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엉?"
이미 무진장 많은 시간이 흐르고도, 비가 그칠 기미를 안보이고 점점 더 많이 내릴때,
단조로운 진유린의 핸드폰의 벨소리가 빗소리와 함께 울려퍼졌다.
유린이 가방을 뒤적거리다 찾은 핸드폰의 슬라이드를 올리자 낮지만 매력적인 목소리가 시끄럽게 울려퍼졌다.
- 프렌드!!!!!!!!!!!!!!!!!!!!!!!!!!!!!
"아, 씨발."
진유린이 핸드폰을 귀에서 좀 떨어트리며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유린을 '프렌드'라 부르는 사람이라면 분명 현비환 이였다.
- 프렌드, 아무리 프렌드 라지만 너무한거 아니야?
"내가 뭐 어쨋다고 그러는데, 씨바라."
- 프렌드 노예!!! 우리 샤프심하민이 말이야!!
"엉. 내 노예가 어쨋다고."
- 진짜 모르는거야, 아님 시치미 떼는거야?
"씨바라. 난 영문을 통 모르겠거덩? 제대로 말해봐."
- 영어는 나도 모른다고.
"농담할 상황이 아닌것 같았는데, 네 목소리 보니까."
잘생긴 사기꾼의 목소리가 너무 컷는지, 김한중이 진유린의 곁에 다가왔다.
유린은 "이 새끼 돌았나봐."라고 백마 탄 공주님에게 말하고는 다시 비환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 그러니까, 말이야. 아까 샤프심하민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어. 모르는 여자거던?
근데 그 여자가 그러는데, 코리아랜드 앞에 그 핸드폰의 주인이 쓰러져있데.
그래서 일일구 부르려 해도, 남자가 계속 여기서 기다려야 된다면서,
주인님 만나야 한다면서 거의 기절 직전인 상태에서 그 말만 중얼거리고 있으니까.
보호자가 와서 빨리 데려가래. 근데 내가 가도 소용 없을것 같거든? 그러니까 네가 가라.
비환의 말을 끊지않고 가만히 듣던 진유린은 현비환의 말이 끝나자 의혹이 가득한 눈동자로 한중을 쳐다봤다가 사기꾼을 향해 대답했다.
"알았어. 내가 갈게."
- 응. 빠이.
핸드폰을 다시 가방에 넣은 유린은 김한중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입을 달싹였다.
공주님은 아무 말도 없이 진유린이 무슨 말을 할지 귀를 기울였다.
"나 코리아랜드에 가봐야할것 같아."
고개를 갸웃하는 것으로 물음을 대신한 한중은...... 정말 너무 귀여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유린은 하늘엔 구름에 가려져 달이 보이진 않았지만,
깜깜한 걸로 봐서 족히 7시나 8시는 됐다고 생각하곤 김한중에게 말했다.
"설명은 나중에 할게. 일단 가야겠어, 먼저 집에 가!"
"진유린!"
공주님은 진유린을 불렀지만 돌아오는건 대답이 아닌,
비를 맞으면서도 급히 뛰어가는 유린의 뒷 모습이였다.
***
아니지? 아니지, 심하민? 너도 나랑 같은 감정 프렌드한테 생긴거 아니지?
넌 내가 아까 전화 받았을때 어떤 심정이었는줄 아냐? 심하민, 정말...... 비가 이렇게 주륵주륵 오는데,
정말로 그 비를 몽땅 다 맞으면서까지 프렌드 기다린거냐? 쓰러질때까지? 아, 씨발. 미치겠다.
어쩌다 이렇게 꼬여버렸냐.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꼬여버렸냐.
***
"심하민!!!! 하아, 하아. 노예 새끼야!!! 하아, 하아...... 노예 새끼, 어딨는 거야!!!! 하아......"
"나의 마음 알고 있었니 정말로 너만을 생각하며 지냈던 날들 하지만 너에 대한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나는 더욱더 힘들어 해야만 했어 불안에 떨어야만 했어
이제는 내 자신이 지쳐서 너를 볼 자신이 없어 그래 비겁하게 너에게 등을 보이고 도망가려 하는
내 자신이 너무도 싫어 하지만 나는 너무 늦게 알아버린 거야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 하지만 그땐 너무도 늦어 버렸어 너무도 변해버렸어
나는 너무도 초라했던 내가 너에게 말할 용기도 자신도 모두 잃어버렸어 하지만 그냥 그게
좋았었지 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어 그게 그렇게 힘들 줄은 난 정말로 몰랐던 걸
이제야 늦게나마 난 깨달았던 거야"
하하하, 이젠 너무 졸려서 환청도 들리나 봐요. 제가 그렇게도 원하던 주인님 목소리가 들려요.
눈을 감고있으면 자버릴까봐, 감기려는 눈을 부릅뜨고, 주륵 주륵 내리는 비를 맞아가며...... 아차,
비는 하나님이 키우는 개가 오줌싸는 거랬는데, 우-. 더러워요~
지금 나오는 노래는 백한번째 노래던가요? 아니, 아니에요. 첫번째 노래에요.
벌써 백곡이 다 돌아간거였어요. 시간이 그렇게나 많이 됐나요? 이 노래 참 좋아요.
