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 |||||
대구 시지 태왕2차 관리소장 박수정씨의
각기 다른 입주자들의 요구조건과 계절마다 양상이 다른 각종 시설물 하자, 이에 순발력있게 대응해야 하는 게 관리소의 임무. 그럼 소장은 당연히 남자의 몫인가? 예전에는 그랬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남자 소장, 여자 소장 구별, 별 의미가 없다. 바야흐로 '아파트 공화국 시대', 아파트 관리소도 흘러넘쳐나고 있다. 센스있는 여성들은 틈새업종으로 아파트관리소를 지목했다. 대구시 수성구 시지 태왕2차 아파트 관리소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은은한 향수 냄새가 취재진을 맞이한다. 너무 낯설고 신선하기까지 했다. 여자관리소장 박수정씨(32)의 표정은 너무도 해맑아 도무지 그녀에게는 '관리'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책꽂이에는 약 20권의 각종 서류철이 꽂혀 있다. '아파트 관리하는 데 무슨 서류가 저렇게 많지?' 기자가 관리소장이 여자란 사실에 대해 상당한 호기심을 갖자 박 소장은 되레 정색을 하면서 그게 편견임을 꼬집는다. "취재하기 전에 한 가지 주의할 게 있습니다. 언론에서 자꾸 여자 관리소장을 너무 별난 존재로 띄우려고 하는데 그게 맘에 들지 않아요. 그런 의식도 사실 시대착오적이고요. 이제 관리소장이 여자이냐 남자이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누구나 관리를 할 수 있고 남자의 힘과 여자의 센스와 감성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정말 살기 행복한 아파트를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기자는 아파트 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평소 아파트 관리소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박 소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관리업무가 한편의 종합예술 같았다. 일을 하자고 덤벼들면 밑도 끝도 없을 것 같은 공간이었다. 10월 월례 계획표를 본다. 수도검침, 기계시설물 점검, 지하주차장 청소, 하단에 각종 협력업체 전화 번호가 적혀 있다. 용역업체, 엘리베이터, 도시가스, 보일러, 전자, 가스레인지, 열쇠, 가스경보기, 케이블 방송….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아파트 관리업무 영천 출신의 박 소장은 삼남매 중 장녀. 부모는 남다르게 준수한 외모를 가진 딸이 아파트 관리소장이 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도 그랬단다. 대구산업정보대에서 마케팅 경영학을 전공했다. 1996년 학비를 벌 목적으로 취업게시판에 부착된 아파트 관리사무원 모집이란 공고를 보고 전화를 했다.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시지 천마타운이었다. 한달도 안돼 정식 직원이 됐다. 그런데 여느 회사와는 달리 아파트는 한 사람이 각종 행정 및 경리 업무를 도맡아야 했다. 특히 매일 다양한 입주자와 직접 부딪힌다는 사실이 너무 스릴있었단다. 단순한 일인 줄 알고 시작했지만 갈수록 아파트 관리가 쉽지 않았다. 북구 침산동 동아2차 아파트로 옮기면서 더 많은 공부를 해야 될 필요를 절감한다. "물이 새고, 전기가 나가고, 심한 부부싸움, 단지내 얌체주차, 가을에는 어지럽게 쌓인 낙엽을 치우고, 눈이 오면 빙판길에 염화칼륨을 뿌려야 합니다. 심야엔 으슥한 소공원이 우범지역으로 변하지 않게 경비에 만전을 기하고, 열쇠를 두고 나온 입주자를 위해 열쇠 만드는 기술자도 불러줘야죠. 아파트 옥상 관리는 행정상 더 버거운 구석이 많아요. 소방관계자들은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고 하고 경찰과 구청 관계자들은 잠궈두기를 원하니. 층간 소음 문제도 복병 중 복병입니다. 아래층에서 이해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만 굳이 문제를 삼겠다고 나서면 문제가 커집니다. 자연 소장이 능수능란하게 조율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때는 상담심리 전문가 뺨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민원을 만날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가를 느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주택관리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를 했다. 민법, 회계원리, 시설개론, 주택관리법령 등을 파고들었다. 제8회 주택관리사 시험에 합격했다. 처음엔 주택관리사보였다가 3년간 소장 경력을 쌓은 뒤 정식 관리사가 됐다. 박 소장이 아파트와 인연을 맺은 건 올해로 13년째. 현재 아파트에는 2004년에 부임했다. 지역 관리소장은 거의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대구지사에 소속돼 있다. 여자 소장은 별도로 모임을 만들었고 정회원은 약 200명. 현재 관리소에는 소장을 비롯한 관리주임과 전기기사, 또 2개 경비초소에 모두 6명의 경비원이 24시간 아파트 3개 동을 물샐틈 없이 돌봐주고 있다. ◇…아파트 관리는 입주자와 관리소의 팀워크의 예술 "주민 따로 관리소 따로 놀면 결국 살기 어려운 아파트로 전락하고 맙니다. 관리사무소는 입주자의 편익 보장과 공동재산 관리를 위해 존재합니다. 상호 신뢰가 정말 중요합니다. 아파트는 지어진 지 20년 정도 지나면 재건축 대상이 됩니다. 소장은 입주 때부터 재건축될 때까지 입주자와 동고동락해야죠." 관리는 크게 위탁관리와 자치관리 두 종류가 있다. 모든 소장은 프리랜서이다. 아파트 관리업체는 대한주택관리사 이외에도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민간관리업체가 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둘 중 하나를 골라 관리를 맡긴다. 협회에서 소장에게 월급을 주는 건 아니다. 대신 협회는 회비를 받고 회원들이 더 풍부한 관리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각종 교육과 연수 프로그램을 돌린다. 관리소장들도 직업병이 있다. 그건 아파트를 너무 멀리 벗어난 곳에 가 있으면 더 편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더 멋지고 세련된 아파트를 보면 그 관리기법을 배워와 자기 아파트에 접목시키려고 한다. 단순히 접목시키려고 하면 티가 나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혼자 공부를 더 해야 된다. ◇…아파트 관리하면서 크게 보람을 느낀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가끔 명절이나 기제사 때 음복한 음식을 손수 가져다 줄 때 참 기분이 좋단다. 한번은 한 중년 여성이 소장한테 다가와 어떻게 하면 관리소장이 될 수 있느냐면서 자기도 그 길을 걷고 싶다고 했을 때 뿌듯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만추지절이다. 박 소장도 어쩔 수 없는 가을여인이 될 수밖에 없다. 사무실 옆 간이휴게실에서 직접 밥을 지어 직원들과 나눠먹은 뒤 소공원 벤치에 앉아 가을 정취를 만끽한다. 커피도 한 잔 느긋하게 마시는 찰나. "아차차,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빨리 낙엽 치워야지." 그럴 때 그렇게 자신이 야속할 수 없겠다. |
첫댓글 영남일보 24일자에서 퍼왔습니다.
정말..멋지고..부럽습니다...많이 배우도록 할께요...
예쁜고 참한고 당찬 박소장님이 매스컴을 ..... 축하드려요~~~~ 근데 아프로 우얄라커노ㅎㅎㅎ
신선한 충격입니다. 전 나이 어리다고 계속 꿈만 꾸고 있는데요....부럽습니다.
미모의 아가씨...눈에 확 뛰어 클릭...정말 미모의 아가씨...섬세한 감성리더..보기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