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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사랑, 그리고 실연 후 찾아온 상실!
《스타일》, 《아주 보통의 연애》의 작가 백영옥이 담담하게 풀어낸 실연 이야기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경쾌한 문체와 빠른 전개가 돋보였던 기존 작품들과 달리, 이번에는 세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랑과 연애,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2012년 3월부터 5월까지 ‘자음과모음’ 카페에 연재되어 호평을 받았던 소설이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트위터를 통해 공지가 확산되고, 22명의 사람들이 레스토랑으로 모인다. 유부남 조종사와 사랑에 빠졌지만 결국 이별을 고한 스튜어디스 윤사강, 실연의 고통보다는 모임의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듯한 정미도,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방황하는 컨설턴트 강사 이지훈. 모임을 통해 우연히 만나게 된 세 사람은 각자의 사연과 얽힌 인연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데….
저자 백영옥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 석사. '빨강머리 앤'과 '키다리 아저씨'를 좋아하는 유년기를 보냈다. 책이 좋아 무작정 취직한 인터넷 서점에서 북 에디터로 일하며 하루 수십 권의 책을 읽어치웠다. 미끌거리는 활자 속을 헤엄치던 그때를 아직도 행복하게 추억한다. 패션지 '하퍼스 바자'의 피처 에디터로 일했으며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00년대 한국 여성들의 사랑 방정식을 간결한 문체와 흡입력있는 스토리로 표현해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 백영옥은 고생 끝에 오는 건 '낙樂'아닌 '병'이라 믿으며, 목적 없이 시내버스를 타고 낯선 서울 변두리를 배회하는 취미가 있다.
1부. 오전 일곱시의 유령들
2부.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3부. 시속 150킬로미터
4부. 모두 123쌍의 커플들
5부. B747-400
6부. 인천국제공항
7부. 호텔 생활자
8부. 도쿄
9부. 슬픔이여, 안녕
『스타일』, 『아주 보통의 연애』 백영옥 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우리는, 모두 상실을 경험한 적이 있고
그러므로,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필요가 있다
어쩌면, 모두가 상실의 공동체라는 운명적 카테고리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이 지나간 후
혼자 맞는 아침이 두려운 당신에게……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이별은 앞으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실연은 언제나 뒤로 온다. 실연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각을 일시에 집어삼키는 블랙홀이고, 끊임없이 자신 쪽으로 뜨거운 모래를 끌어들여 폐허로 만드는 사막의 사구다.”(본문 중에서)
┃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출간!
2006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젊은 여성들의 일과 사랑, 그 안에 감춰진 욕망을 다양한 각도로 변주하며 한국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장편소설 『스타일』로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백영옥 작가가 『다이어트의 여왕』 이후 3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이번 작품은 출간되기 이전에 이미 중국에 수출이 되었고, 올해에 중국 번역본으로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특유의 경쾌한 문체와 스피디한 전개가 돋보였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세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랑과 연애, 이별에 대한 내러티브가 담담한 시선과 섬세한 필치로 균형과 긴장을 잃지 않고 유감없이 펼쳐진다.
투명하면서도 아름다운 서사, 단단하면서도 감수성 넘치는 문장들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현실 속에서 우리가 흔히 겪는, 그러나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실연의 상처와 고통, 아픔을 어떤 포장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2012년 3월부터 5월까지 인터넷 자음과모음 카페에 연재될 당시 많은 독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또한 미발간 신작을 낭독 연재를 통해 들려주는 프로그램인 EBS <라디오 연재소설>에 백영옥 작가가 직접 이 작품을 낭독한 방송이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전파를 타면서 많은 청취자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기도 했다. 백영옥 작가의 육성이 담긴 낭독 음원은 책의 각 장마다 들어 있는 큐알코드를 통해 다시 들을 수 있다.
<백영옥 낭독 미리 듣기 샘플>
낭독: 백영옥
음원 제공: EBS <라디오 연재소설>
┃ 실연 후, 현재는 끊임없이 과거 쪽으로만 회귀했다.
미래 역시 과거와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 치도 나아가지 않은 너무나 익숙한 미래,
실연은 그렇게 오래된 미래가 되었다.
실연을 겪은 사람들의 고통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실연은 슬픔이나 절망, 공포 같은 인간의 다른 감정들과 다르게 칼에 베였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의 선연한 느낌처럼 구체적인 통증을 수반하면서 ‘거절’이 인간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형태의 상처를 남긴다. 백영옥의 새 장편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은 바로 열렬하게 사랑하고, 뜨거운 상실을 겪어야 했던 세 남녀의 이야기이다.
