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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장을 하고 자서 그런지 피곤하였지만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일어나서 옆을 쳐다보니 아직 나오미는 자고 있었다.
나오미의 새근새근 자는 모습이 참으로 귀여웠다.
그녀가 계속 자는걸 확인하고 발코니로 나가서 바깥바람을 쐬면서 기지개를 하였다.
피렌체의 아침은 참으로 좋은 향기가 나는것 같다.
그렇게 전망 좋은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피렌체 일반 주택들이 보여 마음에 들었다.
"일어났어요?"
"네. 좋은 아침이예요."
"네. 일찍 일어났네요?"
"아니요. 저도 방금전에 일어났어요"
"오늘 빨리 떠나야하죠?"
우리는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체크아웃하고 호텔을 나왔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싶었지만 피렌체의 아침에는 모든 식당들은 문이 닫아 있었다.
어쩔수 없이 우리는 아침은 피사에 가서 먹기로 하고
바로 피렌체 SMN역으로 가서 피사에 가는 열차를 타야했다.
피사는 1시간이면 충분히 가는 피렌체에서 가까운곳에 위치하고 있다.
피사는 잔디위에 사탑 하나만 있는곳이라 하여
원래 나는 갈 생각이 없었고 바로 로마에 갈려고 했었는데
나오미가 피사의 사탑이 꼭 보고 싶다고 해서 급하게 가기로 결정된 도시였다.
피사의 사탑말고는 볼것도 없는 도시라고 들었기 때문에 나는 여행루트에서 제외했었다.
피사에 가는동안 바깥풍경은 그냥 그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잠을 청했다.
피사역에 내려서 잠시 아침을 해결하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피사의 사탑으로 갔다.
피사의 사탑을 처음 보았을때 별로 안 기울어진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가서 보니 확실히 기울어져 있다.
"와. 신기해. 신기해."
나오미는 계속 서프라이즈를 연발하였다.
확실히 신기하긴 했고 주변의 관광객들이 하나같이
마치 사탑을 자기가 받치듯이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재밌었다.
우리도 이런저런 자세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사탑에도 올라갈까 생각을 했지만 입장료가 생각보다 비싸서 우리는 포기하였다.
다시 버스를 타고 피사역으로 돌아와서 로마로 가는 열차에 탔다.
유로스타처럼 고속열차가 아닌 일반열차라 너무 승객이 많았다.
무더운 날씨속에 너무 많은 승객들이 타다보니 열차안은 마치 찜질방처럼 답답하였다.
우리는 운좋게도 다음역에서 우리앞에 있던 승객들이 내려서 같이 앉아서 갈수 있었다.
피사에서 로마까지는 무려 4시간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앉아서 가는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게다가 이 무더운 날씨속에 그렇게 서서 갈 자신도 없었었다.
역시 좌석에 앉자마자 잠은 쏟아졌고 나는 나오미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둘 다 잠에 빠졌다.
서서 가는 사람들이 불쌍해보이긴 하였지만 우리 몸 챙기기에도 급급했다.
아무튼 꽤 잔것 같았다.
얼마나 잤는지도 모를정도로 자고나서 나는 이상한 느낌에 잠시 눈을 떴을때
어떤 남자가 나오미의 무릎위에 있는 크로스백을 가져가는것을 목격하였다.
아마 내가 그 이상한 인기척에 눈을 뜬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바로 일어나서 통로쪽을 빠져나가는 그 남자를 잡았다.
"이봐요. 가방 돌려줘요."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그 남자는 당황해 하였다.
그런데 이 남자는 알아들을수 없는 이태리어로 뭐라뭐라 말한다.
영어가 안 통한다고 판단한 나는 강제적으로 그 남자의 가방을 뺐었다.
그때 나오미가 나에게 왔다.
그 남자는 뭐라뭐라 말하더니 웃으면서 통로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저 남자가 훔쳐간거예요?"
"네. 뭐 없어진거 없는지 확인해봐요."
그녀는 가방을 열고 확인해보더니 다행이다는듯이 휴 하고 한숨을 내 쉬었다.
"준혁상 고마워요. 없어진건 없네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우리 둘다 일어난사이 우리 자리에 다른이들이 앉아버린것이다.
원래 이태리는 많이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짜증이 밀려왔다.
