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한 포기
오늘은 2020. 7. 6. 월요일.
하늘에 구름이 제법 많이 끼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서 그다지 무덥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든다.
서해안 시골 다녀온 지도 벌써 한 달이 더 넘었다.
마음은 시골로 내려가 있는데도 내 현실은 답답하게도 서울 아파트 안에서만 맴돈다. 땀 흘리며 일하던 시골생활을 잊지 못한 탓일까? 비좁은 아파트 실내인 베란다, 거실 안에 크고 작은 화분 120개 쯤을 들여다놓고는 키 작은 식물을 키운다.
화분 속의 식물은 얼마나 답답해 하랴?
비 한 방울, 이슬 한 점도 들어오지 않는 아파트 구조이라서 햇볕은 오후 저녁 무렵이나 잠깐 유리창을 통해서 들어오기에 유리창 가까이 있는 화분 일부만 햇볕을 바라보는 체를 할 게다.
내가 화분 속의 식물을 키우는 데에 들이는 노력과 정성이라고는 수돗물을 받아서 화분 속에 부어주는 것이 고작이다. 쌀 씻은 뒤에 나오는 뜨물을 작은 컵에 뜨물을 떠서 120개 쯤의 화분 속의 식물한테 조금씩 나눠서 준다. 마치 비싼 약을 먹이는 것처럼 흉내만 낸다.
아파트 안에서는 식물이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자연환경이 아니다. 공기소통이 안 되는 도자기 화분, 플라스틱 화분 속에 갇힌 식물의 뿌리는... 과습으로 쉽게 썩어서 능정거리다가 죽는다.
※ 숨구멍 하나도 없는 도자기는 허영심에 가득 사람한테나 적합한 것이지 식물한테는 하등의 가치가 없다.
오늘도 다육식물인 염좌 몇 포기, 삼붕냐와가 시들었기에 확인하니 뿌리가 썩어서 죽었다. 전정-가위로 잘라냈다. 염좌는 혹시라도 줄기 끄트머리는 살아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줄기를 그늘에 말리고는 있다. 줄기끝이 꼬들꼬들하게 마르면 화분 속에 심어서... 실뿌리라도 새로 내렸으면 싶다.
나약한 식물이 사그라질 때마다, 허약하게 웃자랐을 때마다 나는 좌절감을 느낀다.
허약한 것들을 지독히 싫어하는 내 성깔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말이다.
나를 기쁘게 하는 식물 하나가 있다.
작은 화분 속에서도 씨앗에서 싹 틔우고,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고추대 하나.
새끼손가락 길이와 굵기의 풋고추가 매달렸고, 그보다 더 짧고 가느다는 애숭이 고추가 또 달렸다.
나중에 더 자라면 큰 화분에 옮겨 심을 예정이다.
성남 모란시장, 잠실 새마을시장 꽃가게, 잠실아파트 꽃가게 등에서 사 온 외국식물들.
이제는 나한테는 별로이다.
허영에 가득 찬 것들이기에, 잘 죽기에...
내가 흔히 보는 한국산 토종식물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자꾸만 짙어진다. 이들은 생명력이 훨씬 강하고, 또 설령 죽었다고 해도 다른 식물로 대체할 수가 있기에.
아파트 안의 화분에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여겨지는 채소류, 키 작은 나무들이 더욱 가치가 있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나가려고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길 건너편에는 잘 지은 건물들이 즐비하다.
어떤 상가 건물 앞 도로변에는 외국식물인 야자수 나무가 네 그루나 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언제부터 대형화분은 운반한 거여, 어떻게 관리하는 거여?
잠깐 멈춰서서 바라보니 직경 1m 정도 크기의 철제화분에 심었다. 나무는 엄청나게 큰데도 나무에 비하여 화분은 정말로 작았다.
나무의 줄기와 잎사귀는 크고 무성한데도 화분 속의 뿌리는 어떠할까?
며칠이 지난 뒤에는 그 야자수 잎사귀는 누렇게 변색되어 잎이 쳐지고 있었다.
'식물은 화분 크기만큼 보답한다'는 게 내 생활철학이다.
작은 화분에 심은 키 큰 야자수... 무척이나 허영덩어리이다. 조만간 화분을 치워버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가 이런 뜻으로 글 쓰는 이유는 있다.
요즘 내가 시골에 내려가지 못한 탓으로 성깔이 무척이나 사나워졌다.
답답한 아파트 안에 죄수처럼 갇혀 있자니 생긴 울화증일 게다. 서울에서는 할일이 없기에 날마다 시간마다 컴퓨터를 작동해서 인터넷 카페 속에서 남의 글이나 읽는다.
이따금 나도 쓰잘데기 전혀 없는 잡글이나 올린다.
創作이란 과대망상에 사로잡혀서 요상한 단어와 내용으로 글 써서 네티즌 독자를 헷갈리게 하지 않았으면 싶다.
서울 잠실 고층아파트 실내에 올려놓은 화분에 나는 흔히 보는 채소류를 가꾸고 싶다. 고추 씨앗 하나가 싹 터서, 자라서, 꽃 피우고, 열매를 맺은 고추대가 무척이나 대견하며 소중하다.
'흔한 것이 더 소중하다'는 이치를 배운다.
오후에 석촌호수로 나갔다.
동호 서호로 갈리는 다리 밑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건너편에서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렸다.
뿌연한 녹색 계열의 물속에서 커다란 잉어떼가 눈에 띄었다.
내가 이쪽에서 안전-보호용 철봉대 가로막을 주먹으로 살살 내리쳐서 소리와 진동이 나게끔 했는데도 오늘은 잉어떼가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와 다르다.