일상의 사람들에게 오전 일곱시는 어떤 시간일까.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시 조찬 모임’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진행되는 동명의 모임은 트위터를 통해 공지가 확산되었고, 21명의 사람들이 모임 당일 오전 일곱시에 레스토랑으로 모인다. 오전 일곱시에 모여서 함께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실연의 기념품-차마 버리지 못한 채 가지고 있는 사랑의 상흔들-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모임에서 세 남녀의 인연이 얽히기 시작한다.
오슬로나 스톡홀름처럼 한여름 백야를 가진 도시에선 어둠이 급작스레 찾아들지 않는다. 어둠은 서서히 밀려오고, 도심에 세워진 가로등과 함께 서서히 빠져나간다. 이런 도시에 있으면 어둠과 빛에 대한 감각은 달라진다. 태양이 너무 오래 떠 있는 도시에선 밤의 어둠이, 검은 벨벳 같은 완벽한 검은색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태양을 밀어낸 사람이라면 어둠을 향해 날아가는 박쥐처럼 깊은 동굴 속을 배회한다.
이들에게 사라진 건 태양이 직선으로 뻗어 있는 오전의 활기였다. 아침이 되었지만 이들의 눈은 밤처럼 닫혀 있었다. 자물쇠로 채워진 눈동자는 생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사강은 이들의 얼굴에서 보통 사람들 같으면 충분한 수면만으로 지워졌을 악몽의 그림자를 보았다.(본문 중에서)
절제가 몸에 밴 유부남 조종사와 사랑에 빠졌지만 타협할 수 없는 선에 다다르자 결국 이별을 고하고 깊은 상실의 나락으로 빠진 스튜어디스 윤사강, 십 년 된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이해도 원망도 하기 어려워 방황하는 컨설턴트 강사 이지훈, 실연의 고통을 억누르기보다는 모임의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듯한 알 수 없는 여자 정미도는 이 모임을 통해 우연히 만나게 되고, 각자의 사연과 엉킨 인연의 실타래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소설은 윤사강, 정미도, 이지훈이라는 각기 다른 세 사람의 시선에서 만남과 사랑, 이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은 찬란했던 사랑의 기억 때문에 그 끝에 찾아온 상실의 고통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살아내야만 하는 현실 앞에서 다시금 일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 집에 장미 꽃다발 하나가 왔어요. 별생각 없이 그 꽃을 거꾸로 매달아서 거실 벽에 붙여놨었는데, 꽃이 떨어지는 대신 꽃대까지 바싹 마르더군요. 향기 없이, 미라처럼요. 형태는 유지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점점 먼지가 쌓이면서 더러워 보였어요. 과거엔 아름다웠지만 향기 없이 말라버린 꽃을 바라보는 일이나, 이미 끝난 사랑을 바라보는 일이 뭐가 다르죠?”(본문 중에서)
오전 일곱시에 시작하는 이 소설은 오후 일곱시에 마침표를 찍는다. 열두 시간의 이 시차는 실연당한 사람들과 일상의 보통 사람들에게 벌어진 시차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이 어떤 ‘물리적인 시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타임라인 안에 있지만 서로 다른 공간과 상황 안에 있기 때문에 벌어진 상대적이자, 지극히 주관적인 간극을 말하는 것이다.
사강과 지훈 역시 그 ‘타임라인’ 안에서 맴돌고 있다. 시간도 날씨도 언어도 다른 곳을 항상 이방인처럼 떠도는 사강이나 같은 시간 안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 강의를 진행하는 지훈에게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그 타임라인이 연속성을 가지지 못한 채 분절되어 있다. 그 분절이 사강과 지훈에게 존재하는 각기 다르면서 공통된 ‘슬픔의 간극’이자 ‘슬픔의 시차’인 셈이다. 그리고 그것이 오전 일곱시와 오후 일곱시 사이에 벌어진 물리적이자 상대적인 슬픔의 각도, 150도로 표현되어 있다.
서울과 상파울루의 시차는 열두 시간이다.
그날, 지훈이 목격한 열두 시간은 그러나 어둠이 오지 않는 백야의 헬싱키와 막 서머타임이 가동된 도쿄 사이에 벌어진 시차가 아니었다. 그것은 열애 중인 사람들 사이에 생긴 사랑의 시차도 아니었다. 그건 실연당한 사람들과 일상의 사람들 사이에 생긴 시차였다. 연인의 실종과 함께 벌어진 열두 시간이라는 틈 사이로 ‘과거’라는 이름의 폭우가 몰아치고, ‘추억’이라는 이름의 영화가 계속해서 상영되던 시간의 낙폭이었다.
누군가 외로움의 각도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라고 한다면 지훈은 그날 아침, 자신이 보았던 시침과 분침 사이의 거리를 잴 것이다. 그는 수학자처럼 짐짓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클리드 기하학이나 삼각함수 따위엔 결코 나오지 않지만 외로움의 각도는 ‘150도’라고.
