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중 제20일 주일입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에서도 성체성사의 신비를 말씀하고 계십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 예수님 자신이심을 명백히 말씀하십니다. 빵으로 우리에게 주시는 예수님의 무한한 사랑을 올바로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이 빵을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1독서는 잠언의 말씀으로 지혜는 하느님을 인격화시킨 상징이며 일곱 기둥을 세운 집은 하느님의 성전 ; 모든 사람을 초대할 하느님의 집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지혜께서 음식을 손수 마련하시고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초대하십니다. 어리석고, 속없는 사람들을 부르십니다. “일상에 너무 얽매이고 재물만 모으느라 급급한 사람들, 참 가치를 잃고 거짓된 가치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 현실에만 집착하고 영원한 가치, 영원한 생명을 생각지 않는 사람들, 거만한 사람들을 초대하십니다.” 그러나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초대의 깊은 의미입니다.
“복되게 살려거든 철없는 짓을 버리고 슬기로운 길에 나서라." 좋은 음식을 무료로 하느님 전에서 먹되 다만 그 음식을 먹고는 행실을 바르게 고쳐 새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에 그 훌륭한 음식을 먹고도 삶이 개선되지 않고 변화되지 않는다면 그는 하느님과 그 음식을 모독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누가 과연 어리석은 사람입니까. 철없고 속없는 어리석은 자는 바로 우리 자신들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미련한 자들입니다. 세상에서 똑똑한 척하지만 참 지혜를 모르는 사람, 없어질 것에는 죽자 사자 붙잡고 매달리면서도 영원한 것은 쉽게 내버리는 사람, 참 평화를 외면하고 오로지 거짓 평화에만 푹 빠져 있는 사람, 객관적인 진리를 외면하고 자기 편견만 고집하는 사람, 남이야 어찌 됐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 진실이나 사랑이라는 단어가 그들 삶 속에서 닫힌 사람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그런 우리들이 오늘 하느님의 성전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우리를 무한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지혜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음식으로 주십니다. 우리를 성화 시키고 당신으로 변화시키기 위하여 당신을 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명확히 이 사실을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 미사는 바로 하느님께서 초대하시는 천상의 잔치에 비유됩니다. 초대하는 주인은 예수님이요 음식은 예수님의 살과 핍니다. 그보다 더 맛있는 음식도 없으며 그보다 더 귀한 음식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매 주일 이런 천상잔치에 초대받습니다. 이런 특전을 받은 우리는 오늘 제1독서의 말씀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복되게 살려거든 어리석은 짓을 버려라” 성체 예수님을 믿어야 합니다.
“안토니오 성인전기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하루는 안토니오 성인이 강론을 하는데, 성당 뒷좌석에 오랫동안 냉담하다가 나와 앉아 있는 귀족 한사람을 보고 내기를 하자고 한다. 내용은 당나귀 한 마리를 3일동안 굶긴 뒤, 당나귀가 좋아하는 당근을 오른쪽에, 그리고 축성된 성체를 왼쪽에 놓고 당나귀가 어느 쪽을 먼저 선택하는가 하는 내기였다. 냉담 중에 있던 귀족은 안토니오 성인의 내기를 받아들이며 말하기를 “신부님이 당나귀를 3일 동안 성체 있는 곳으로 가도록 교육시킬지 모르니, 자기가 데리고 있겠다."고 하여 그렇게 하였다. 3일 후에 동네 사람들이 당나귀가 하는 짓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귀족은 3일 동안 굶긴 당나귀를 끌고 나오며 의기양양하였고,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당나귀가 어떻게 행동할 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 앞으로 나온 당나귀는 두리번거리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당근이 수북하게 쌓인 것을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혀를 날름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를 돌려 성체가 있는 곳으로 가더니,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사람들은 괴성을 지르며 놀라워했고, 당나귀는 당근 있는 곳으로 천천히 가서는 배고픔을 채웠다. 성체에 관한 교리를 듣고 보지도 못했던 당나귀조차도 성체가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요, 구원의 빵이며, 불사의 약임을 인정할진대, 어찌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우리들, 성서와 교리를 통하여 성체가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보고 배운 우리들이 어찌 한 조각의 의심이라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모두 죄인들이요 비천한 존재들이며 어리석은 백성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초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가공스러운 일은, 그 귀한 성체를 기다림 없이, 고마움 없이, 그리고 행실의 개선이 없이 그냥 먹고 마신다는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 당부하신 대로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사람이 되어 방탕한 생활을 버리고 성령을 충만히 받아 감사와 찬미 드리는 삶을 살도록 힘써야 합니다.’
“복되게 살려거든 철없는 짓을 버려라 ” 잠언의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타당한 준비로 성체를 모시며 예수님을 닮아 가는, 변화되는, 신앙인 되도록 힘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