왜? 무엇때문에? 혹시 잉어가 건너편에서 연주하는 피아노 연주를 들으려고 그쪽으로 몰렸나?
요즘에는 물고기도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나 보네.
하는 엉뚱한 생각을 억지로 하면서 자리를 떠서 몇 발자욱 앞으로 나갔더니만 외외롭게도 벽 기둥 뒤편에서는 잉어, 향어가 엄청나게 물속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대여섯 살쯤의 작은 계집애가 빵 조각을 뜯어서 호수 물속으로 내던지고 있었다. 팔이 짧아서인지, 서툴러서 그런지 빵-조각은 어린아이 앞에서 떨어지곤 했다. 너댓 마리의 비들기가 부산하게 주어먹으려고 날아들고, 기겁한 듯한 젊은 아버지는 자신의 손에 들었던 빵-조각을 수면 위에 내던졌다.
아이의 부모는 비들기떼가 겁이 나는지 아이를 데리고는 이내 떠났다.
정말로 많은 물고기, 크고 작은 물고기가 떼로 몰려왔고, 작은 물고기는 멀리서 헤엄치면서 다가왔고, 청동오리 두 마리가 인근에서 헤엄치면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길이가 1m도 더 넘어보이는 커다란 물고기의 위세에 질려서 큰 오리조차도 접근하지 못했다.
나는 그제서야 알았다. 건너편 산책로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데도 물고기는 음악(피아노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람이 내던지는 빵부스러기를 먹으려고 몰려들었다고.
그럼... 물고기는 사람이 피아노 연주하는 데도 전혀 관심이 없는 거여? 오로지 먹을거리에만 급급한 거여? 천박한 것들 같으니라고... 물고기들은 음악예술을 모르는가 보네...
비들기가 똥을 찍 갈린 시멘트 바닥 위에 빠진 털이 더러워서 나도 이내 자리를 떴다.
뿌이연한 물속에는 더러운 부유물이 뭉쳐셔 둥둥 떠다녔다.
이런 물속인데도 엄청나게 큰 물고기만 입을 내밀면서 뽀금거렸다.
빵 부스러기를 찾으려고 맴도는 물고기들... 살이 디룩디룩 찐 물고기는 길이 1m 가까이나 크다. 무섭고 징그럽게도 살이 쪘다.
............
이런 류의 글은 억지이다. 허영 덩어리이다.
물고기가 무슨 예술적 취향이 있어서 사람들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에 관심을 가질까 하는 착상도 억지스러운 허구이다.
물고기한테는 한 조각의 빵부스러기, 먹을거리나 소중할 터.
수 많은 동물 가운데 사람만이 예술을 논할 게다. 문학도 예술분야의 하나이고.
나는.. 그냥 생활글, 잡글이나 긁적거렸으면 싶다. 날마다 쓰는 일기수준으로...
요즘 몇 개의 시를 보고는 고개를 흔들고 있다.
지나치게 가식적이고, 과장했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나는 위처럼 살짝 비틀었다.
말도 안 되게끔 과장했다. 굉장한 문학가인 양 허세를 부렸다. ㅋㅋㅋ 수준으로.
글쓰기에 관해서 더 생각해야겠다.
2020. 7. 6. 월요일.
물고기는 귀가 있는가?
물속에서도 소리를 얼마만큼 정확하게 듣는가?
물고기가 얼마나 먼거리에서 듣는가?
물고기는 피아노 건반을 두들이는 소리를 듣는가?
첫댓글 최선생님 주변의
자연과 키우시는 화분
의 화초 고추 한 그루
에서도 생명의 소리와
진실을 듣습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잘 읽고 배우고 갑니다.
법도리 김일제 소설가님.
댓글 고맙습니다.
그냥 일기입니다.
고추 씨가 싹 터서.. 그게 한 포기...
대단하십니다. 전
저두 화분식물 몇번
시도해봣는데 얼마되지두
않는거 다 죽이게 되더군요.
근사함 눈에 사치일뿐이지요.
금칠한듯 휘황찬란 해본들
먹을수도 없구 돈많이들구
손만 많이가니 없느니만
못한애물단지 겟지요.
차라리 토속적이구 삶가까이
할수잇는 식물이 훠얼씬
사람살아가는거 같구
정겨울거 같습니다.
눈도 마음도 채워주지만
덤으로 입도행복하게
하니까유.글 잘 읽어봣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아파트 안에서 화초를 키우는다는 게..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화분 속의 흙은 늘 습기가 차서... 식물 뿌리가 질식사하지요.
물 안 주면 금세 말라서 식물이 시들해지고...
삭제된 댓글 입니다.
7월 6일이 월요일인데도 저는 일요일로 착각해서 오타..
덕분에 얼른 고쳤습니다.
2018년 초겨울철.. 노량진 시장에서 카페모임 때 처음 뵙지요.
늘 바쁘게, 자랑스럽게 활동하시는 산애 님을 존경합니다.
휴~~~소설 한페지 읽어야 겠네요 ㅡㅡ
이게 길어요?
저한테는 그냥 다다닥 일기에 불과한데...
오랜 만에 산문일기 하나 올렷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글이 넘 길어 나중에보게슴다 일단
오늘은 패쓰합니다
애노 님...
닉 네임을 기억합니다.
글 잘 쓰시는 분으로...
댓글 고맙습니다.
@최윤환 과찬에 부끄럽습니다 결코 잘 쓰진 못하는데 더 노력할께요 더위에 잘지내시고요 .~~
@애노
지나친 겸손은??
글 잘 쓰시던데요. 자꾸 꺼내 보세요.
저는 몇 개 안 읽었는데도 애노 님은... 글 잘 쓰시던데요. 소질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