거의 랩으로 이루어진 노랜데...... 모르겠어요, 어쨋든 참 좋아요. 슬프고, 외로운노래.
우리 주인님이랑은 너무나 안어울리는 노래. 누군가랑 잘 어울리는데...... 누구더라.
예전에도 많이 들었던 노래라 가사를 다 외워서,
이렇게 주인님을 기다리면서 부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헤헷-.
"이 모든 게 너에겐 변명으로 들리겠지 하지만 내 사랑은 오직 하나 너뿐이었다 는걸
그래 이거 하나만은 알아줬으면 해 나만큼 너를 사랑해줄 사람 없다는 걸
이 모든 게 너에겐 변명으로 들리겠지 하지만 내 사랑은 오직 하나 너뿐이었다 는걸
그대 이거 하나만은 알아줬으면 해 나만큼 너를 사랑해줄 사람 없다는 걸"
이 부분이 참 맘에 든다고 생각했어요. 남자의 외로움이 느껴 진다고 할까요? 푸핫-.
저랑은 무지 안어울리지만, 아-. 누구더라, 제가 이 노래랑 어울린다고 생각한 사람이......
으...... 생각이 안나요. 어쨋든, 여자에게는 변명으로 들릴말들 이지만, 남자에게는 진심이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는 최고로 여자를 사랑하는것 같다. 헤헷-. 아...... 무지 졸리다.
"돌아서는 내 모습 바라보는 네게 더 이상의 슬픔은 없어 oh~ baby
끝이 된 사랑을 놓지 못해 슬픔에 울지 못해 oh baby oh~ 제발"
후아-. 제가 고음이 그런대로 잘 올라가서 참 다행이에요. 여기서 고음 안올라가는 사람이 부르면,
풋, 정말 깨죠-.
"내 가슴에 젖은 내 친구의 처진 목소리 처음부터 어긋나버린 끝이 된 사랑얘기
내 친구의 아픔을 이해 못할 슬픔을 달래긴 힘겨워서 불러본다 노래 진정 네가 사랑했던
꽃잎 같은 그녈 위해 많은 시간 홀로 지내며 준비했던 사랑 그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흘러내린 눈물은 빛을 바라지 못하고 한줌 흙이 되어 날려
수많은 날을 밤을 한숨으로 보내며 지내며 생각의 마지막에 어렵게 내려진 결론
그건 결코 쉽지 않게 내려진 그녈 위한 너를 위한 네 사랑의 결별의 종말론
언젠가는 이루지 못한 너희 둘의 안타까운 사랑이 저 하늘의 두 빛으로 만나
하늘에 줄을 긋는 별똥별이 되어 다음 생엔 그 사랑이 분명이 이뤄지길 바래"
제가 이 가사를 생각해 보면요,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했고,
남자의 친구도 그 여자를 사랑한것 같은데요. 남자는 여자를 포기하고,
친구와 여자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만 같아요. 근데 이 노래를 진짜 작곡한 사람은 그게 아니래요.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이 가수가 작곡한것 같던데, 가수의 친구가 여자를 사랑했는데,
1절은 친구의 입장에서 쓴거고, 2절은 가수의 입장에서 쓴것 같던데요? 헤헷.
가수는 그 여자를 모르는것 같고. 그냥 친구를 생각해서 쓴거죠. 근데요,
저는 이 가수를 직접 알지도 못하고, 가수의 친구도 모르고, 그 여자도 모르는데. 왜, 도대체 왜,
왜 이 노래의 가사가 누구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지...... 누구더라.
"내 친구는 아직 그녈 사랑해요 하지만 그녈 위해 내 친구는 떠난대요
이런 게 사랑이라 생각하면 숨 막혀요 그래서인지 내 친구는 아직 우나 봐요
BK 내 친구는 아직 그녈 사랑해요 하지만 그녈 위해 내 친구는 떠난대요
이런 게 사랑이라 생각하면 숨 막혀요 그래서인지 내 친구는 아직 우나 봐요"
졸리다. 아니, 아픈건가? 졸린건지 아픈건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아까부터 왜 자꾸 주인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죠? 이상한데요.
"돌아서는 내 모습 바라보는 네게 더 이상의 슬픔은 없어 oh~ baby
끝이 되는 사랑을 놓지 못해 슬픔에 울지 못해 oh baby oh~ 제발"
끝! 짝짝짝! 심하민의 BK Love 콘서트가 끝났습니다!! 비록 비를 맞아가며,
작은 목소리로 한 나무에 쓰러질듯 기대서 부른 BK Love 였지만요. 헤헷. 아!
그 누군가가 생각 났어요오!! 아까부터 이 노래랑 잘 어울린다했던 그 사람이요, 생각났어요.
"시, 심하민!!!!!"
"어...... 어라아? 주인님이다. 주인...... 니임...... 역시 오셨구나아...... 근데 하민인 힘들어서 좀만,
아주 아주 조금만 잘래요오."
주인님은 보이는데 제 눈은 감겨요. 조금만, 조금만 잤다가 코리아랜드 가요. 알았죠? 꼭 가는거에요!
아...... 있잖아요. 이 노래에 어울리는 사람이요. 그거 말이죠.
현비환, 비환이 형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