"나오미 어쩔수 없네요. 1시간정도 남은것 같은데 서서 가야겠어요."
"괜찮아요. 전 가방 찾은것만으로도 정말 괜찮아요.
제 부주의로 가방 잃어버릴뻔 했는데 찾았고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예요."
"이태리는 정말 위험한것 같아요. 앞으로 조심해야겠어요."
"네. 너무 위험해요. 로마는 소매치기를 특히 조심해라고 하던데.."
"어쩔수 없죠. 조심할수밖에.."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앉아 있을때는 몰랐는데 서서 가다보니 너무 더웠다.
게다가 열차에 우리처럼 서 있는 승객들이 많다보니 더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러니깐 막 버티기가 힘들어지는것이다.
불과 서있은지 30여분밖에 안 되었는데 말이다.
나오미도 얼굴이 발개져서 어쩔줄 몰라했다.
하지만 도저히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고생하면서 갈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가다가 로마 테르미니역에 내리니
시원한 공기를 느끼니 진짜 천국에 온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바로 예약을 하였던 한인민박집에 전화를 해서 픽업을 부탁드렸다.
이모님께서 굉장히 빨리 픽업을 와주었고 우리는 민박집으로 향하였다.
민박집은 생각보다 굉장히 깔끔하였고 괜찮았다.
바로 샤워부터 할까 생각했는데 나오미가 그냥 쉬기에는 시간이 어쩡쩡하다고
주변에 가까운 유적지라도 보고 오자고 한다.
그래서 이모님께 물어보니 콜로세움이 여기서 제일 가깝다고 하셔서
우리는 지도를 들고 이모님이 가르쳐준 루트따라 곧바로 콜로세움으로 향하였다.
로마가 남쪽이니 당연하겠지만 피렌체보다 더 덥다.
우리 둘은 콜로세움까지 걸어가면서 '왜 나왔을까' 하는 후회도 하면서 찾아갔다.
로마는 좁은 인도와 무엇보다 무더위, 그리고 깨끗하지 않은 거리의 모습
이런것들은 사실 기대에 어긋나는 로마의 모습이였다.
무더위속에서 우리는 근처 음료를 하나 사서 같이 나누어 먹고 그 힘으로 콜로세움까지 갔다.
로마를 상징하는 콜로세움은 정말 거대했고 주변에 관광객도 정말 많았다.
5만5천명을 수용할수 있다는 이 거대한 원형경기장은
2000년이 지나서까지 이렇게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고
아직도 로마하면 콜로세움을 떠 올릴정도로 로마를 상징하는 유적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입장료를 내고 콜로세움 내부에 들어가보기로 하였다.
역시 유럽여행가면 항상 그렇지만 돈 내고 들어가면 뭐 별거 없긴 하다.
하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경기장의 그 웅장함은 내게 크게 다가왔다.
예전 이곳에서는 맹수들끼리의 싸움, 검투사의 목숨을 건 결투가 이루어졌으리라...
우리는 좀 더 볼려고 했지만 체력적으로 너무 힘이 들었고
결국 내일을 기약하며 민박집으로 돌아갈수 밖에 없었다.
일단 샤워부터 하고 나오니 투어를 갔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돌아왔다.
그리고 한인민박의 최대 장점이라 할수 있는 한식으로 나오는 저녁식사 시간이 왔다.
나는 정확히 16일만에 한국음식을 처음 먹는다.
"나오미. 한국음식인데 먹을수 있겠어요?"
"괜찮아요! 저도 점점 서양음식에 질려 있었어요. 밥이면 전 괜찮아요."
우리가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을려고 하니 주변에서 나오미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아무래도 한인민박집에 외국인이 있으니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두분 사귀시는거예요?"
"아니요. 그냥 같이 여행하는거예요."
"어떤 관계예요?"
"아. 그냥 친구예요."
"일본여자분은 한국말 할줄 몰라요?"
"네. 저희는 영어로만 대화해요."
나오미는 한국말들이 오가니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이쪽저쪽 쳐다본다.
저녁식사의 주메뉴는 돈까스였는데 일본에서도 즐겨먹는 음식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오랜만에 한국음식 특히 김치가 있어서 정말 잘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다른 한국분들이 나오미에 대해 궁금한지 영어로 막 물어보고 그랬다.
