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벨리 댄스 출까요. "골반은 8자를 그리듯이 돌리고, 두 손은 나무에서 사과를 따듯이 합니다. 자! 다같이, 투 스리 포 원~." 모래바람을 곁에 두고 야자수를 벗삼아 여흥에 사용됐던 춤, 이제는 아랍 문화의 중심이 된 춤이 벨리 댄스이다.
특유의 관능미와 섹시미를 뽐내고 여신의 이미지를 재현해 내는 벨리 댄스에는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고, 새 생명을 잉태하는 주술적·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 시장바구니를 든 아줌마와 제비족, 어두침침한 카바레로 대표되던 댄스의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삶의 활력소로 자리잡은 벨리 댄스, 자 다함께 벨리 댄스 출까요.최숙희 개인전-31일까지 부산 금정구 구서동 금정문화회관 전시실. (051)519-5651
▷ *…프랑스 미술가의 설치작품이다. 짙은 회색 야생동물 가죽으로 뒤덮인 바위들은 마치 바다의 섬처럼, 우주의 혹성처럼 공간을 떠돌고,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소리가 관객들을 낯선 상상의 풍경으로 초대한다. 풍경에 해당하는 영어 'landscape'의 어원은 고대 네덜란드 어로 '대지다움'이라는 의미다.
대지다움을 가장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풍경화이고, 그래서 landscape는 풍경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는 단지 보여지는 풍경을 넘어 작가들 주변의 내적 풍경을 다루는 설치 사진 회화 조각을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가 소개돼 있다.'이너 랜드스케이프(Inner Landscape)전'=11월 11일까지 경북 경주시 아트선재미술관(054)745-7075
▷ *…'짓다'라는 말은 아름답다. 집을 짓고, 옷을 짓고, 밥을 짓고, 우리의 의식주를 이루는 것들은 모두 이 '짓다'라는 말에서 생겨났다. 이탈리아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돌아와 첫 개인전을 연 작가는 타향에서 솟구치는 집에 대한 그리움을 대리석을 쪼으며 달랬다. 고향집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달팽이집 위에 집을 또 지었을까.
달팽이는 IT문화의 상징인 디지털 골뱅이(@)의 대안을 상징한다. 빠름이 아닌 느림, 기계가 아닌 자연, 기능 습득이 아닌 감성 개발을 담은 말이다. 집구석에서 좀 게으름을 피운다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래서 귀소본능은 강하다. 송현호 조각전=16일까지 부산 서면 롯데화랑 부산본점.(051)810-2328
▷*…» “당시 2백만원을 주고 샀어요. 재작년(2014년)에 아내와 해외여행 좀 해야겠다 싶어 옥션에 내놨더니 2000만원에 팔렸어요. 비싸게 팔았다는 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보세요. 80, 90년, 2000년…. 근 30년을 그 그림과 함께 있으면서 얼마나 좋았겠어요. 거기에 플러스해서 돈까지 벌었으니. 그동안 작가 손상기에 대해 생각도 하고, 기회가 되면 그에 대한 글도 쓰고, 제 삶을 굉장히 풍요롭게 했습니다.” (...)
▷*…» 전문의 과정을 독일에서 끝내고 (국가에서 주관하는) 대학교수 자격시험을 쳐서 통과됐다. ‘하빌리테이션(Habilitaion)’이라고 하는게 이게 없으면 교수가 못되는데, 1975년도 초에 합격을 했다. 뭔가 기념을 해야 할 것 같아 무턱대고 화랑을 찾아가 그림을 샀다. “독일의 추상표현주의 작가인. 합 그리스하버(Hab Grieshaber, 1909-1981)의 작품이에요.그냥 마음에 들어 샀는데, 사고 나서 보니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더라고요. ” 당시 수백만원하던 한 달 치 월급을 고스란히 썼다. 38세 첫 컬렉션은 그렇게 자신에 대한 축하의 의미였다. 종종 집안 장식을 위해 수십만원짜리를 사보기는 했으나, 화랑을 통해 제대로 사본 건 처음이다.
