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심리학의 연구들에 따르면,
외향적일수록 행복에 민감하고,
내향적일수록 행복에 둔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행복이란,
즐거움, 쾌감, 환희와 같은 "하이텐션의 밝은 감정"이라고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즉, 외향인들은 좀 더 재기발랄하고 하이텐션의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인 반면,
내향인들은 익사이팅과는 거리가 먼
"로우텐션의 바이오리듬"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센터에서 일하면서,
본인의 내향적 기질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을 많이 봐 왔는데,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밝고 명랑한 에너지가 없는 것 같아서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난 왜 남들처럼 막 재밌다거나 너무 좋다거나 하지 않을까?
난 왜 좋은 상황에서도 텐션이 올라가지 않을까? 왜 항상 뜨뜻미지근한 느낌만 드는 걸까?
하지만 말입니다.
이 모든 건, 일종의 "세뇌"에 가까운 사회화의 결과물일지도 모릅니다.
막 웃고 떠들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하이텐션의 행복만이 제일 중요하고 가치있는 감정이라는 세뇌
즉, 지극히도 외향형 기준의 관점이란 것이죠.
내향형의 세계
하지만, 내향형의 세계는 다릅니다.
전혀 다른 기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추구하는 감정의 영역도 필연적으로 달라지기 마련이에요.
나라 별로 문화 차이가 있고,
나이에 따라 세대 차이가 있듯,
성격 별로 성격에 따른 감정의 차이가 생기는 건 지극히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호기심
외향인들은 모임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왁자지껄 떠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반면, 내향인들은 파티를 질색하죠.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회적 감정들을 느끼는 것은 관심 밖이고,
오로지 그들의 관심은 내 내면의 호기심이나 흥미를 충족시키는 쪽으로 집중돼 있는 편입니다.
비유하자면,
외향적일수록 자신의 영역을 외부로 확장해 나가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반면,
(인간관계 확장)
내향적일수록 자신의 영역을 내적으로 가꿔 나가면서 만족감을 느낀달까?
(정체성 확립)
이 과정에서 중요한 감정이 바로 호기심이나 흥미로써,
내향인들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뭔가를 만날 때 비로소 내적인 자극을 느끼고
그것들을 하나씩 탐험해 나가면서 본인의 정체성을 조금씩 확립해 나가게 됩니다.
(ex. 독서, 영상, 음악, 미술, 지식, 이론 등등)
이런 식으로 내향인들에게는 본인만의 내적 세계가 강화되고 각자의 유니크한 취향이란 게 생겨나요.
그리고 바로 이 내면 세계와 취향이 거의 완벽하게 겹쳐지는 누군가를 만날 때,
내향인들에게는 일당백의 관계가 탄생하게 되죠. (베스트프렌드, 소울메이트)
성취감
우리는 흔히 성취라는 것을,
돈이나 명예, 지위, 학벌과 같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어떤 희소한 목표물을 획득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외부 세계에 있는 목표물을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획득하는 과정은
어찌보면 지극히 외향스러운 사고 방식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내외향의 구분은 나의 관심사가 내 외부에 있는가, 내면에 있는가의 차이기 때문에,
내 최대관심사라고 할만한 목표물을 외부에서 찾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일은
바깥 세계가 주 무대인 외향인들에게 보다 더 익숙한 생활 양식일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내향인들에게는 성취감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바깥 세상이 아닌 내면 세계 속에서,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는 쪽으로 말이에요.
성취를 이처럼 내적인 방식으로 인식하게 되면, 성취감을 느끼는 일은 상대적으로 더 쉬워지기 마련입니다.
이를테면,
나 자신과 약속을 하고 그걸 지키키만 하면 되는 겁니다.
매일 일만보씩 걷기, 저녁 6시 이후에는 먹지 않기, 오늘 할 일은 오늘 끝내기, 매일 한시간씩 자기계발하기 등등등
내향인스럽게 목표도 내 안에서 찾고,
경쟁도 나 스스로와 하는 것이죠.
다른 사람들을 이겨야 할 필요도 없고, 나의 게으름, 욕망만 이기면 되기 때문에,
자잘하지만 더 자주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안정감
내향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그 어떠한 근심걱정거리도 없는 나만의 세계
일종의 "안전기지"랄까?
이렇게 혼자 있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안정감, 평화로움이야말로
내향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가치있는 감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따라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과정도
혼자거나, 또는 나와 내면 세계가 유사한 한두명과만 함께 하는 것을 선호하고,
성취감을 충족시키는 과정 역시
다른 사람들을 신경쓸 필요가 없도록 나 자신과의 경쟁으로만 한정시킴으로써
안정감을 지향하고 더 잘 유지해나갈 수 있는 것이죠.
결국, 내향인들에게 중요한 감정이란,
이렇게 혼자 있으면서 느낄 수 있는 로우텐션의 감정들, 호기심이나 내적 성취감, 안정감 같은 것들입니다.
아직까지 세상은 다수인 외향형 기준으로 대부분의 것들을 판단하고 평가 내리기에,
어찌보면 단조롭고 지루해보이는 자신의 삶에 많은 내향인들이 고민을 하고 있지만,
각자에게 맞는 옷이 따로 있듯이, 내향인들에게도 나름의 행복과 만족이 있습니다.
자잘한 호기심거리들이 있고
나와의 싸움에서 이긴 전적들이 있으며
별일 없이 평화롭게 보낸 날들이 많다면
여러분은 내향인으로서 최고의 인생을 살고 계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우리나라의 사회가 내향성이 강한 사람들에게 유독 오지랍이 심한듯 하네요. 가만 내버려두면 좋겠는데 꼭 붙잡아서 딴에 충고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네요.
내향형이지만 몰라서 그간 외향형의 행복기준에 절 비교했었는데 무명자님의 글들을 읽으면서 절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세가지 감정도 딱 저와 같아요ㅎㅎㅎ
감사합니다!
다수인 외향형의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 정말 공감되네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글입니다.. 저자신을 한번더 생각하게 되네요
최근 스트리트파이터6를 시작했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타인과의 경쟁을 해보니 너무너무너무나 힘들어서 나는 왜이럴까 자책 중이었거든요. 무명자님 덕에 이유를 알았습니다. 나를 좀 더 편하게 해줘야겠어요.
전 내향인 맞네요. 항상 흥미로운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