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이나 시도했었죠, 근사한 프로포즈.
처음 시도는 커플링이었어요.
그전날밤에 진짜 몇백까지 멋진 멘트를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반지를 끼워주면서 내가 했던 짓은 TV속에서 빠져나오는 귀신 흉내를 내면서, "나는 링귀신이다 무섭지 으하하하".
그 다음에 샀던 커플시계도 비슷했거든요.
손목에 채워주면서 내가 했던 말. "날 시계에 당겨줘, 하하".
그럴 때마다 그녀는 그냥 웃었죠.
그런 날은 집에 돌아오면은 혼자서 배게를 끌어안고 몸부림치곤 했습니다.
이 바보 이 바보 이 바보 이 바보!
이번만큼은 정말 제대로 하고 싶었어요.
열심히 준비했죠. 두고두고 기억날 수 있도록.
혹시라도 내가 미워지면은 오늘을 생각하면서 잘 봐달라고.
조용한 평일 오전에 까페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오백개의 촛불을 하나씩 세워서 글씨를 만들었습니다.
< 결.혼.해.줘 > 라구요.
그리고 더이상 실수 하지 않도록 말 대신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매일 그대와~ 아침 햇살 받으며~ 매일 그대와~ ♬♪"
그여자...
이런 프로포즈를 받게 될거라곤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물론 아주 솔직해지자면... 뭐 한번쯤 꿈 꿔본 일이긴 하죠.
하지만 사람들에겐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자기만의 표현 방식이 있는거니까.
보기보다 쑥쓰러움이 많아서 진지해지는 걸 싫어하는 그 사람에게 이런 걸 기대하지는 않았거든요.
늘 장난스러운 사람이지만, 그래서 커플시계도 커플링도 주던 그 순간엔 농담처럼 프로프즈를 했었지만, 그래도 난 참 좋았어요.
마음만은 누구보다 진지했다는 걸 아니까.
그리고 난 그 사람 그대로를 좋아하니까.
영화 속 장면 같진 않지만 누구보다 멋진 포즈를 이미 여러번 받았다고 생각했었죠.
지금은 기쁘다기보단 감동스럽고 많은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도 이런 선물 한번씩 해주고 싶다는 생각.
나랑 어울리지 않더라도 그사람이 많이 기뻐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정말 다 해주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