는 거죠.
물론 친절하게 고객 서비스 증대를 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민원인의 과도한 요구, 특히 본인만을 위한 '융통성'을 원하는 요구들
반말, 욕설, 폭언 그리고 폭행의 금지
그리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직원을 보호하는 기관, 상급기관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진상인 민원은 어떻게 해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단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방식이 아닌 적극적으로 사실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대응하는 대처가 있다면 확실하게 감소 시킬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러한 정책을 펼 칠 사람(기관)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말이죠.
첫댓글 기관이 변하긴 어려울 거 같고 결과가 어떻든 최소한 바디캠을 하나씩 달고 다녀야 해명과정에서 억울하진 않을거 같네요....
사실확인이나 소명절차도 없이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의 문제죠
허위나 과장된 이야기도 불이익을 준다는걸 아니까 진상 민원인들이 갑이 되는거구요
이게 진짜 문제인것 같아요. 아니면 아니라고 해도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갑질행위를 보면 전 일제시대 잔재라고 봅니다. 일제시대때 일본이 쉽게 통치하기 위해서 소위 갈라치기 짓도 많이 하고 여러 악폐습을 많이 가져왔는데 그게 지금까지도 내려져 오는 것 같습니다.
매우 공감합니다. 저도 과거 대면서비스를 한적이 있었고 직업 상 이른바 진상 민원인들이 많았는데.. 전 나갈 사람이었는데 계속 일할 사람들 생각해서 참았던 기억이 있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허용되기 때문에 한다입니다. 가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 호텔과 비행기에서의 고객의 진상짓의 양과 질은 마트나 버스보다 더 많을 꺼라 생각됩니다.
잠깐이지만 미국 살면서 느낀것은 미국에는 대부분의 곳에서 고객의 진상 짓은 허용되지 않기에 진상 손님도 적다는 것입니다. 미국 살때 엄청 많은 사람이 줄서서 기다리는데 직원의 업무처리는 느려 터져서 다들 엄청 기다리고 있는데 그 직원은 아는 사람 지나갈때 마다 인사하고 스몰토크 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원래 그런거 기다리는게 이골이난 미국인들인데 그날 따라 어떤 사람이 빨리좀 하라고 컴플레인을 했고 그 직원은 그때부터 노골적으로 일을 더 느리게 처리하더군요. 그 아저씨가 화를 내니 매니저 같은 사람이 나와서 좌초지종을 듣고는 그 아저씨 고객을 내쫓아 버렸습니다!!! 왜 미국은 한국보다 진상 고객이 극도로 적은지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미국 정도는 아니라도 한국은 너무 과합니다. 집단의 이익과 성과를 개별 구성원들 보다 과하게 소중이 여기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 덕에 공공기관 포함 대부분의 서비스 업무가 다른 나라대비 매우 효율적이고 빠르지만 그 순간에 직원들은 불행합니다.
상황에 따라, 개개인의 기분에 따라, 친절이 깝쭉으로 보일수도 있겠죠. 매뉴얼대로만 하면 영혼없다고 욕할겁니다.
대부분의 직종에 바디탬이 상용화 될 날이 얼마 안남았을 수도 있겠네요...
사례를 읽고나니 사레걸리네요. 저런 양반들은 또 왜케 부지런한지 모르겠어요. 신고하는거 안귀찮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