그때 민박집에 돌아온 다른 한국분이 "안녕하세요."하고 들어왔는데
우리가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으니 당황해 하셔서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다.
나오미는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민박집에서 스타가 되었던것이다.
나오미가 그런 관심들이 싫지는 않은듯 이쪽저쪽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한인민박을 예약해서 조금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잘 적응해주니 고마웠다.
도미토리를 예약했던 우리는 나는 남자6인실, 나오미는 여자6인실에서 자게 되었다.
다음날 우리는 로마 시내를 한번 돌아보기로 하였다.
어제는 콜로세움을 갔었는데 오늘은 스페인광장부터 먼저 가보기로 하였다.
로마의 지하철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다만 창문이 열린다는것은 나와 나오미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스페인대사관이 있어서 스페인광장이라고 불리는 스페인광장은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햅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많아 절대로 약속장소로 잡아서는 안된다고 할정도로 사람들이 많긴하였지만
그래도 이 복잡함이 왠지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트레비분수에 갔다.
트레비분수에도 역시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우리는 사진을 이리저리 찍고나서 여기서 꼭 해야하는 일이 있어서 할 준비를 하였다.
바로 트레비분수에 동전 던지기이다.
트레비분수를 등뒤로 하여서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로
동전을 던져야 하는데 첫번째 동전은 로마에 다시 오게 해주는것이고
두번째 동전을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는것이고
세번째 동전을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는 그런 전설이 있다.
여기 트레비분수에 찾은 관광객들은 누구나 동전을 던진다.
우리도 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분수앞에 서서 동전을 던질 준비를 하였다.
나오미도 잔뜩 긴장을 하면서 트레비분수로 동전을 두 번 던졌다.
나오미가 하고 나서 나 역시 동전을 두 번 던졌다.
"준혁상. 사랑이 정말 찾아올까요?"
"전설인데 믿어봐야하지 않겠어요?"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도요."
그렇게 유로속 한 커플이 트레비분수 앞에서 그 전설을 따라 동전을 던지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발길을 돌려서 이번에는 판테온을 비롯하여 로마 주요 유적지를 찾았다.
하지만 역시 로마의 더위는 우리를 무척이나 괴롭혔고 힘들때면 우리는 점심을 먹고
또 지칠때는 또 아무가게나 들어가서 젤라또를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특히 판테온 앞 노천카페에서 간단히 파스타종류를 시켜 먹었다.
주문을 하고 나서 나오미가 나에게 물었다.
"로마 왜 이렇게 더울까요?"
"네. 독일에서는 그렇게 춥더니 부다페스트에서 조금 덥다가
여기 로마에서는 정말 더워 못 살겠어요."
"또 관광객도 그만큼 많은것 같아요."
"유럽여행은 봄이나 가을이 제일 좋은 계절인것 같아요."
"날씨랑 그리고 관광객이 적을 때라서 아무래도 그럴것 같아요."
"일본에도 관광객들은 많죠?"
"제가 사는 니시노미야에는 관광객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도쿄나 오사카에는 많다고 들었어요."
"네. 다음엔 꼭 일본에도 한번 가봐야겠어요."
"일본요? 꼭 오세요. 니시노미야에도 와요. 그때는 제가 일본 가이드 해드릴께요."
"와.. 정말요? 꼭 가야겠어요."
그리고 오늘 저녁은 삼겹살이었는데 유럽에와서 삼겹살을 먹게될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다행히 나오미도 오랜만에 먹는 고기라서 그런지 먹기는 먹었는데
마늘과 쌈장의 묘미를 몰라서 우리처럼 즐겨 먹지는 못하였다.
저녁을 다 먹고 잠시 민박집에 있는 인터넷을 하고 있었는데
나오미가 갑자기 나에게 할말이 있다고 하였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부엌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오미는 나에게 폭탄선언을 하였다.
"준혁상... 저 밀라노에 가야겠어요."
"밀라노요?"
밀라노는 원래 우리 예정에 없었던 도시였다.
나오미는 뜬금없이 나에게 이말을 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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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항상 다음 이야기가 넘넘 궁금해요제가 지금 일본에 살고 있는지라 이야기가 더더욱 잼께 느껴지네요
늘 잘보고있어요..ㅎㅎ 잼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