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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좋은글과 좋은음악이 있는곳 원문보기 글쓴이: 무애자
대전부르스 (1956) - 안정애 |
이하, [가져온 글]
2007-05-18 오후 4:01:30 / [박서방 _ 인터넷만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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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부르스 노래비 /대전역
물론 블루스는 아프리카 음악의 영향을 받았지만 온전히 아프리카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탄생부터 알게모르게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 음악의 영향이 쉼없이 덧씌워졌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근엄한 표정의 백인 중산층 가부장들은 블루스를 백안시 했지만 그들의 반항적인 자식들은 부모 몰래 블루스 레코드를 들으며 기타를 튕겨댔고 그런 이들이 나중에 버디 홀리(전설적인 백인 록큰롤 연주자)와 비틀즈가 되었다.
적과 흑의 부르스 - 좋은 글과 음악이 있는 곳/ 감성/연주뉴에이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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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980년대 초반 한 시인은 부르스의 정서를 시에 담기도 했다.
대인동 부르스 / 곽재구
추석달이 밝은데
비인 거리에 너는 그림자를 띄웠느냐
콜타르 먹인 전신주 아래
다리 꼬고 턱 받치고 꼭 그렇게
눈물 나는 모습으로 서서 너는 다시
이 거리의 슬픔으로 가을 달맞이꽃이 되려느냐
부평에서 반월에서 구로동에서
이름도 얼굴도 때묻은 젖 큰 가시내들은
고향이라고 명절이라고 다들 밀려오는데
전세버스의 차창마다 깨꽃 같은 그리움은 피었는데
네가 설 땅이 꼭 한 곳뿐이라고
너는 그 전주 아래 슬픔의 뿌리를 내리고 굳었느냐
그 무슨 한맺힌 기다림의 씨앗이라도 뿌렸느냐
어색하게 스타킹을 신고 원피스를 입고
사과 광주리 설탕 한 포 입어보지 못한
어머니의 겨울내복을 사 들고
아버지의 소주와 동생의 운동화와 그림물감을 사 들고
저렇듯 돌아오는 때절은
가시내의 웃음소리가 그리웁지 않느냐
추석 달빛은 찬데
대인동 골목마다 찬 달빛은 출렁이는데
굳어 버린 너의 몸 위에 누가
창녀라고 낙인을 찍겠느냐
누가 한 오리 저주의 그림자를 드리우겠느냐
가까운 고향도 눈에 두고 갈 수 없어서
마음만은 언제나 고향 식구들 생각이 뜨거워서
홀로 들이켠 수면제 가슴 젖어오는데
추석 달빛은 차고 어머니는 웃고
너는 뜬 두 눈으로 달맞이꽃으로
대인동 골목마다 죽어서 살아 있는 눈물이 되었구나.
지금은 사라졌지만 대인동은 광주의 오랜 사창가다.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 정책 속에서 붕괴된 농촌의 소녀들은 대거 도시로 유입되었고 대인동은 그녀들이 내몰렸던 최악의 장소 중 하나였다. 물론 어디 대인동 뿐이었으랴. 가장 크게는 청량리, 미아리가 있었고 완월동(부산)과 자갈마당(대구), 옐로우하우스(인천)가 있었다. 명절이 와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그녀들을 위한 시인의 노래는 부르스의 신파를 따르고 있지만 1980년대 초반이라는 암울한 시대 상황과 공명하며 신파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 공감 가는 글 차분히 풀어 주신 이 글의 작자 ' 박서방님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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