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터 염혜선, 손가락에 철심 박고 투혼의 토스
[도쿄올림픽]올 2월 골절… 손가락 2개 핀 그대로
토스 4위-서브 공동 3위 이름 올려
뉴시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전 세터 염혜선(30·사진)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우려의 시선에 부딪혔다. 올림픽 한 달 전까지도 당시 대표팀 세터 3명과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올 2월 오른손 손가락 골절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된 그는 여전히 손가락 2개의 상태가 온전치 않아 뼈를 고정하는 핀도 제거하지 않은 상태였다. 2월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된 세터 이다영(25)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따라붙었다.
염혜선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아픔을 겪었다. 2015∼2016시즌 당시 소속팀(현대건설)을 우승으로 이끈 뒤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정작 리우에서는 베테랑 세터 이효희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채 대부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올해 2월 훈련 도중 부상으로 수술한 염혜선의 오른손. 손가락 2개가 온전치 않고 뼈를 고정하는 핀도 제거하지 않은 손으로 올림픽을 뛰었다. KGC인삼공사 제공
염혜선은 5년 만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손가락 8개만으로 공을 배급하며 분투했다.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한국을 9년 만에 ‘세계 4강’으로 견인했다. 이번 대회 총 223개의 세트(토스)를 성공하며 이 부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브 공동 3위(8개)에도 올랐다. 한일전 승리 후 “주전 세터로 일본에 처음 이겨봤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8일 세르비아와의 동메달결정전 뒤에 그는 “정말 다시없을 시간. 이 순간 이 멤버들과 함께해서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렇게 염혜선은 앞으로 웃을 날만을 고대하며 두 번째 올림픽을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도쿄=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