그는 차고 있던 시계가 가리키던 오전 일곱시의 시침과 분침이 가리키는 각도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할 것이었다.(본문 중에서)
작가는 소설을 통해, 우리는 모두 상실을 경험한 적이 있고 그 때문에 서로의 상실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필요가 있음을 호소하며, 어쩌면 모두가 상실의 공동체라는 운명적 카테고리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만든다. 실연의 상처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도, 그렇다고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다시 일어설 수도 없어 방황하는 이들의 처연한 모습은 독자들의 폐부를 찌르며 같은 경험에 대한 공감과 함께 그를 통한 위안을 안겨줄 것이다.
작가의 말
■■■ 「작가의 말」 중에서
지금도 실연당한 누군가 울고 있다는 걸 안다. 사랑 때문에 잠 못 드는 충혈된 눈이 흘리는 눈물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시간을 탕진하며 천천히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삶을 향해 ‘살아간다’ 말하는 것처럼, 실연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헤어져야 만나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고 새벽에 비가 내리는 소리, 마른 낙엽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소리, 작은 돌멩이가 누군가의 발에 밟혀 조금씩 부서지는 소리, 들리지 않던 그 소리가 들릴 때 즈음이면 그녀가, 그가, 사랑을 잃은 당신을 향해 온 시간을 거슬러 뒤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오고 있을지 모르니까. 나도, 당신도, 이젠 그걸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을 읽게 될 아픈 당신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작은 위로다.
▶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 건 사강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건 정수였다. 헤어지자고 말하는 쪽보다, 헤어지자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쪽이 더 영악한 법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게,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연애에선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리어 해결되지 않은 아이러니가 사강을 혼란에 빠트렸다.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린 것도, 밥을 먹지 못하는 것도, 잠을 자지 못하는 것도 이별을 선언한 사강 쪽이었으니까 말이다. 정수는 평소처럼 일했다. 그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빠른 걸음으로 공항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던 걸까. 그럴 리가. 사강의 주위엔 아무렇지도 않은 것과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설명해줄 사람이 없었다.(46~47쪽)
▶ 그 혹은 그녀가 누구이든 간에, 이 트윗의 화자는 실연의 기억을 잊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극복되지 못한 실연으로 낮과 밤이 뒤바뀌고, 오전과 오후가 뒤섞이고, 폭식과 절식 사이를 헤매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면 달력의 한 계절이 통째로 찢어져 사라진 후의 일임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봄인 줄 알았는데 가을이라는 걸 알아챘을 때, 이제 막 개나리가 진 줄 알았는데 물에 젖은 낙엽이 신발 바닥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걸 목격했을 때, 그때의 마음을, 머리와 빗장뼈가 동시에 울릴 때 나는 그 진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진동으로, 무음으로, 다시 벨 소리의 볼륨을 끝까지 올리던 반복의 반복들. 불현듯 잘못 누른 버튼 때문에 신호음이 울릴 때, 복음 같은 그 소리에 주저앉아 전화기 버튼을 누르며 독백하던 날들. 사강은 그런 아침을 자신이 어떻게 견뎠는지 어렵지 않게 기억했다.(52쪽)
▶ 서로의 진심을 농담으로 흘려버릴 정도로 그들의 시간은 함께 마모됐다. 지훈은 시간이 오래된 가죽처럼 부드럽게 낡아가는 것이라고 상상하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늙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연애가 터질 듯한 열정과 섹스로 가득 찬다면 인류의 절반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자살했거나, 미쳤을 것이다. 열정이나 욕망이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 같은 감정이라는 걸 지훈은 알고 있었다. 한 여자와의 지속적인 연애는 때때로 지훈을 발기불능의 노인처럼 만들었다.(102쪽)
▶ 인간이 외로운 건 일평생 자신의 뒷모습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외로움은 바로 그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없는 존재가 두려움 없이 자신의 어둠을 응시할 리 없다. 아무리 보려 해도 볼 수 없는 뒷모습 같은 진실과 마주치려면, 목이 꺾이는 죽음을 각오한 채 맹렬한 두려움과 맞서야 한다. 어린 시절 그녀가 느꼈던 고독이 그에게로 기울어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242쪽)
▶ ‘고마워’로 시작하는 사랑보단 ‘고마워’로 끝나는 사랑 쪽이 언제나 더 힘들다. 상대보다 힘들어지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은 이별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로 새겨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지훈에게 그것은 운동장을 빠르게 뛰는 현정의 뒷모습으로 기억될 것이었다. ‘미안해’로 끝나는 사랑보다 ‘고마워’로 끝나는 사랑 쪽이 언제나 더 눈물겹다. 현정이 들고 가는 저 사진들처럼. 가끔, 아주 가끔은, 지루한 우리의 삶 속에서도 진짜 이별을 이해하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417쪽)
첫댓글 백영옥 지음 / 출판사 자음과모음 | 2012.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