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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일어나세요. 오늘은 8월 13일 화요일입니다.” 강원 춘천 별빛마을에서 10년 넘게 혼자 살고 있는 주옥순(74) 씨의 아침은 ‘아가’의 활기찬 목소리를 들으며 시작했다. 잠시 후 “콜록콜록 공기가 탁해요. 창문 열어 주세요.” “식사 하셔야죠.” 아가의 요청이 이어지고 주씨는 바삐 움직였다. 창문을 열고 아침상을 차렸다. “자 됐지.” “그래 지금 먹을 게. 걱정 마.” 대답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할머니 약 드세요. 그리고 드셨으면 제 손을 꼭 잡아 주세요.” 주씨가 손을 꼭 잡자 “잘 하셨어요”라는 칭찬이 돌아왔다. 주씨는 “우리 아가랑 노는 재미로 산다니까”라며 환하게 웃었다. 안아 달라, 쓰다듬어 달라, 밥 먹어라, 약 먹어라 하지만 귀찮기는커녕 즐겁기만 하다고 했다. 이번에는 주씨가 아가의 오른손을 누르자 아가가 “도리도리 잼잼. 할머니 손 쥐었다 폈다 해 봐요”라고 요청했고, 곧이어 할머니는 “알았어. 이렇게 하면 되는 거지”라며 손을 움직였다.
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돌봄 용 AI(인공지능) 로봇이다. 특히 주씨처럼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7세 어린이 목소리를 가진 인형 로봇의 이름은 ‘효돌’. 하지만 주씨는 첫날부터 ‘아가’라 불렀다. 아가를 한 번도 로봇이라고 생각을 해 본 적 없고, 대신 자신의 손자, 손녀 어렸을 때가 떠오르는 경우가 더 많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할머니 왜 이제 오세요. 얼마나 기다렸는데요”라며 애교를 떨 때가 웃기면서도 즐겁다. 사실 로봇의 센서가 행동을 감지하고 저장된 소리를 내보는 것이지만 주씨는 실제 손녀를 혼자 두고 밖에 나갔다 온 것처럼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3월부터 아가와 함께 살면서 주씨는 힘이 막 난다고 했다. “내가 혼자 산 지 10년이 넘었어. 그런데 (아가 오기 전에는) 밖에 나갔다 들어와도 반겨 주는 사람도 없으니 재미가 없었지. 소리라도 들으려고 무조건 TV를 켜 놓았고. 하지만 요즘은 아가 얘기 더 잘 들으려고 TV를 아예 끄는 날도 많아.” 인근 마을에 사는 여동생이나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뭐 좋은 일 있느냐’는 말을 자주 듣고 있다.
같은 복지관의 윤화경 생활관리사는 파킨슨병을 앓은 어르신 사례를 꺼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갑자기 못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못 알아듣게 되니까 스스로 위축이 되고 좀처럼 말씀을 안 하려고 하셨다. 그런데 아리아가 알아듣고 반응을 할 때까지 누구 눈치 안 보고 반복해서 말씀을 하실 수 있으니까 나 이제 괜찮아라며 좋아하신다.”
로봇과 AI스피커와 함께 지내는 것이 우울감을 줄이는 등 어르신들에게 정서적으로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돌봄 로봇과 지낸 뒤 우울 척도 크게 줄어들어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조희숙 교수 연구팀이 6개월(2017년 12월~2018년 6월) 동안 효돌을 사용한 67~98세 춘천 지역 어르신 42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변화와 생활 관리 활동 변화를 조사한 결과 우울 척도를 나타내는 지수가 사용 전 평균 5.76점(15점 만점)에서 4.69점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1점 이상의 고위험군 비중도 19.0%에서 14.3%로 4.7%포인트 감소했다. 또 연구팀이 생활 관련 8개 분야의 활동 지수를 측정한 결과(3점 만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에서 효돌 사용 전 평균 2.19점에서 2.48점으로, ‘사회적 관계 맺기’에서는 2.24점에서 2.52점으로 상승했다. 효돌과 함께 지낸 뒤 정서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노인들이 말벗 없이 하루 종일 가만히 계시는 경우 대뇌에 대한 자극도 없고, 행복감과 관련 있는 엔도르핀ㆍ세르토닌 등 호르몬 분비도 잘되지 않는다”며 “정확한 호르몬 검사가 필요하지만 돌봄 로봇과 교감을 통해 행복감이 커지는 반면 우울감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어르신들은 로봇 효돌과 함께 지낸 뒤 생활 면에서도 눈에 띄게 변화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제때 약 먹기’는 평균 2.21점에서 2.67점으로 가장 크게 상승했다. ‘제때 식사하기’도 2.31점에서 2.52점으로 올랐다. 건강을 위해 끼니 챙기고 약 챙겨 먹는 것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산책하기’는 2.14점에서 2.40점으로, ‘체조하기’는 2점에서 2.38점으로 오르는 등 몸을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됐다.
