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금산 온천장에서
끝물 장맛비가 예보된 칠월 하순 월요일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기상 정보에는 낮 시간대는 우산이 그려져 있어도 새벽에는 비가 참아주었다. 날이 밝아오기 전 이른 아침밥을 해결하고 반바지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여름은 수풀이 무성한 숲을 찾은 산행이 아닌 경우는 굳이 긴 바지를 입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었다. 도서관을 찾거나 농협 마트나 반송시장을 다녀올 때도 그랬다.
이번에는 동선이 제법 먼 북면 마금산 온천장으로 정했다. 여드레 전 그곳을 찾아 온천수에 몸을 담가보려고 길을 나섰다가 도중에 방향을 바꾸어 달천계곡으로 들어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나온 적 있다. 내가 온천장을 가려는 뜻은 온천수에 몸을 담가 무릎과 종아리가 시큰거려옴을 다독여보기 위함이다. 그제 찾아간 외과 의사도 따뜻한 물에 다리를 담가 풀어주십사고 권했다.
날이 밝아오는 무렵 현관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내려서니 참고 있던 빗줄기가 쏟아져 우산을 펼쳐 썼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반송 소하천과 나란한 외동반림로를 따라 걸어 원이대로에서 북면 마금산 온천장으로 가는 첫차 운행 17번 버스를 탔다. 명곡교차로에서 소답동을 거쳐 동정동에서 천주암 아래를 지나 굴현고개를 넘어 감계와 무동의 신도시 아파트단지를 지나 온천장이었다.
가끔 찾은 대중탕에서 목욕비를 계산하니 8천 원이었다. 지난 오월 들렸을 때 7천 원에서 천 원이 올랐더랬다. 나는 1년에 이발은 한두 번으로 끝내 별스레 이발비가 들지 않는 편이다. 내 나이가 되면 누구는 백발이 성성해 검게 염색하느라 돈을 더 들여야 하는 경우도 봤다. 나는 머리숱이 적은 관계로 이발은 횟수가 적고 염색에는 아예 지출될 일이 없지만 목욕비는 제대로 든다.
대중탕 안으로 드니 나보다 먼저 목욕을 마치고 몸을 말려 옷을 챙겨 입는 이가 있기는 해도 입욕객은 몇 되질 않았다. 내가 대중탕 찾아가는 발길을 매번 일찍 서두름은 온천수가 조금이라도 더 깨끗할 때 몸을 담그기 위함이다. 온탕과 열탕과 냉탕을 순회하면서 몸을 담가 무릎 관절과 종아리 근육이 풀리기를 바랐다. 절차에 따라 때수건으로 몸을 문질러 비누칠과 샤워를 끝냈다.
1시간 남짓 걸려 목욕을 끝내고 대중탕에서 나왔다. 입욕 전 흐렸던 하늘은 날이 조금 개어 햇빛이 드러날 기미가 보였다. 나는 온천에서 목욕을 끝내면 그 이후 남들과는 순서가 뒤바뀐 산책이나 산행을 나서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전에는 마금산이나 천마산도 거뜬히 올랐다만 날씨가 무덥고 비가 올지도 몰라 마음 둘 일 없었다. 그보다 이제는 체력도 달려 산행은 무리가 따랐다.
근래 산행은 아닐지라도 북면 들녘을 걸어 본포나 명촌으로 나가본 적이 더러 있었다. 이른 시간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서 점심때가 이르긴 해도 한 식당에서 콩국수로 요기를 해결했다. 식당을 나와 온천장 앞 북면 들녘으로 나가 농로를 따라 걸었다. 연을 경작하는 논에서는 넓은 잎을 펼친 무성한 잎사귀에 싸인 연꽃 송이를 봤다. 고구마 밭이랑에서는 자주색 꽃이 피고 있었다.
들녘에서 소나기를 만나 농막에서 비가 그치를 기다렸다가 다시 들길을 걸었다. 낙동강 강변에서 원호를 그린 제방으로 올라서니 본포로 돌아가는 강심은 상류로부터 흘러온 황토물의 유속이 빨랐다. 바깥 신천에서 북면 수변공원으로 내려가니 수자원공사에서 내보낸 안내방송이 나왔다. 창녕함안보의 수문 개방으로 하류의 수위가 높아지니 주민은 안전에 유의하십사는 내용이었다.
북면 수변 생태공원에서 서성이고 있을 때 한 사내가 자전거를 타고 본포 생태보도교를 건너려다 통행을 제한해 되돌아왔다. 나 역시 거기로 가려던 참이었는데 마음을 거두고 명촌으로 가 볼까 하다가 바깥 신천 정류소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아침 일찍 온천장을 지나 내봉촌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버스였다. 차내는 승객이 몇 되지 않아도 에어컨이 가동되어 아주 시원했다. 23.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