당시는 생존 작가였으나 작고 후 값이 10배는 뛰었다고. 그림 구입의 즐거움을 물어봤다. “벽에 걸어놓고 한번 보세요. 내 것이 된 뒤 보는 것은 이전과 달라요. 더 가까워져요. 더 자주 보게 돼요. 친근감이 생기고 작가에 대해 궁금해져서 다른 작품은 어떨까 하고 공부하는 계기가 마련되더라고요.”
◇ 이마동 작, '남자', 1931년, 캔버스에 유채, 115x8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이마동이 누구인가. 일제강점기 일본에 유학하고 돌아온 그는 조선미전에 여러 번 당선된 스타급 화가였다. 1932년 제11회 조선미전 특선작으로 힘찬 붓질이 돋보이는 ‘남자’ 등이 대표작이다. 홍익대 교수로 옮겨가기 전 20년 간(1939-61년) 보성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
“고교 시절에 서양미술에 눈 떴어요. 1950년대 전쟁 직후니까, 크레파스도, 도화지도 없던 시절이에요. 실기 수업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형편이니, 이마동 선생님이 미술시간에 화보를 가져왔어요. ‘얘들아, 이게 미켈란젤로의 무슨 작품, 이건 루벤스의 무슨 작품인데 이런 의미가 있어 있어’ 하시며 작품의 히스토리를 얘기해주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아트 스토리텔링인 게지요.” (...)
▷ *… 속삭임은 달콤하다. 사랑의 속삭임, 희망의 속삭임, 꽃의 속삭임, 달빛 속삭임, 천사의 속삭임, 심지어 악마의 속삭임마저도 달콤하다. 무엇보다 달콤한 것은 연인들의 속삭임이다.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얼굴을 맞대고 사랑의 밀어(密語)를 나누는 말들의 모습을 보면 방긋방긋 웃음이 샘솟는다.
단순하고 선명한 색놀림을 구사하는 김점선의 작품은 어린 시절 소풍 때 그렸던 크레파스 그림처럼 친근함이 배어 있다. 판화라 가격도 저렴하다. 아이들 방에 건강미 넘치는 작품 한 점을 걸어놓으면 제격일 듯하다.김점선 판화전-2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맥화랑. (051)744-2665
▷ *… 바닷물이 출렁거린다. 그녀가 해질녘 바닷가에 가는 것은 출렁이는 물의 입술에 하루를 마감하는 작별 키스를 하기 위해서다. 해질녘 산책을 좋아하는 그녀는 바다의 출렁임을 (눈으로) 쫓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몸에 전율을 느낀다고 했다.
물결의 흐름은 '물의 반죽'이고, '물의 근육들의 살떨림'이다. 밀물과 썰물이 전해주는 파동에 몸을 맡기다 보면 섬세한 (조형)언어에 부유하는 이미지가 걸려든다. 손이 파들파들 떨리는 순간이다. 작가는 손에 체화된 치밀한 묘사법으로 사실적인 그림 한 편을 완성한다. 그것이 바로 '그림그리기의 즐거움'이다.그림그리기의 즐거움 = 24일까지 부산 용두산미술전시관. (051)244-8228
▷ *…구름이 잉태한 빗방울이 후드득 쏟아져 내리는 장면을 느티나무에 조각 후 옻칠로 마감을 했다. '옻'은 '漆(칠)'이다. 옻칠이란 말은 '역전앞'처럼 같은 말이 중복 사용된 경우이며 전통 칠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일본의 옻칠공예가 정교함과 화려함으로 첫눈에 사람을 압도한다면, 우리 옻칠공예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은은한 깊이가 있다. 오구환(동아대) 교수는 '오묘한 칠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공예가다.
구름 달 바람 산 강 바다 나무 하늘 등 자연을 단순화시켜 형상화한 후 그 속에 은은한 메시지를 담았다. 오 교수는 "인간은 누구나 자연의 위대함에 경탄할 것"이라며 "우주의 거대한 질서 앞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를 묻고 싶었다"고 밝혔다.산, 구름, 바다 그리고 오구환=10일까지 부산 현대백화점내 갤러리H. 016-576-2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