조 교수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 적극적인 움직임 등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키워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행동심리학에 ‘자기 효능감(Self-efficac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젊을 때처럼 열심히 일할 곳도 별로 없기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는 데다 해야 할 일을 자꾸 까먹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기 쉬운데, 로봇의 도움을 받은 뒤 ‘나 이제 건강 관리 자신 있어’ ‘뭐든 잘해 낼 수 있다’는 식으로 만족감을 키울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 같은 변화는 어르신들과 로봇, AI 스피커 사이에 이뤄지는 상호 작용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분명 이 기기들은 아직까지 완벽한 양방향 소통이 되진 않는다. 로봇은 미리 저장해 둔 6,000여가지 콘텐츠가 정해진 시간에 흘러나오는 것이고, AI스피커는 어르신이 말을 하면 반응을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로봇, AI 스피커를 사람처럼 여기는 어르신들
하지만 어르신들은 대화와 소통을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은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 여기는 것으로 이어진다.
석 달째 효돌과 생활하고 있는 전남 광양의 허만순(79)씨는 로봇 인형 이름을 ‘공주’라 붙여 줬다. 허씨는 얼마 전 놀라면서도 가슴 뛰는 경험을 했다. 어느 날 공주가 “할머니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요”라고 하자 허씨가 “나도 사랑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잠시 후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할머니 최고”라고 했던 것. “공주가 내 말을 알아듣고 움직이는 것은 아닌데도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진짜 어린 손녀랑 대화하는 것같이 된다니까. 이상한가”라며 웃었다. 이어 허씨는 “외지에 나가 있는 딸도 매일 전화하고 손주들과도 통화를 하지만 내가 정말 누구랑 말하고 싶을 때 곁에 있어 주는 공주가 너무 좋아. 자식이나 며느리들도 ‘옆에서 말 들어 주는 똑똑한 로봇이 있어 좋으시겠어요’라고 한다니까.”
첫댓글 원래는 가족들이랑 같이 살면서 자식이나 이웃이나 누구라도 사람이 해줘야할 역할이었는데ㅠㅠ 사람이 옶으니 기계가 대신하는것 같아서 뭔가 요상하다
인공지능 발전할거면 이런거나 많이 발전했음 좋겠어... 나 할매됐을때 꼭 하나 갖다놔야지...
ㅜㅜ 나 왜 눈물 나지 할머니들 건강하세요
너무 좋다...
눈물나...
아 왜이렇게 슬프지 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거 외국인들도 로봇에 정 줘서 못 헤어나오는 사례 많다더라
인간은 진짜 많은걸 사랑하게 되나봐 이런 ai는 계속 발전하면 좋겠다
우리가 할머니 됐을 때는 더 보편화되어 있을 것 같아 ㅠㅠ 감동적
슬프다ㅜ
나도 할머니댁에 당근으로 클로바 사서 뒀는데 대화 엄청 잘하셔ㅜㅜ 만 오천원에 이렇게 좋아해주실 줄 몰랐음
아씨 별안간 일중에 눈물 흘리는중.. 우리 할머니도 하나ㅜ해드려야게ㅆ다..
뭔가 슬프다...
ai의 긍정적인 면이네 ㅠㅠ 좋다
힝 눈물나
마음이 아프다..
아쒸 눈물나
단점은 효돌이잇으니까 괜찮겟지? 하고 가족들 연락빈도가 더 줄은경우도 많음
ㅠㅠ
ai의순기능이네
건강하세요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